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와 이슬 사이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더 이상 알 수 없을 때까지, 스스로 스핑크스가 되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삶에 동의하는 유일한 방법은 나 자신에게 동의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물드는 잠시 허락된 혼자만의 시간에 신성한 비가 내리고 있다. 수많은 이론과 반대로 행하기 위해서 이론을 다시 세우고 거기에 대해 심사숙고하고, 행동에 모순되는 이론을 통해 행동을 정당화하는 단순한 이치에 길을 내는 시간에, 만들어진 길로 가지 않고 정반대로 돌아가는 선택을 하고, 그렇게 되기를 원하지도, 바라지도 않으면서, 스쳐가기로 한다.
둑이 무너지는 건 순간이라
탄생을 통해 새벽과 겨루고자
시간의 행렬에서 벗어나는 순간이
매일 밤 계속되고 있지만,
번개처럼 내리치는
날벼락은 아직 없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이유 없는 얼굴 위로
내 손이 올라가 만지작 거릴 때
내 눈은 이미지가 아닌 것을 인식하느라
머릿속은 자전을 계속 행하는 중이고
정화하고
희박하게
고갈시켜 가며
하나씩 부수고 있다는 사실을
번식시키다
양육을 거부하는
이상한 생명체처럼 느껴지는
나의 뇌를 원망하진 않기로 한다.
이 비가 꺼뜨릴 것은 없다.
내리는 비는
그저 내리는 비일 뿐이다.
꺼뜨릴 더위도 아직 없고
불이 난 곳도 없다.
모든 것이 잔잔해질 뿐이다.
대지는 봄의 풍요로움 이라는 이름으로
부풀어 오르지만,
여전히 마음은 나뭇잎 하나
자라지 못한 채
봄이 지나고 있다.
구부러진 풀 위로
이슬이 꽃 피우려 애태우는 듯
꽃을 피우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되는
낮의 일상과 밤의 행렬에
움직이는 것은
머리와 열 손가락뿐이다.
섬세한 빛의 무리를 따라 그저 걸어가고 있다. 그 무리가 평범함이라는 이름을 가진 무리라 선택한 것이다. 화려한 문을 열지 않은 사람들. 나를 인도하던 나무들이 문을 닫고 있고, 태양처럼 형체가 없는 이글거리는 나의 밤을 나 자신을 잊는 완벽한 모든 밤을 정지한 시간처럼 느껴지는 다리의 무게를 느끼며, 바닥과 지붕을 검은색으로 표시하며 지나가는 스스로가 스핑크스가 되어 보는 밤을 기다린다.
모든 것을 이해하기 위해 숭배하는 나무 따위는 만들지 않았다. 한데 모으기 위해 날개와 이슬을 심장과 구름을 낮과 밤을 창문과 곳곳에 자리한 시간을 느끼며, 마음을 빨아들이는 바다에 빠져 우주 속의 유영처럼, 말하는 것이 누군가를 껴안는 것처럼, 너그럽기 위해 헤엄치는 새벽과 나의 눈이 아닌 아름다운 모든 눈을 보기 위해, 사람들을 가볍게 웃어넘기게 만들기 위해, 배고팠고 목말랐던 것에 대해, 그리고 더웠던 만큼 추웠던 것에 대해, 그림자 속에 머무는 대신 겨우 내쉰 한 자락의 숨결을 느껴보는 것이다.
감춰져 있지만
투명한 세계.
검은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의 세계.
공감하지만
공존하지는 못하는 세계.
만나고 싶지만
만날 수 없는 세계.
같은 공기를 마시지만
다른 공기를 느끼는 세계.
나는 조용히 앉아
나와 다른 나무를 바라보며
나 자신이 키워낸 나무에
기대어
이 모든 것에
감성이라는 것을 부여한
태양에게
비에게
신중한 바람에게
조용히
박수를 보낼 뿐이다.
모든 것이
커튼 뒤에 숨어있는
피조물들일뿐이다.
나는 비와 이슬 사이의
망각과 현존사이에서
그저
운명 없이
존재할 힘을 갖고 싶다.
하늘이 품은 밤의 심장을
초월하며
늘어나지도
끝나지도 않은
정오의 샘물 속에서 죽어가는
장미보다
이 넓은 대지 어디선가 살아가면서
더욱 밝은 땅 위를 걷는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