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일 년 동안 담임 선생님이 세 번이나 바뀌었다.
처음에는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를 좋아하시던
박진세 선생님께서 담임을 하시다
뒤이어 안경을 쓴 예쁘장하신 이인숙 선생님이 오셨다.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친구처럼 친근하게 다가 와 주셨고
잘못했을 땐 현실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으셨다.
하루는 흥범이가 수업 중에 조금 늦게 등교를 한 날이었다.
흥범이는 덩치도 크고 키도 커서 아빠가 어깨에 메고 오신 뒤
휠체어에 앉혀 주시곤 하셨는데 가끔 푸념을 늘어놓으시곤 했다.
"에휴, 이 짓거리를 언제까지 해야 하냐,
덩치는 산만해서 좀 무거워”
"머리만 좋으면 뭐해, 지 몽뚱이도 못 가누고”말씀을
십여 분 넘게 하시고 가시면 교실 분위기는 가라앉았고
친구들은 아빠 너무 하시다며 너 나 할 것 없이 한마디씩 보탰다.
그 모습을 보시던 선생님께선 그렇게 화낼 필요 없다고
너희가 저런 모습 싫으면 닮지 않고, 더 멋진 어른이 되면 된다고
말씀해 주시던 선생님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