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선 그 첫번째 이야기

단편소설 7-(1)

by 최지윤

먼저 예약하기로 글을 올려 둔 바람에 첫번째이야기가 단편소설집이 아닌곳에 올라갔고 그래서 발행일도 발행순서도 모두 어기게 된 점 사과말씀드립니다 다음은 효선의 첫번째 이야기 입니다


한 마을에 효심 깊고 마음씨 착한 어여쁜 아가씨가 살고 있었다.

이름은 효선, 나이는 스무살이었다.



효선은 얼굴이 곱고 성품이 단정해 마을 아주머니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며느리감으로 점찍혀 있었다. 장에 나가면 누구 집 된장 맛이 어떻고, 누구네 논이 얼마나 기름진지와 함께 효선 이야기가 빠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웃 마을 중매쟁이의 귀에까지 효선의 소문이 들어갔다.

매파의 발길이 오가기 시작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사주단자가 오갔고, 그해 가을이 채 오기 전에 효선은 이웃 마을 총각과 혼례를 치르게 되었다.


효선은 일이 이렇게 빨리 흘러갈 줄은 몰랐다. 어리둥절한 마음이 없지 않았지만, 그 나이에 시집가는 것이 흉이 되지 않던 시절이었다. 부모의 말씀이 곧 세상의 이치였고, 효선 역시 “어련히 알아서 정해주셨을까” 하는 믿음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믿음보다 더 크게 그녀의 마음을 흔든 것은 다른 것이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자기 동네를 벗어나 살아본 적 없는 효선에게, 시집을 간다는 것은 곧 세상이 바뀐다는 뜻이었기 때문이다. 낯선 마을, 낯선 집, 낯선 사람들. 두려움보다 설렘이 먼저였다.


그리고 또 하나.

매일같이 얼굴을 마주치던 오빠들과 사촌오빠들,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여겼던 동네 또래 남정네들과는 전혀 다른, ‘진짜 사나이’를 만난다는 생각이 효선의 가슴을 은근히 두근거리게 했다.


사실 효선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순하고 어수룩한 시골 처녀만은 아니었다.

집 뒤편 사랑채에 쌓여 있던 사촌오빠들의 책과 잡지들—읽다 던져 놓은 그것들을 효선은 하나도 빠짐없이 읽어냈다. 글자로 된 세상은 효선의 놀이이자 비밀이었다. 밤이면 책에서 본 장면들을 머릿속에서 이리저리 바꿔보며, 만들어보지 않은 세상이 없을 만큼 상상 속에서 살았다.


효선의 머릿속에는 이미 수십 번의 연애와 수백 가지의 인생이 지나갔다.


(다음 이야기로)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