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생활에서 미움은 감당해야 하는 책임감이다
나는 회사생활 내내 늘 미움받는 자리에 있었다.
내가 과장 때였다.
영업 사원에게 지급되는 지원비를 정액에서 실비로 변경하는 프로젝트를 맡았다.
직원에게도 합리적이고 회사의 세무 이슈 제거 등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었는데
문제는 오래된 관행 같은 제도를 변경하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제도가 변경되면서 이전과 이후로 사람마다 지원의 차이가 생겼다.
물론 받아야 하는 혜택을 늘리고 불합리한 혜택을 줄이는 과정이었지만 받던 것을 빼앗기는 사람입장에서는 기분이 그리 좋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전국의 500여 명 대상자 앞에서 zoom을 통해 실시간 제도 변경을 설명하고 Q&A를 받았다.
생방으로 진행되는 설명회는 큰 무리 없이 끝났으나 그날부터 나는 블라인드에서 핫한 인사가 되었다.
대표해서 발표한 나에게로 온갖 화살이 향했다.
제도 자체의 논쟁 외, 왜 특정 질문을 받았을 때 웃었느냐. 우리를 무시하는 것 아니냐. 같은 과대망상에 근접한 댓글은 그럭저럭 괜찮은 편에 속했다.
댓글에는 충격적인 성적인 희롱도 포함되었다.
그때 익명 공간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괴물이 되어가는지 분노의 표출을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등을 배우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나는 다행히 비합리적인 이야기에 감정적으로 쉽게 무너지는 사람은 아니었다.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제도 변경이었고 제도의 합리성에 대해 확신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날의 비난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남을 수 있었다.
이것은 특별한 경험 축에 속한다. 하지만 회사 내에서 특히 내부직원과 일을 할 때는 서로 가지고 있는 상황과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의견이 부딪히기도 하고 욕먹을 상황이 생기는 것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내가 맡은 일들이, 그리고 우리 팀의 위치가 특히 그랬다.
여러 부서의 의견을 조율하면서 설득시키고 회사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나가야 했다.
쉽게 말하면 피곤한 일이 많은 부서였고 공격이나 원망의 대상이 되기 딱 좋았다.
후배들은 가끔 물었다. 선배는 어떻게 비난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자신 있게 의견을 표출하고 일을 하냐는 것이었다.
나는 이 부분에 대해 명확하고 간단한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내 면전에서만 욕 안 하면 돼."
누군가가 내 앞에서 대놓고 욕을 한다면 그것은 내 태도의 문제이거나 내가 제시하는 의견의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 내가 지나간 자리에서 저 대리, 저 과장한테 또 당했어. 하면서 욕을 한들 무슨 대수일까.
물론 이것은 내가 상대적으로 회사 내에서 약한 포지션, 즉 직책 등의 권력으로 찍어 누르는 위치가 아닐 때는 유효한 마음가짐이긴 하다.
시간이 지나 연차가 쌓이면서 나는 부하 직원이나 팀원도 그렇게 훈련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팀원이 다른 부서 간의 이견차이로 어려움이 있을 때 나는 당장 그 부서와 직접 소통하지 않는다.
팀원 선에서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팀장이 해결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고 그게 필요할 때도 있다.
다만 그럴 경우 단점은 그 후에 또 문제가 생기면 다른 부서에서는 담당 실무자가 아닌 늘 팀장인 나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나는 직접 해결하는 대신에 팀원과 논쟁이 되는 부분을 다시 파악하고, 논리를 다시 재점검하여 어디까지 관철시킬 것인지 검토하는 조율 과정을 거친다.
그 후에는 팀원이 다시 그 부서와 이야기하게 한다. 필요하면 그 팀 팀장도 네가 직접 만나고 오라고 한다.
어려운 일인 것을 안다.
하지만 한 번 제대로 하고 나면 회사 내에서 이 일의 담당자는 누구인지 명확해진다.
팀원은 팀을 대표하는 권한을 일부 위임받으면서 책임감도 높아진다.
제일 중요한 것은 팀원이 풀기 어려운 일을 해결해 보면서 욕먹는 것에 대한 두려움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전쟁터 나가는 내 팀원에게 말해준다.
"네 팀장 뒤에 있으니 잘 싸우고 와.
그리고 네 앞에서 욕하는 것 아니면 말이야. 기죽지 마."
누구나 미움받는다.
대통령도 전지전능한 신도.
생각해 보면 받는 미움의 크기는 책임지고 있는 것의 크기와 비례하는지도 모르겠다.
회사에서도 책임을 지는 자들은 누구나 그 미움을 감당하고 있지 않을까?
왜 비난받는지 눈감고 귀 닫고 외면하면서 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이 글을 클릭한 많은 이들이 미움받을까 전전긍긍하는 마음 여린 후배들일 가능성이 많기 때문에 말한다.
미움받기 싫어서 해야 할 일을 멈추지 않기를 바란다.
얼굴 보고 욕하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기죽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