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함과 감사가 함께 머문 날
짧아진 낮의 길이가 못내 아쉽다.
인간에게도, 자연에게도 차갑고 쓸쓸한 시간이 조용히 이어지는 계절이다.
생명의 기운은 잠든 듯 보이고, 이대로 영원한 동토 속에 묻혀 버릴 것만 같아 문득 마음이 움츠러들기도 한다.
오늘은 여든을 훌쩍 넘기신 시어머니와 가볍게 점심을 함께했다.
천천히 수저를 드시는 모습이 생각보다 씩씩해 보여, 그제야 마음 한편이 조금 풀어졌다.
3~4년 전 척추 골절로 긴 시간을 견뎌내셨던 터라, 안타까움은 늘 마음에 남아 있었다.
이제야 조금 움직이실 수 있을 만큼 기력이 돌아오신 듯해 감사함이 먼저 밀려왔다.
그러면서도 그동안 충분히 곁을 지켜드리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뒤따랐다.
안도와 죄송함이 겹쳐 말없이 오래 마음에 머물렀다.
차가운 계절 속에서도 조용히 회복해 가는 생명이 있다는 사실이 오늘은 유난히 크게 다가온다.
추운 겨울 그 안에서 희망찬 기운을 마주한 것 같아 한결 더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