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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 <어린 왕자>

마음의 별을 다시 찾는 법

by Henry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는 하늘을 사랑한 사람이었다.

비행기 조종사였고 모래바람과 별빛을 벗 삼아

고독과 책임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아는 작가였다.


그의 삶은 위험했고 외로웠지만

외로움 속에서 맑은 진실을 발견했다.

진실이 《어린 왕자》가 되어 세상에 남았다.


어린 왕자는 많은 별을 여행한다.

하지만 여정은 넓은 우주를 탐험하는 모험이라기보다

어른이 되어 잃어버린 마음을 되찾는 과정에 더 가깝다.


사막에 불시착한 조종사 앞에 나타난 작은 소년은

어른들이 잊어버린 질문을 던지고

사랑과 책임이 무엇인지

단순한 문장으로 다시 가르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이 문장은 시대를 지나며 수많은 사람의 가슴을 붙잡았다.

눈에 보이는 숫자, 지위, 근심, 증명들 사이에서

우리가 잃어버린 것을

생텍쥐페리는 조용히 말한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마음의 움직임 속에 있다.


어린 왕자는 여우를 만난다.

그리고 길들이는 일,

즉 사랑한다는 것은

서로의 시간을 들여

조금씩 마음을 여는 과정이라는 것을 배운다.

여우는 말한다.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너는 영원히 책임이 있어.”


생텍쥐페리는 이 문장을

명령처럼 쓰지 않는다.

그저 사실처럼 조용히 놓아둔다.

책임이란

누군가를 소중하게 여긴다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임을

독자가 스스로 이해하도록 한다.


어린 왕자는 다시 길을 떠난다.

사막은 여전히 텅 비었지만

그 속에서 그는 물을 발견한다.

물은 생존의 물이 아니라

누군가를 생각하며 길을 걸을 때 생겨나는 마음의 샘물에 가깝다.


생텍쥐페리는 사막의 고요를 통해 말하고 싶었다.

사람은 혼자일 때 가장 솔직해지고

고독 속에서만 비로소

자신이 잃어버린 별이 어디에 있었는지 깨닫게 된다고 얘기한다.


어린 왕자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문득 멈춰 서게 된다.

언제부터 우리는

중요한 것들을 ‘중요하지 않다’고 넘겨왔을까?

언제부터

사랑을 번거로운 일로 생각하고

책임을 부담으로 여겨왔을까?


<어린 왕자>는 거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하지만 작은 속삭임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천천히 바꿔놓는다.

생텍쥐페리는 별과 사막,

여우와 장미 같은 상징들로

우리가 잊어버린 감정의 결을 다시 일으켜 세운다.


책의 끝에서 어린 왕자는 떠난다.

하지만 사막에 남겨진 조종사는

이후로 별을 바라볼 때마다

조용히 웃는다.

웃음은 다시 찾은 마음의 자리에서 나온 빛이다.


생텍쥐페리는 말하고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장미를 품고 살아간다고 얘기한다.

그 장미가 우리를 지치게 하더라도

끝내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하나,

사랑은 책임이자 선물이며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유일한 힘이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어린 왕자는 우리 안의 기억이다.

어른이 되어 잊어버렸던 질문들과

사막 속에서 되찾은 고요함,

그리고 아주 오래된 마음의 빛이다.


빛을 다시 바라보는 순간

깨닫는다.

삶의 중요한 것들은

언제나 눈에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조용히 숨 쉬고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Hen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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