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로 새던 마음의 총량을 오늘은 내 쪽으로
나는 ‘다정하다’는 말이 좋았다. 그래서 늘 누군가에게 다정해지려 애썼다. 이별로 힘들어하는 친구에게는 케이크를 보내고, 몸이 아픈 친구에겐 죽을 챙겼다. 기념일은 달력에 표시해 두고, 밤늦게 걸려 온 하소연에도 귀 기울였다. 그게 내 방식의 다정이자,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이었다. 일터에서도 하루에도 수십 번 아픈 사람들을 마주하며 조금이라도 덜 힘들게 해주려 애썼다. 나의 다정은 언제나 바깥을 향했다.
하지만 정작 내가 아플 때는 달랐다. 감기 몸살로 하루 종일 앓다가 거울을 봤을 때, 낯선 얼굴이 내 피로를 고스란히 비추고 있었다. 창백한 피부, 부은 눈, 마른 입술. 열이 나는데도 약 하나 챙기지 않은 사실이 그제야 떠올랐다. 누군가의 떨리는 목소리엔 금세 반응하면서도, 내 호흡이 가빠지는 건 늘 놓쳤다. 나는 나에게 다정한 적이 있었을까. 타인을 향해 기울이던 온기를 한 번이라도 내 쪽으로 돌려본 적이 있었나.
일을 쉬게 된 지금, 아주 작은 일부터 나를 챙기려 한다. 따뜻한 차를 끓이고, 몸이 무거운 날엔 낮잠을 허락한다. 해야 할 일을 끝내지 못한 날에도 자신을 몰아붙이지 않으려 한다. 연락이 왔을 때 바로 답하지 못해 미안해하던 마음을 내려놓고, 내게 남아 있는 에너지를 먼저 살핀다. 누군가에게 다정해지는 일은 여전히 소중하다. 하지만 오래 가려면, 마음의 샘이 마르지 않아야 한다는 걸 이제 안다. 오늘의 얼굴이 말해주는 피로와 안도를 읽고, 그에 맞춰 하루의 속도를 조절해 본다.
결국, 나를 향한 다정은 내 표정을 돌보는 일.
그러니 나는 오늘의 나에게 안부를 묻고, 조용히 미소를 건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