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➀ 살아있는 것만으로 기특해

꽃처럼

by 도씨


꽃처럼 반짝이던 어여쁜 청춘에는 내가 꽃이여서였는지 꽃에 크게 감흥이 없었다.

연애하면서 꼭 한번은 받는다는 꽃에서 이걸 뜯어먹어야 하나? 하면서 그것의 쓰임새부터 생각했다.

어차피 말라 시들어 죽을 꽃다발이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결국 쓰레기가 될 뭐...그런 야채나 채소같은 단순히 향기로운 풀의 느낌이랄까

내가 그렇게나 낭만이 없었다..


쓸모있는 것 , 쓸모 없는 것이란 이분법적인 사고로

들에도 꽃이 있고, 계절이 지날때마다 피고 지는 곳이 꽃인데

뜯어 묶어놓은 꽃다발은 결국 물병에 꽂아놓아봐도 금세 죽었다.


나는 그것들이 말라비틀어 시들어 죽으면 버리는 것을 지켜보고

처리하는 것이 번거롭다고 느꼈다.

그래서 어릴때엔 꽃 선물은 받는 것도 주는 것도 싫어했다.


그런데 이제 내가 시들때가 되어가니 꽃이 눈과 마음에 들어오기 시작하더라..고.


특히 민들레같이 들에서 아무렇게 흩뿌려져도 살아남아 피어 나는 꽃.

시멘트 바닥 작은 돌틈에 뿌리를 내려 고개를 내는 꽃.

그것들이 그렇게 귀하고 예쁘고 그렇게나 기특했다.


드라마 '미지의 서울'에서 미지의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사슴이 사자 피해 도망치면 쓰레기야?

소라게가 잡아먹힐까봐 숨으면 겁쟁이야?

다 살려고 싸우는 거잖아.

미지도 살려고 숨은 거야.

암만 모냥 빠지고 추저분해 보여도

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야..'


나는 그 대사를 들으며 크게 고개를 끄덕끄덕거리다 울고 말았었다.

숨어살아도 삶을 살아내는 사람들은 모두 용감하지..라며.


들꽃이 그렇다. 그것도 생명이라고 살려고

시멘트 틈의 작은 흙에도 꿋꿋이 뿌리를 내려 산다.


그런 꽃들은 이름이 명확치 않아도 그 싱싱한 생명력의 존재만으로 감동을 준다.


그래서 가끔 그런 돌틈 꽃을 보면 나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져 가슴이 짜르르한다.


이미 피어있는 생명을 걷어 뿌리를 잘 잘라낸 얼마 살지 못할 꽃다발도 기특하다.

누군가의 기쁨을 위해

나는

나의 뿌리를 잘라내도 향기로울 방법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꽃들은 안다.


어여쁘게 피어나 뿌리를 잃고 잘라내져 묶였지만

그것들을 모아 꽃다발을 만들면

누군가의 기쁨과 행복과 향기와 축하와

그 날의 의미가 된다.

아름다운 일이다.


이유없는 꽃다발을 받고 싶어진다.

살아내서,

살고 있어서,

살아지고 있어서

너는 기특해

너의 생애를 축하해

라면서.


꽃의 어여쁨을 날이 갈수록 깨닫고 알게된다.

카톡 프사에 꽃으로 가득한 어른들의 마음을 이제는 잘 안다.


나이 먹음이 이럴때는 좋다.

다 같이 피어나기.


그 곳이 척박한 한톨의 땅이래도 뿌리를 내리고 향기롭게 살아가기.

그래서 기특해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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