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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큰 음악회

음악을 통해 치유를, 사랑 가득한 세계로 떠나길

by 강유랑

작은방에서

세계 최고의 교향악단이

연주를 시작한다.


작은 마음에서

두려움과 상처가

연주와 함께 사라진다.


작은 생각에서

고루한 생각의 틀을 비웃듯

연주가 커져간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들으며 시를 적습니다. 특별히 우리나라의 자랑인 조성진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들으며 말이죠. 생각해 보면 얼마나 좋은 세상인지 모릅니다. 손안에 작은 컴퓨터에 세상의 모든 지식과, 세계 최고의 아티스트들, 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지혜의 말씀들이 담겨있으니 말입니다.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은 학창 시절 음악 선생님들이 주로 틀어주셨던 '노다메 칸타빌레'라는 드라마에서 처음 만났습니다. 주인공 치아키와 마에스트로 슈트레제만의 연주 장면이 주는 웅장하면서도 편안한 느낌에 곡에 매료되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이 곡에 숨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라흐마니노프가 피아노 협주곡 1번의 실패로 인해 정신적으로도 무너지던 슬럼프를 이겨내고 그에게 성공을 안겨준 곡이라고 합니다. 클래식에 그리 정통하지는 않지만, 연주를 들으면 고뇌와 슬픔이 그리고 그것들이 점차 해소되면서 사랑으로 가득 차는 느낌을 받습니다. 마치 라흐마니노프의 인생이 담긴, 그 좌절에서의 환희로 바뀌는 그 위대한 여정을 보는 기분입니다. 앞서 말한 '노다메 칸타빌레' 역시 두 천재의 좌절과 사랑에 대한 주제이니 다시 생각해도 정말 잘 어울리는 곡이 아닐 수 없습니다.

좋아하는 곡을 소개하는 마음이 신나 서론이 조금 길어졌습니다. 피아노로 연주한 찬양을 듣거나 클래식 음악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특별히 아주 힘들고 어두웠던 밤에, 때로는 안 좋은 생각과 나쁜 행동으로 가득 했던 날의 밤에는 더 찾으려 합니다. 왜냐하면 아주 특별한 효과가 있기 때문입니다. 두려운 마음도, 마음에 남은 상처도, 얼마나 살았다고 벌써부터 굳어져 가는 나의 작고 작은 생각의 틀도 그 음악과 함께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그것입니다. 안 좋은 생각은 계속해서 나의 주위를 빼앗고 그것에 집중하게 합니다. 더 좋지 않게, 최악으로 흘러가는 생각에 정지 버튼을 누르지 못하면, 마음에는 알게 모르게 생채기가 생기고, 상처가 아프고 신경 쓰이니 생각은 더 무너지게 됩니다. 음악은 정말 좋은 치료제입니다. 그 선율에 오롯이 집중하며, 생각을 흘려보내면 잠시라도 마음에 안식이 찾아옵니다.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 이런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음에, 정말 세계적인 연주가들의 연주를 눈앞에서 보듯이 생생하게 들을 수 있음에 감사하는 마음까지 들 때면, 정말 황홀한 기분에 빠집니다. 그리고, 이런 치유와 황홀한 기분은 언제나 영혼의 회복을 돕는 좋은 일임을 믿습니다.

음악은 우리를 어디로든 데려갑니다. 직장인들에게는 저마다의 전투력 상승 음악이 있을 겁니다. 부대에 있을 때는 후배들과 출근하면서 'Welcome to the jungle'을 틀곤 했죠. 식겁하던 후배의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놀랍게도 그 친구의 전투력 상승곡은 '월요일 좋아'였습니다. 그 만화 캐릭터 스폰지밥이 부른 그 곡입니다. 지금은 잘 손이 가지 않지만, 그 곡들을 들을 때면 그날의 그 소대장실이 보입니다. 음악은 우리를 어디로든 데려갑니다. 정말 멋진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전투력 상승'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음악을 통해 또 누군가와 무엇보다 삶과 싸우려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연을 당한 이들은 그 슬픔을 흘려보내기보다 그 안에 더 빠져들기 위해 슬픈 발라드를 틉니다. 무너진 자존심을 조금이라도 살리려 보이지 않는 부를 자랑하는 음악을 찾기도 합니다. 오늘 당신에 음악이 선물과 치유였으면 합니다. 당신의 슬픔을 흘려보내 주는, 당신의 상처를 치료해 주는, 무엇보다 멋진 곳으로 당신을 데려다주는.


'당신에게 선물 같은 음악이 흘러넘치길. 그 음악을 통해 치유를, 사랑 가득한 세계로 떠나기를.'


- 세상 가장 귀한 당신의 손에 강유랑 드림.


P.S. 당신의 인생곡은 무엇인가요? 댓글을 통해 서로 이야기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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