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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 속 나에게

Blame on my juice!

by 강유랑

거울을 보며

오늘도 찬사를 보낸다.


나 외에는 아무도 없는

그 작은 화장실 거울에

가장 멋진 배우도, 가수도, 작가도.

꿈꾸는 어떤 것도 가능하다.


거울을 보며

오늘도 웃음을 보낸다.


가장 환한 그 웃음으로

절대 못 채울 거 같던 마음에도

가장 커다란 사랑이, 자신감이, 치유가.

꿈같은 오늘에 넘쳐난다.


“거울아 거울아 세상에서 누가 제일 예쁘니?” 백설 공주에 나온 왕비가 거울에 묻습니다. 그런데 거울은 예상치 못한 답을 줍니다. “왕비님도 아름답지만, 백설 공주님이 더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이 거울은 참 사회생활을 못하는 거 같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왕비도 착한 거 같습니다. 저라면 바로 거울을 깨버렸을 테니 말이죠. 어쨌거나 종종 왕비처럼 거울에 이야기를 걸곤 합니다. 근데 질문하지는 않습니다. “운동을 했더니 벌써 멋져지는군.” 아무도 없으니까 할 수 있는 칭찬이지만, 진심을 담아서 스스로를 칭찬합니다. 샤워하면서 음악을 틀어놓으면 마치 가수라도 된 것처럼 신나는 마음입니다. 다른 이들에게 방해되지 않게 음소거로, 샤워기를 마이크 삼아 노래도 합니다. 그러면 거울은 어느새 인터뷰장이 되어 톱스타인 저를 찍어주는 기분도 듭니다.

뭔가 부끄러운 사생활을 보이는 거 같아 약간은 민망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자신감과 자존감을 채우려고 합니다. 틈틈이 스스로를 안아주기도 하고, 건강한 것을 찾아 먹고, 조금이라도 좋은 것을 듣고 보려고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거나, 요즈음 SNS를 보면 ‘너는 부족해.’라는 메시지를 받는 느낌이 듭니다. 그런 비교의 늪에 빠지는 순간, 힘이 빠지고 머리가 아파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그런 SNS를 사용하는 빈도가 줄어들었습니다. 더 좋은 것들과 내 삶의 모습에 만족하고, 이루어나갈 내일을 더 기뻐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니까요. 무엇보다 ‘나’와 싸우면서, ‘나’를 괴롭히면서 숨을 쉬며 살 수 없습니다. 때로는 채찍질도 필요하겠지만, 굳은 결심으로 역경에 맞서야 하겠지만, 항상 그렇게 스스로를 괴롭힐 수는 없습니다. 누군가 내 편이 되었으면 한다면, 우선 나부터 내 편이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팝송 중에 ‘Juice’라는 곡이 있습니다. ‘Lizzo’라는 가수가 부른 곡인데요. 가사가 너무 좋습니다. ‘Mirror, mirror on the wall. Don’t say it ‘cause I know I’m cute.’로 시작되는데, ‘거울아, 말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 귀여운 거 이미 알거든.’ 이런 의미입니다. 굳이 노력 안 해도 난 이렇게 태어났고, 시간이 지날수록 멋져진다. 내가 최고가 아니라는 말을 들었지만, 그건 거짓말이지. 이런 자신감 넘치는 가사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가수 Lizzo는 어쩌면 흔히 말하는 미녀나 디바의 이미지는 아닙니다. 그런데 그 곡을 부르는 그녀의 자신감 넘치는 표정이, 그 태도가 그녀를 빛나는 스타로, 너무나 매력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합니다.

많은 분이 ‘자기혐오’의 감정을 느낀다고 합니다. 너무 착한 나머지 사회 탓, 환경 탓도 아닌 스스로를 탓하는 것이죠. 그렇게 몇 번 커다란 문제 앞에 연약한 나의 모습을 보고, 그 나의 모습들이 깨져나가면서 고갈되고 정신적으로 무너집니다. 감기는 걸리기 전에 면역을 챙기는 것으로 예방할 수 있습니다. 오늘 거울 앞에서 쇼하세요. 누가 보든 안 보든 상관없이 신나는 노래를 부르고, 스스로를 안아주세요. ‘Blame on my juice! 네 매력 때문이지 뭐!’ 누군가는 대기만성의 매력을, 누군가는 소소함의 매력을, 각자의 매력대로 즐겁게 살아 나가는 거 아니겠습니까!


‘거울 앞에서 쇼를 하자! 밝게 웃어주자! 먼저 나를 사랑하자!’


- 그 어떤 것보다 경이로운 당신의 손에 ‘강유랑’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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