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내향인의 살아남기
어려서부터 나는 정말이지 지독하게도 내성적인 아이였다.
요즘 말로 하자면, MBTI중 I가 250%는 되는 어린이였다.
기본적으로 말이 없었고
거기에 더해 도저히 하고싶지 않은 일이나 대화가 생겼다?
그러면 그 때부터 아무런 말 없이 입을 다물고, 그저 조용히 눈물만 뚝뚝이었다고 한다.
그런 날 키우느라 엄마는 이제나 저제나 조개처럼 입을 앙 다물어버릴까
애가 타고 속이 터져 미쳤다고 했다.
예로, 어릴 때부터 날 괴롭힌 수학..그 녀석을 학습지로 선생님과 공부하고 있을 때였다.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문제를 풀다 막히자 그대로 영원히 그것을 그냥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책상위 학습지 종이에 이마를 박고 또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흘리고 또 흘렸다.
놀란 선생님 뒤에 엄마까지 동원되어
어르고 달래고 화를 내도 절대로 고개를 들지 않고, 조용히 학습지가 눈물범벅이 되었다.
그 날 이후 엄마는 애가 닳고 화가 나서 학습지를 끊어버렸다.
엄마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하고 환장스러웠을까. 하하하.
지금에선 웃지만 수업 중에 갑자기 학습지에 코를 박고 오열하면서
입을 꾹 닫은 내 어린이 시절 그 모습이 눈에 선하다.
고집은 고집대로 있으면서 거기에 극도로 내향적인, 동시에 소리없는 반항아 끝판왕.. 그 자체였다.
차라리 울고불고 때려부수는 금쪽이가 속은 덜 터졌을 것만 같다.
생각해보니 그런 모습은 다 클 때까지 계속 되었다.
취업에 실패하고 방 안에 코를 박고 몇 년이나 나오지 않았던 은둔형 외톨이 때도 그러하였고,
쉬는 날이면 방구석 베개에 코를 박고 집을 나가지 않는 휴식을 취하는 집순이 지금도 그러하다.
입을 닫고 방문을 닫고 코를 박아 모래 속에 머리를 집어넣으면 다 숨은 줄 아는..
그런 회피형 내향형 미성숙 어른.
그런 어른은 이런 짓들을 저지른다.
일단 헬스장?
못 간다.
이미 두터워져 버린 몸을 거울 가득한 그 곳에 대공개!하는 느낌이 싫다.
유명한 천국의 계단을 타다 결국은 포기한다.
내 엉덩이가 천국을 향하고 있는 뒷모습을 견디지 못해서 ..
뿐만 아니다.
초췌한 민낯에 더해 벌게지고 숨가쁜 모습을 만인에게 공개하는게 싫어서
모자를 푹 눌러써보지만 그것도 버겁다.
게다가 숨 차고 심장이 뛰고 땀이 쏟아지는 그 느낌을 싫어한다.
안정적이고 조용한 내가 아닌 느낌이여서.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충동적으로 사고를 쳤다 볼 수 있는데 , 코 피어싱을 갑자기 뚫었다.
그리고 내내 마스크를 쓰고 있다가, 다음날 바로 잡아 뜯어 없앴다.
주목받는 거 같고, 관심받는 거 같아서 내 코만 바라보는 거 같아 견딜 수가 없었다.
아니 보라고 뚫어놓고 코가 뜯기듯이 피어싱을 뜯어내 버리는 건 무슨 심보인가?
회식?
그저 고기만 꾸역꾸역 뱃 속에 집어넣으며
그나마 있는 사회성을 쥐어짜내어 리액션 하다 지쳐 집에 배만 불러 간다.
하지만 또 꿔다놓은 보릿자루같이 굴면서도 말을 걸어주지 않으면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머릿속으로 논문을 굴리게 되니..
누군가 말은 꼭 걸어주어야 한다.
참으로 요상한 성미다.
나는 발견되고 싶다. 그래서 관심을 받고 싶다.
하지만 많은 말을 나누고 싶진 않다. 그래도 말을 아예 안 걸면 눈치부터 보인다.
나는 코를 박고 숨지만, 숨었을 때 찾아주지 않으면 또 서운하다.
입을 앙 다물어버리고 눈물만 흘리면서도, 달래주지 않는건 싫다.
정말이지 내가 생각해도 힘든 타입이 아닐 수 없다.
보여지고 싶지만 동시에 보여지고 싶지 않아하는 사람.
하지만 또 코를 내놔도 코를 베어가지 않는 믿는 사람이다 싶으면
오만 이야기와 감정을 다 크지 못한 소녀처럼 다 쏟아버리는 사람.
그게 어쩔 수 없는 나다.
사회생활은 당연히 남들에 비해 매우 힘들다.
하지만 그것도 돈이 다 가능하게 해주긴 한다.
이렇듯 복잡하고 미묘하지만 그게 나인 것을 어쩌랴
이젠 내가 둘이 될 수 있다면
입을 닫고 마음을 닫고 코를 박은 뒷모습을 토닥토닥 안아주고 싶다.
이해해.
너를 이해해.
아프지 마.
울지 마.
입닫지 마.
코박은 채로 울면 얼굴이 젖잖아.
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