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과 필드의 차이처럼, 삶은 언제나 예상 밖이다.
예전 회사 동료들과 매달 골프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계절의 흐름에 맞춰 겨울과 여름에는 실내 스크린에서, 봄과 가을에는 필드로 나간다. 동반자들과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며 하는 운동이라 인기가 많다. 그래서인지 스크린 골프장이든 필드든 늘 사람들이 붐빈다.
스크린에서 치면 스코어가 제법 괜찮다. 동료들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오히려 조금 더 나은 편이다. 가끔은 필드에서는 얻기 힘든 싱글 스코어도 스크린에서는 어렵지 않게 나온다. 하지만 막상 필드에 나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스크린에서 시원하게 뻗던 티샷이 필드에서는 뜻하는 대로 날아가지 않는다. 방향도 거리도 어긋나고, 마음만 조급해진다.
생각해 보면 이유는 분명하다. 스크린은 친절하다. 남은 거리, 장애물까지의 거리, 목표 방향, 그리고 적당한 클럽까지 기계가 다 알려준다. 나는 그저 공만 정확히 맞추면 된다. 반면 필드에서는 모든 계산을 스스로 해야 한다. 게다가 공의 궤적을 보고 싶은 마음에 고개를 드는 순간, 임팩트가 흐트러지기 일쑤다. 무엇보다도 스크린으로는 흉내 내기 힘든 필드의 언듈레이션은 거대한 장벽으로 다가온다.
안과 밖은 이렇게 다르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방 안에서 머릿속으로는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막상 밖으로 나가 부딪혀 보면 전혀 예상치 못한 변수에 좌절할 때가 많다. 철저히 준비하고 꼼꼼히 점검했다 해도 현실은 늘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옛말에 “지도를 아는 것과 길을 걷는 것은 다르다” 했다. 벤자민 프랭클린도 “한 줌의 실천은 한 근의 이론보다 가치가 있다”는 말을 남겼다.
지도 위의 길은 언제나 곧고 단순하다. 하지만 실제 길은 다르다. 울퉁불퉁한 돌부리, 갑자기 마주치는 비바람, 예상치 못한 갈림길이 끊임없이 나타난다. 삶도 마찬가지다. 머리로는 충분히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현실로 들어서면 준비하지 못한 변수 앞에 당황하게 된다. 그러나, 그 불편과 당혹이야말로 삶을 살아내는 과정이다. 책으로 배운 지식은 종종 잊히지만, 발로 걸으며 몸으로 겪은 경험은 오래 남는다. 그래서 실천은 언제나 이론보다 무겁고, 또 가치 있는 것이다.
세상은 도전하기에 쉽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도전하지 않고 얻을 수 있는 것도 없다. 실패와 시행착오를 넘어서는 과정 속에서 진짜 지혜가 길러지고, 삶은 비로소 깊이를 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