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불안 사이에서

내 선택 같지 않게 느껴질 때

by 담빛

선택이 어려워지는 순간에는
대개 이유가 하나 더 숨어 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보다
누구의 기대를 먼저 떠올리게 될 때다.


“부모님이 뭐라고 하실까.”
“이 선택이 실망스럽진 않을까.”
“괜히 걱정 끼치는 건 아닐까.”


이 질문들은
소리 내어 말해지지 않지만
선택의 순간마다
마음 한켠에 먼저 자리 잡는다.


그래서 선택은
점점 ‘내가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
‘괜찮아 보이는 것’으로
기울어진다.


이때 많은 청소년들이
혼란을 느낀다.
분명 내가 고른 선택인데,
막상 결정하려고 하면
이 선택이
내 마음에서 나온 것 같지 않게 느껴진다.


기대는
늘 악의로 다가오지 않는다.
대부분은
걱정이라는 이름으로,
사랑이라는 얼굴로
조심스럽게 얹힌다.


그래서 더 어렵다.
부담스럽다고 말하기엔
미안한 마음이 먼저 들고,
거절하기엔
고마운 마음이 앞선다.

그러다 보면
선택은 점점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 아니라
‘맞춰야 할 답안지’처럼
느껴진다.


이 과정에서
불안은 자연스럽게 커진다.
잘 선택하지 못하면
내가 실망스러운 사람이 될 것 같고,
그 실망이
관계로 이어질까 봐
마음은 더 조심스러워진다.


그래서 어떤 선택도
선뜻 내 것이 되지 못한다.
고르지 않아서가 아니라,
고른 뒤에
감당해야 할 시선들이
너무 많아 보여서다.


하지만 선택은
누군가를 만족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다.


그리고 실망을 피하는 방식으로
인생이 결정되지는 않는다.

이 시기에 필요한 건
정답 같은 선택이 아니라,
이 선택이
누구의 기대에서 시작되었는지를
한 번쯤 돌아보는 일이다.


이건 정말 내가 궁금한 걸까.
아니면 실망시키지 않기 위한 선택일까.

이 질문을 던질 수 있을 때,
선택은 조금씩
다시 내 쪽으로 돌아온다.


기대와 불안 사이에서
계속 흔들리고 있다면,
그건 아직 미성숙해서가 아니라
관계를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이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마음을
조금 덜 몰아붙이는 순간,
선택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결정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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