삼촌의 조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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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엄마는 어릴 적에
삼촌만 일곱 명 되는 집에 와
나와 누나를 키웠었다
유난히 울보였던 우리 누나는
매번 울다가 아빠한테 혼나서
막내 삼촌이 밖에 데리고 나가
업어서 재우고 들어오곤 했다고
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엄마가 삼촌에 대해
이야길 해주었다
나의 초등 시절 유난히
얼굴색이 창백하고 말랐던 나는
보기에 안쓰러웠는지 삼촌은
어딜 가면 항상 나를 데리고 가서
입이 짧은 나에게 맛있는 걸 사주곤 했었고
삼촌의 친구들한테
우리 조카라며 나를 소개하고
많이 예뻐해 줬었던 기억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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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아빠는 신혼살림을
삼촌만 일곱 명이 되는 할머니집에서
시작했고
내가 태어난 해에
경기도로 갔다가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을 마쳤을 때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할머니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집을 지었다
삼촌은 할머니와 같이 지내고 있었고
나는 종종 삼촌한테 놀러 가기도 했었다
삼촌은 내가 보고 싶다고 하면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에
과자랑 이것저것 사서
나와 누나한테 와주었다
삼촌이 좋았던 건지
과자가 좋았던 건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삼촌은
말수가 적고 조용한
나를 지긋이 바라보며
웃고 계실 때가 더 많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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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동네가 같아
학교 앞 문방구에서
버스를 기다릴 때면 가끔
우리 막내삼촌을 보기도 했는데
우리 삼촌은 가까이 살면서도
조카들이 반가워. 얼굴엔 함박웃음을 띈 채로
나와 누나에게 용돈을 주곤 했다
그리고 어쩌다 우리 집에 오면
삼촌은 나를 데리고 목욕탕에 가곤 했었다
내가 중학생이 될 무렵
막내 삼촌은 가구 공장에 취직을 했고
작은엄마를 만나 결혼 전에
우리 집에 왔을 때
시내를 가자며 데리고 나가
신발도 사주고 미용실도 데리고 갔었다
삼촌의 딸. 이 태어났을 때
동생이 있는 게 신기해
정말 매일같이 아기 보러 갔을 때도
유난히 아버지 사랑을 못 받은 나를
삼촌은 마음이 쓰였는지
학교나 친구들 여러 가지를
물어보곤 친구처럼 장난도 쳐주곤 했었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을 마칠 때쯤
엄마가 삼촌 많이 아프다고 병원에 있다고
말해줬을 때
나는 삼촌 어디가 아픈데? 묻고는
희귀병인 혈액 암에 걸려서
항암치료를 받고 계신다고 들었었다.
다음날 똑같이 나는 학교에 나가고
그렇게 철이 없는 나의 고등학생시절
2학년이 될 때쯤에 병원에서
그만 포기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삼촌은 다시 집으로 오신 후에
기적을 바라며 교회를 다니실 때였다.
어릴 때부터 동네 시골마을에
엄마 손을 잡고 작은 교회를 다녔는데
그땐 엄마손에 내손은 고사리손 같았다
내 키가 자라고 내 손이 엄마손만 해질 때쯤
삼촌은 아프셨다 어쩌다. 교회를 가면
아픈 삼촌을
한 번씩 마주친 게 전부였다.
그래도 삼촌은 날 보면 항상 웃고 있었다.
바람 부는 겨울날에 삼촌은 교회에서 내려오고
나는 교회로 올라가고 있을 때
우연히 삼촌을 만나 삼촌을 안게 되었는데
너무 야위고 바람에도 흔들거리는 것처럼
그날 나는 삼촌이 너무 가벼웠었다
이후로 몇 개월 뒤
외삼촌이 와서 나를 데리고
할머니 집에 요양하고 있는
우리 막내 삼촌을 보러 가자 했을 때
삼촌이 아프단 말을 듣고 난
처음으로 난 아픈 삼촌 집으로
삼촌을 보러 가게 되었다.
