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4 : 함께 걷는 슬픔
슬픔은 조용히 찾아옵니다.
문을 두드리지 않고, 이름을 부르지도 않습니다.
그저 어느 날, 마음 한편에 자리를 잡습니다.
처음엔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 어렵기도 합니다.
몸이 무거워지고, 말수가 줄고, 웃음이 사라질 뿐입니다.
사람들이 묻습니다
"요즘 무슨 일 있어?"
"말수가 준거 같아."
그 물음에 대답은 늘 같습니다.
"괜찮아. 그냥 좀 피곤해서.."
하지만 피곤과 슬픔은 다릅니다.
슬픔은 외면할수록 더 가까이 다가옵니다.
바쁘게 움직여도, 사람들 사이에 있어도
그 존재는 그림자처럼 따라붙습니다.
어느 날, 멈춰 섭니다.
비가 오는 날, 창가에 앉아 슬픔과 마주합니다.
말없이 곁에 있던 슬픔은 그제야 눈을 마주칩니다.
그 눈빛은 차갑지도, 무섭지도 않습니다.
오래된 친구처럼, 기다림 끝에 마주한 존재처럼
조용히 그렇게 고개를 끄덕입니다.
그 순간, 함께 걷는 여정이 시작됩니다.
눈물이 흐를 때면 멈춰 서고, 가슴이 먹먹할 땐 숨을 고릅니다
슬픔은 말없이 곁을 지킵니다.
손을 잡지도, 끌지도 않지만 늘 같은 속도로 걷습니다.
그 길 위에서,
잊고 있던 감정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사랑했던 기억, 놓쳤던 순간, 말하지 못했던 마음.
슬픔은 무너뜨리려 온 것이 아닙니다.
잃어버린 자신을 다시 만나게 하려 온 것입니다.
함께 걷는 슬픔은 그렇게 회복의 첫걸음이 됩니다.
[슬픔을 건너다] 홍승연 글. 그림. 달그림. 2018
[슬픔을 건너다]는 회색빛 도시의 옥상에서 시작됩니다.
주인공은 말없이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무언가를 잃은 듯, 무너진 듯, 세상과 단절된 채 멈춰 서 있습니다.
계단을 내려가고, 골목을 지나고, 사람들 사이를 천천히 걸어갑니다.
그 길은 슬픔의 강을 건너는 여정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감정의 강을 한 걸음씩, 조심스럽게 건너갑니다.
이 장면은
슬픔과 함께 걷는 길 위에서 나는 조금씩, 회복해 가는 마음을 시각적으로 느끼게 합니다.
[슬픔을 건너다]는 슬픔을 극복의 대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대신, 함께 살아가는 존재로 그려나갑니다.
슬픔은 무겁고 낯설지만, 그것과 함께 걷는 동안 사람은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그림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은 다시 옥상에 섭니다.
하지만 처음의 그 장면과는 다릅니다.
하늘은 조금 더 밝고, 몸은 조금 더 가볍습니다.
슬픔은 여전히 곁에 있지만, 그것과 함께 걸어온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이 그림책은 슬픔을 외면하지 않고 마주하는 용기를 시각적, 감정적, 서사적으로 조용히 건네줍니다.
ㅣ 종이에 길을 하나 그립니다. (직선, 곡선, 미로 등 자유롭게 그려봅니다.)
ㅣ 길 위에 발자국을 5-7개 그려 넣고, 각 발자국 옆에 짧은 문장을 적어 봅니다.
- 이 날은 ~해서 슬펐다.
- 이 날은 울었다.
- 슬픔은 나한테만 있는 것 같았다.
- 슬프지만 견뎌야지
- 생각해 보니 슬픔은 말없이 곁에 머물렀다 등.
- 마지막 발작국 옆에는 '지금 여기'라고 적습니다.
ㅣ 감정의 흐름을 시간과 공간으로 시각화하며 '함께 걸어온 나'를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