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에서 나를 지키는 선과 경계

사람은 중요하지만, 선은 더 중요했다.

by 은이영


지난 글에서 나는 회사에서 결국 사람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내가 당장 이 회사를 떠난다고 하면 남는 것은 퇴직금과 함께 했던 사람들일 것이다.

하지만 사람만으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리고 오히려 사람 때문에 지치고, 상처받고, 소모되던 시기도 있었다.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

회사 생활의 첫 시작은 다양하다.

이미 적은 나이가 아니고

학교에서는 '꼰대'소리 듣는 대선배지만

회사에 들어와서는 다시 '병아리'가 된다.

사춘기 이후로

또 한 번 사회적 '자아'가 형성되는 시기이다.


먼저 나를 알아야 한다.

회사 내에서 내가 원하는 내 모습,

회사 내에서 내가 원하는 관계 등

나를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


왜냐면 냉정하게 말해서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고 행동하는지는

전적으로 내가 그렇게 보였기 때문이다.


처음 입사를 하면 누구나 '좋은 사람'처럼 보이고 싶다.


하지만 부탁을 거절하지 않고

불합리해도 참고

싫은 소리 듣지 않으려 먼저 맞추다 보면


일을 더 많이 맡게 되는 사람,

감정 쓰레기통이 되는 사람,

만만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내가 원하는 '좋은 사람'의 정의가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사람을 잘 챙겨서 직장이라는 치열한 전쟁터에서

내 편을 만드는 것과

나를 소모하면서까지 맞춰주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사람'원하는 것은

일 할 때는 프로페셔널하게,

인간관계에서는 따뜻한

균형을 이루는 사람 일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회사 내 롤 모델을 찾고

그 사람의 모습을 학습하는 것이다.

제일 빠른 길이다.


하지만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얼마만큼 참을 수 있는지

어떤 것에 제일 화가 나는지

사람마다 한계가 다르다.


내가 설정한 보편적 경계들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1. 일 잘하는 사람 = 다 받아주는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자기 일의 한계와 범위를 명확히 하는 사람이 오래간다.

불편해지기 싫어서,

어색한 그 순간이 싫어서

'이건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일에

무조건 바로 "네"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못합니다"라고 말하지도 않는다.

그냥 시간을 갖는다.

바로 대답하지 않는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지 않는다.


'그 일'을 하기 위해서는 어떤 지원이 필요하고

나는 지금 우선순위에 있는 '어떤 일'을 하고 있고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는

'어떤 시간 내에 어떤 정도'라는 것을

전달하고 의논하는 것이 좋다.

같이 길을 찾아가야지

모든 것을 내가 떠안을 필요는 없다.



2. 나를 불편하게 하는 관계는 억지로 유지하지 않는다.


모든 사람과 친해야 할 필요는 없다.

난 내 에너지의 한계를 잘 알기 때문에

내 에너지를 나눠 줄 사람들을 신중히 선별했다.

그리고 친해지기 전까지도 쉽게 예의를 풀지 않고 충분히 시간을 가졌다.


불편하고 실망스러운 관계는

계속 유지하지도

요란스럽게 끊지도 않았다.

조용히 마음에서 끊어내고 적당한 거리를 유지했다.


좋은 관계는 서로가 편하고 긍정적인 관계이다.

헤어질 때 다시 만나고 싶은 관계이지

피곤하고 한쪽이 맞춰주는 관계는 아니다.


연락이 줄어드는 것은 관계가 끝난 것이 아니라

내 에너지를 지키는 방식을 뿐이었다.


3. 절대 받아들여서는 안 되는 것도 있다.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하지만

아직도 농담 삼아 '성'적인 이야기나

'선'넘는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무개념인 사람은 늘 있다.


그런데 잘 보자.

그런 사람들도 사람 봐가면서 말한다.

그리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만든다.


이런 부분은 교통사고 같아서

그런 얘기가 나올만한 분위기를 만들 자리나

상황을 만들지 않는 방어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잘못한 것은 그 사람이지만

당하면 기분 나쁘고 상처받는 것은 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라면

'무반응'으로 첫 번째 의사를 표현하고

더 이상은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명확한 의지의 표현을 덧붙여야 한다.




나도 수많은 밤을 이불을 발로 차며

이 말을 왜 했을까

이 말을 왜 못했을까

후회하기도하고 울기도 했다.


회사 생활도 결국 사람들 사이에서

부딪히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이 중요하다.

그리고 나는 여전히 사람을 믿는다.


다만, 예전과 같은 방식으로는 아니다.

사람을 지키려면

먼저 나를 지켜야 한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지키는 사람을

더 존중하고 귀하게 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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