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되어 울지 말란 법이 있는가

아직 어린아이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by 이현건

처음 들어온 아이의 반 왁자지껄 웃음소리와 함께 들리는 아이들의 인사소리. 서로가 서로에게 궁금한 것을 공유하고 나누며 재밌게 놀며 뛰어다닌다. 그 모습에 아이도 자신감을 얻었는지 자신감 있게 들어온다. 그런데 아이의 귀에서 들려오는 차마 내가 잘못 들었다고 생각하고 싶은 말이 들린다.


"야 쟤 엄청 뚱뚱하다!"

"쟤 진짜 돼지 같아!"

"야 쟤랑 놀면 돼지 되는 거 아니야?"


그저 자신들보다 크다는 이유. 자신들보다 몸무게가 많이 나간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겨우 8살짜리 아이의 마음에 난도질을 해버리는 또래 반친구는 그저 재밌다는 듯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며 조롱하고 손가락질한다.

아이는 그렇게 충격을 받으며 가만히 서있는다. 그저 내가 크다는 이유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는 건가?라는 의문과 함께 아이의 뒤에서 선생님이 들어오며 말한다.


"얼른 자리에 가서 앉아야지 왜 그러고 서있니? 무슨 일이 있니?"


처음 뵙는 남자선생님. 아이는 뒤를 돌아 쳐다보곤 이 사람이 자신의 선생님인 것을 알아챈다. 아이는 죄송한 듯

고개를 숙여 얼른 아이들이 최대한 많이 없는 구석진 자리로 가 앉는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본 것을 그대로 말하며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 그저 자신들의 감정을 사실대로 말할 뿐. 이내 선생님은 옆자리에 같이 앉을 친구를 정해주며 동시에 자기소개 시간을 갖도록 한다. 그러고 나서 아이의 옆에 앉을 친구가 정해진다.


"선생님! 저 얘랑 옆에 앉기 싫어요! 뚱뚱해서 싫어요!"


아이는 흠칫 놀란다. 옆에 앉아있던 아이도 그저 자신을 순수하게 크다는 이유, 뚱뚱하단 이유 하나만으로 옆에 앉는 것이 싫다고 한다. 아이는 아무 말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다. 그저 선생님을 쳐다보며 가만히 그저 가만히 눈시울만 붉히며 쳐다본다.


"그럼 현건이랑 자리를 조금 띄어서 앉아보자 그래도 불편하면 선생님한테 다시 말해주세요."


이게 맞는 걸까. 아이에게 그런 말을 하면 안 된다 라는 말 한마디 없이 저 말 한마디가 최선인 걸까? 과연 초등학교 선생이란 사람이 저런 식으로 대하는 것이 맞는 걸까.. 아이는 이내 자신이 직접 책상을 들어서 옆으로 조금 띄어 앉는다. 이내 엎드려서 가만히 있는다. 그리고 들려오는 아이들의 조롱과 웃음소리


"야 쟤 우나 봐! 남자애가 운대요! 얼레리 꼴레리~"

"선생님! 저 못 앉겠어요! 너무 창피해요!"


"그래도 같은 반 친구를 놀리면 안 돼요! 현건이는 집에서 운동 열심히 하구 알겠지?"


아이는 서러운 감정이 들지 않는다. 그냥 이 학교라는 곳 자체가 자신에겐 이제 서럽고 고통스러운 공간이 되었을 뿐이었다. 그렇게 다른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 되어서도 서로 놀며 뛰어다니지만 아이는 그저 고개 숙이고 엎드려서 가만히 그저 이 시간이 빨리 흘러서 집에 가고 싶단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겨우 8살짜리 아이의 마음이 문드러지고 난도질당하고 찢어져 버린 것이다. 고통스럽고 슬프고 힘든 시간들이 얼마나 지났을까.

아이들은 하교 시간이 되어 다들 가방을 메고 집을 가기 시작한다. 아이는 자신의 반에서 다른 친구들이 다 나가고 나서야 가방을 멘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조심스럽게 집으로 가기 시작하는 아이의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들고 지쳐 보인다. 그렇게 아이는 8살이라는 나이에 첫 시련을 겪는다. 아이는 집 앞에 도착한 뒤

문을 두드리며 엄마를 찾는다.


"아들 학교 잘 다녀왔니? 어땠어 처음 보는 친구들은 좋았어?"


아이는 아무 말이 없다. 그저 엄마의 말에 미친 듯이 서럽게 울며 엄마에게 끌어안겨 몇십 분 가까이 목놓아 울 수밖에 없었다. 왜냐면 아이는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부모님이니까. 그렇게 학교에 있었던 일들을 천천히 말하기 시작하는 아이. 그때 아이는 어머니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붉게 달아오르다 못해 눈에선 피눈물이 나올 거 같은 어머니의 눈 입술을 다물고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몸. 그러나 이내 말한다.


"아들. 괜찮아 얼마나 힘들었는지 엄마는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우리 아들이 정말로 힘들었겠구나. 괜찮아 괜찮아 우리 아들 엄마랑 아빠가 우리 아들 지켜줄게."


아이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어머니께선 맛있는 요리를 해주시고 아이는 기다렸다 음식을 먹으며 기분이 풀린 듯 다시 웃는다. 그러나 그때도 어머니의 모습은 자신의 아들이 그런 취급과 조롱을 당했고 선생이라는 작자는 그저 그런 식으로 밖에 말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었던 거 같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이의 아버지가 집에 오며 아이를 불러본다.


"아들 아빠 왔어 오늘 첫 학교 어땟.."


어머니는 아버지의 입을 조심스레 막으며 고개를 젓는다. 이내 아버지도 무언가 잘못된 걸 직감한 듯 끄덕이며 아이에게 말한다.


"아들 아빠 엄마랑 잠시 얘기 좀 하고 올게 기다리고 있어 알겠지?"


그렇게 방 안에서 얘기를 얼마나 했을까 아이의 아빠는 문을 열고 나와 아이를 끌어안으며 말한다.


"아들 미안해. 아빠랑 엄마가 우리 아들 꼭 지켜줄게."


아이는 알겠다며 아빠를 끌어안는다. 아빠는 얼마나 속으로 울었을까. 엄마는 그 모습에 얼마나 속상했을까.

그렇게 아이의 부모님은 어딘가 전화를 하며 무언가 다짐한 표정을 한 듯 아이에게 내일 등교는 같이하자고 말하는 아이의 아빠와 엄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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