그날.
삼촌은 나를 보며 웃지 않았다
너는 왜 삼촌이 있는데
외삼촌이 오니까 이제야 오냐고
삼촌 보러 한 번도 안 왔냐고 물었을 때
옆에 계신 작은 엄마는
학교 다니고 바쁘니까 그러지라고
나 대신 말해줬는데
삼촌은 네 집하고 여기하고 얼마나 멀다고
그 한 번을 안 오냐 물었었다.
그날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외삼촌은 내게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Mow 야 그래도 삼촌한테 한 번은
가지 그랬냐고
나를 보며 부드럽게 말하는 외삼촌의
말을 들으며 나는 아무 말 없이
앞에 땅만 보며 길을 걸었다
그 후로 한 일주일쯤 지났을 때
새벽 한 여섯 시쯤 못돼서
집 밖 전등에 불이 켜지고 주변이
시끄럽길래 잠에서 잠깐 깼을 때
엄마가 잠깐 내방문을 열고는
부드러운 음성으로 말씀하셨다
아들 삼촌 하늘나라 가셨다네~?
하곤 잠에 취해 비몽사몽해 하던 날 보곤
다시 문을 닫으셨다
잠결에 듣고는 못 이긴 잠에 취해
바로 다시 잠이 들었었는데.
꿈에 내가 삼촌집 앞마당에 있는데
삼촌이 어딜 가야 한다며.
날 보며 미소를 짓고 있어
내가 삼촌 어디 가는데? 하다가 직감적으로
삼촌이 떠날걸 알고는 뛰어가 삼촌을 끌어안은 채
안된다고 삼촌 어디 가냐고 안된다고
나 아직 삼촌한테 미안하단 말도 못 했다고
나 삼촌 정말 정말 많이 좋아하는데
삼촌 아픈 게 너무 무서웠다고
나 삼촌 보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안된다고 삼촌 가지 마. 하며
삼촌을 붙잡고 울며 소리쳤고
삼촌을 품에 안았을 때
야윈 삼촌의 뼈마디가 느껴져
나는 더 슬프게 소리치며
엉엉 울며 말했다
삼촌 내가 잘못했어.
삼촌 몸이.. 삼촌 몸이 왜 이렇게 말랐어 삼촌
내가 잘못했어
그니까 가지 마 응?
삼촌.. 내가 잘못했어 삼촌 가지 마.. 가면 안돼.
하면서 삼촌을 끌어안고
내가 우는 게 슬펐던지
삼촌의 얼굴에도 눈물이 흘렀다
꿈인데도 불구하고 정말 많이 울었고
꿈속에서 못 가게 붙잡고 있는 날
옆에 있던 할머니가 안돼
빨리 놔 삼촌 가야 돼
하며 내 손을 떼어냈을 때
삼촌 뒤로 하얀빛이 보였고
삼촌은 은은한 미소로 날 보며
조카의 애타는 마음을 다 아는 것처럼
옅은 미소로 울고 계셨다.
그렇게 삼촌을 보내고
내가 꿈에서 깼을 때,
한참을 망연자실한 눈으로 멍 하게 있다가
꿈인지 실제인지 분간이 가기 시작할 때쯤
삼촌은 그대로 떠나면
내가 죄책감에 힘들어할까 봐
꿈에 찾아와 준 것을 내가 알게 되었고
나는 아무도 집과 혼자 있는 방 안에서
한 시간을 소리 내 울고 있었다
나는 우리 일곱째 막내삼촌이
천국에 가신걸 믿는다.
나는 우리 삼촌이 나를 얼마나
예뻐했고 변함없이 나를 사랑해 준 걸 안다
삼촌이 서운함에 화를 냈을 때도
나는 그게 사랑이었다는 걸 안다
그래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내 마음 깊은 곳에 있는
삼촌의 조카사랑이 생각날 때면
눈동자가 흐려지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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