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래 공수거, 그네 위의 몸
공중에 비밀이 담겨 있고
내가 그 그네에서 떨어지지만 않는다면
그 비밀을 잡아서 열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한다.
날씨는 그리 차지도 않기에
얼추 츄리닝 바람이라면
공중에 메달린 그네에 올라도 별로 춥지는 않을 것이다.
공기는 축축했고
잿빛 하늘에
비의 장막이 덧대여
연무가 흐르듯 그 춤사위가 요란한
바람에 따라 춤을 추는 검은 구름떼가 이리저리로
요동칠때.
이상하게 몸은 깃털을 단듯 가볍고 쓰다듬기만 해도 윤이나서 충분했다.
땡땡이를 쳐서 그런가.
날아보자.
날아보자.
저 그네를 타고 저 하늘을 날아보는 것이다.
비밀을 해독하긴 어려웠다.
세상에서 가장 길고,
풀기 더러운 암호를 가진 존재가
바로 사람이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만나면, 의심부터 발동되는 터라
머릿속에는 혼란한 생각이 가득 차오르고
가벼웠던 몸은 무게를 더해 다시 살을 붙이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길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워지고
해방되며 힘을 얻는다는 말을 듣지만,
나는 왜 그것이 나에게는 통하지 않는지
생각조차 하고 싶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와 주방에 들어서서 정수기의 차가운 물 한잔을 덜컥덜컥 마셨다.
얼마나 그네를 탔는지 어지럽기도 하고
속이 울렁거리는 것이 대화를 하다가 잘 먹지 못한 저녁 탓이었는지 모르지만,
그래, 배고프다 해버리자.
무언가 집어들어 대충 샌드위치 비슷한 걸 만들어 냈다.
하얀 우유 한 잔, 밤이 왔으니 커피 한 잔,
나는 꽃이 그려진 접시에는 눈길도 안주는 사람인데
이게 어디서 났을까를 고민하다가, 작년 생일에 선물 받은 것이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늘 선물이라는 것은 내가 원하는 것을 받을 수 없다는
생각을 하면서 샌드위치를 입에 넣을 수 있을 만큼 안으로 구겨넣었다.
설겆이를 하며 보니 정사각형의 하얀 타일 하나에 금이 가 있다.
내일은 쉬는 날이니, 을지로를 돌아다녀 볼 구실이 생겼다.
나의 물 컵은 멀미가 나도록 왔다갔다를 하고 있었다.
출렁출렁.
아슬아슬.
목이 마른 것은 아닌데 물이 땡긴다.
턱을 들고 창가를 바라보다가 쇼파에 얹혀져 아직도 제자리로 돌아가지 못한
목깃이 긴 더럽게 무거워 보이는 코트를 바라본다.
저걸 내가 오늘 어떻게 입고 돌아다녔는지는 생각하지 않기로 한다.
그래서 물 컵이 바뻤던 모양이다.
밤에 찾아오는 물줄기나 웅덩이는 해방되지 못한다.
그 안에는 희망도 없고,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도 없다.
체화된 것들을 하며 보내는 밤이 무서운 꿈처럼 느껴질 만큼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익숙함이라는 것이 제법 시간이 흐르면
체화가 아니라 석화가 되어 굳어질 때가 있다.
오늘이 주기마다 돌아오는 그런 밤인가부다.
이런 날은 홍대 클럽에 잠시 가서 시원한 맥주 한잔에
스피커 앞에서 몸을 흔들어야 제맛인데,
하루가 너무 길었고, 소파에 널부러져 목깃만 세우고 있는 코트처럼 무겁다.
새해에 결심했던 것처럼
적당히 잘 살아가고 있는 중이고
굳이 애써 뭐가 될 모양처럼 힘을 쓰지 않으니 오히려
지루하다 싶을 정도로 하루가 빠르게 스쳐가고 있다.
아직도 내 주변에는 열등감에 쩔어 사는 친구 녀석이 있는데
나는 왜 그것마저 없어진 것인지 궁금해하지 않기로 했다.
잠시 거울을 보다가 동공으로도 숨을 쉴 수 있는지를 시험해 보다가 인공눈물이나 몇 방울 넣어주니
한결 살거 같다. 나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아이도 없으니, 친구녀석처럼 하루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사는 나와는 다른 에너지를 쏟고 있을 테지만, 잠시 함께 마신 맥주 덕에 재밌는 시간을 보내고 돌아온 나를 반겨 줄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에 슬퍼하지는 않도록 한다.
여전히 몸과 마음은 평화를 누리고 싶어한다.
방해꾼들이 없는 삶을 사는데
왜이리
여전히
몸과 마음은 평화롭지 못한 것인지를 생각하다가
창가에 기대어 담배를 핀다.
입에서는 자동적으로 나의 주문을 외운다.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
공수래 공수거(空手來 空手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