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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by 진은정

5학년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 천춘경 선생님께서 담임을

맡아 주셨는데 우리 반 한 명 한 명에게 다정하게 대해 주셨고

돈을 모아 도자기로 만든 모자 쓴 인형을 선물로 드렸는데

그때 선생님서 특유의 웃음소리로 호탕하게 웃으셨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예외 없이 사춘기가 찾아왔다.

갑자기 짜증이 늘고, 예민해지고,

부모님과의 관계가 미묘하게 변하는 시기.

학교를 마치고 물리치료를 받고 집에 돌아오면

이미 시계는 오후 5시를 지나 6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늘 그렇듯 오늘 내준 숙제를 하고,

다음날 학교 시간표에 맞춰 가방을 챙기는데

언제부터인지 피곤함에 짜증이 났다.

짜증을 참아가며 숙제를 하고 가방을 챙기는 중에

“오늘 숙제는 어디까지야?” 혹은 “간식 좀 먹고 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럼 나는“안 먹어, 먹을 시간이 어딨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곧이어 엄마는 말투가 왜 그러냐며 혼을 내는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학교에서 점차 말수가 적어지고 등하굣길에 듣던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가요를 따라 부르는 게 유일한 낙이었다.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의 빠른 랩을 메모장에 적어가며

집에서도 열창하던 그때,

내 장래희망은 시인에서 가수로 바뀔 뻔하기도 했다.

어느 날은 웃음꽃 피고 또 다른 날은 울고불고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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