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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인플루언서를 꿈꾼다면

쓰다 보니 조심해야 할 것 한가득

by 이진영

챗지피티와 같은 AI 외에도 유튜브 영상 검색으로 원하는 정보를 얻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나 또한, 새로 산 자동차 내부 버튼들의 기능이 궁금해서 유튜브로 검색해 본 적이 있다. 그러다가 어떤 자동차 전문 유튜버가 ‘아내에게 차 사용법 알려주기 위해 만든 영상’이라며 올린 것을 유용하게 봤다. 여러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자기 지식을 알리면서 스스로 홍보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인플루언서 이미지2.jpg 출처: 픽사베이 '인플루언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 약사 유튜버, 약사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는 것도 당연하다. 그들은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등등 다양하게 활동한다. 그런데 직업병 탓에 나는, 특정한 약사의 유튜브 영상과 글을 구독하지도, 즐겨보지도 않는다. 혹시 약사법 위반의 소지가 있는 홍보를 하는 것은 아닌가 마음 졸이며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들이 올리는 영상 또는 글이 보건소에 신고되는 경우가 여러 번 있었다. 그쪽 입장에서는 그저 영상 하나, 글 하나 올렸는데 보건소에서 약사법 위반이라며 전화가 오다니 당황스러웠을 것이다.


약사법을 준수한다는 전제 하에서, 약사가 자신의 활동 채널과 SNS에서 본인의 약국에 대해 홍보할 수 있다. 그런데 약사 법령을 위반한 경우, 해당 약국의 소재지에 있는 보건소가 이를 조사한다. 만약 채널에서 약국을 공개하지 않았고 유추할 수 있는 여지도 없는데 위반 사항이 있다면, 보건복지부나 식약처 등 국가기관에서 직접 조사할 것이다. 그렇다면 약사법을 준수하지 않은 광고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을까.


약사법 시행규칙 제44조는 ‘의약품 유통관리 및 판매질서 유지를 위한 준수사항’을 규정한다. 약국을 홍보하고 싶다면 이 조항을 꼭 통째로 읽어볼 것을 권한다. 적발된 사례로는 ‘탈모 치료 전문 약국’, ‘A병원 처방약 전문 조제’, ‘OO지역 약국보다 저렴한 가격에 드립니다.’ 등이 있었다. 특정 질병과 관련된 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고 광고해도 안 되고, 특정 의료기관 처방전의 약을 전문적으로 취급한다고 해도 안 된다. 가장 흔한 위반은 다른 약국과 판매 의약품 가격을 비교하는 광고로, 이렇게 세밀한 것까지 안 된다고 약사법에 규정되어 있음에 솔직히 나도 조금 놀랐다.


의약품에 대한 홍보글을 쓰고 싶다면, 약사법 제68조 ‘과장광고 등의 금지’와 이와 관련된 규정,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전체를 읽어볼 것을 권한다. 이쯤에서 너무 까다로운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약사님이 있다면, 약사고시 준비할 때 약사 법규를 공부했음을 떠올려 주셨으면 한다. 그때는 막연히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 외웠다면, 이제는 실전에 적용하기 위해 또는 보건소의 귀찮은 점검을 막기 위해 공부하셔야 한다. 약사가 아니더라도 의약품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서 의약품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분들께도 권해드린다. 각종 법령은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에서 검색하는 것이 편리한데, 최신 개정판도 바로 반영되어 있어 공무원도 이 사이트를 즐겨본다.

법제처 메인화면.jpg 법제처 홈페이지, 검색창에 약사법이라고 입력하면 약사법령이 한 번에 검색된다.


의약품 홍보 중 가장 많이 적발되는 사례는 전문의약품에 대한 광고이다. ‘전문의약품’이란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구매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TV에서 의약품을 광고하는 CF를 종종 봤을 것이다. 잘 생각해 보면 모두 ‘일반의약품’ 광고다. 단, 전문의약품인데 광고가 가능한 경우는 딱 두 가지이다. 감염병 예방용 의약품인 백신류를 광고하는 경우와 의학·약학 전문가를 대상으로 하는 의약전문매체에 광고하는 경우이다. 그러니 당신이 TV나 병원 앞 입간판으로 본 전문의약품 광고는 독감백신, 자궁경부암 백신, 대상포진 백신 등이었을 것이다.

백신이 아닌 전문의약품을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온라인/오프라인에서 제품명을 거론하며 홍보성 글이나 영상을 게시해서는 안 된다. 게다가, 개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블로그, 인스타그램은 의약전문매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광고가 가능한 또 다른 경우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식약처는 ‘의약품광고 및 전문의약품 정보제공 가이드라인’을 발간했으며 이는 식약처 홈페이지 내 ‘민원인안내서’에 게시판에서 다운로드할 수 있다.


유튜버로 활약하는 약사들은 점점 많아지는데, 공직약사의 유튜브 활동은 어떨까. 약사이기 이전에 공무원이므로 어떤 내용인지, 수익 창출의 목적이 있는지 등에 따라 그 답이 달라진다. 공무원은 공무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업무에 종사할 수 없으며 소속 기관장의 허가 없이 다른 직무를 겸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무원 중에 가장 유명한 충주맨이 운영하는 채널 ‘충주시 공식 유튜브’는 개인 채널이 아니며 수익 신청 또한 하지 않았다고 한다. 예외적으로 비영리 활동 또는 공무가 아닌 경우 겸직이 가능하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니 세부적인 절차는 확인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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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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