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서 아침을 : 홈메이드 모닝구
가끔은 일상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내가 뭘 하고 있는 건가 싶어서,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조급해진다. 노인들이 무료함을 달래러 인천공항에 머문다는 뉴스를 보았다. 꼭 뭔가를 위해 열렬하게 사는 삶만이 의미 있는지에 대해 생각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목표에 가닿는 일을 해 나가는 것이, 결과가 어찌 되었든 간에 보람차게 사는데 도움이 되는 일이지 하고 생각하게 된다.
남편이 자판을 두드리는 나를 보더니 '너는 도대체 매일 뭐 하는 거야?' 하고 묻는다. 나는 조금 큰 소리로 되받아쳤다.
"나도 뭐라도 좀 하고 싶어."
비꼬는 말도, 놀리는 말도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 그냥 그 애가 말을 거는 방식이다. 나도 화가 난다던가 짜증이 난다던가 하지 않았다. 그냥 조금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고 할까. 어떤 상황에서도 역경을 딛고 헤쳐 나가 결국에는 성공에 이르고야 마는 성공스토리들이 스친다. 이전의 나라면 그래 나도 당연히 할 수 있지! 하고 생각했겠지만, 요즘은, 아니 지금은 좀 자신이 없어진다. 환경을 탓하고 싶지는 않지만, 어쩔 수없이 피하고 넘어야 하는 돌부리, 바위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으면 누구나 지치기 마련 아닐까 하고.
아침부터 왼쪽 가슴도 아프고, 속이 꽉 막힌 것 같아 챗gpt에게 진단을 받아보기로 했다. 타국에서는 동네병원에 가는 일도 무수한 돌부리 중 하나다. 똑 부러지고 배려심 많은 이 주치의는 아무래도 통증은 왼쪽으로 쭈그린 채 잤기 때문인 것 같고(그렇지만 오른쪽으로 자면 소화가 잘 안 되는걸..), 소화불량은 어젯밤 늦게 치킨을 먹고(맥주도 먹고) 잔 것이 원인인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려주었다.
그의 조언에 따라 오늘의 아침은 에그스크램블이다. 굶으면 더 속이 쓰리게 되니 두부나 달걀을 먹으라고 해 하나를 고른 것이다. 레시피는 알려주지 않아 대충 마음 가는 대로 만들기로 했다. 버터녹인 팬에 달걀 세 개를 깨 넣고 얕은 불로 달구며 나무숟가락으로 부지런히 젓다가 설탕과 소금을 조금씩 넣어 골고루 간이 베일 때까지 또 조금 저어 완성. (사실 별도의 볼에 우유나 생크림을 약간 추가한 달걀물로 만드는 것이 보통이다) 싸구려 호텔에서 먹었던 무수한 에그스크램블과 전에 만들었다가 실패했던 달걀요리들이 떠올랐다. 왠지 쉬워 보이는 메뉴라 괜한 오기에 레시피를 찾아보지 않게 되는 메뉴가 바로 이 에그스크램블이다. 오늘은 꽤 성공이다.
따뜻한 차를 함께 마시면 좋을까 싶어 현미녹차를 꺼내 함께 마셨다. 달걀요리만 먹고 나면 금세 나아질 것 같았는데, 여전히 온몸이 불편해 또 주치의를 찾았다. 녹차는 절대 안 된다는 호통을 듣고, 커피포트에 남은 물에 생수를 부어 미지근한 물을 만들어 마셔본다. 집에 사다둔 소화제도 세알 먹었다. 체하는 게 뭔지 잘 몰랐던 시간을 지나 소화와 싸우는 날들이 점점 더 많아진다.
어깨와 팔목, 손가락 관절들과 허리도 말썽이다. 대단히 아프지는 않아도 어찌나 거슬리는지 왼쪽 손은 자주 주무르게 되고, 오른쪽 어깨는 수시로 돌려주는데 나아지는 기색이 없다. 어깨가 아파지게 된 지 수년만에 찾은 병원에서는 별것 아니라는 듯 무신경하게 말했다. 다들 이런 통증은 하나씩 가지고 있는 건지 아니면 목숨이 위태하지 않은 병을 가진 환자에게는 모두 이렇게 대하는 건가. 그것도 아니면 내가 너무 많은 질문을 해서 귀찮아진 걸까?
침대를 장만하면 어깨와 허리통증이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중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오랫동안 매트리스 대신 요를 깔고 잤는데, 이제는 정말로 침대를 장만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 경험해 본 바, 허리통증이 좋아지는 방법 중에 유효하다고 느끼는 것은 스트레칭(아직 효과를 보지는 못했으나 백 년 허리로 유명하신 정선근 선생님의 말을 신뢰하는 중이다)과 잠자는 시간을 줄이는 것이다.
어린 시절, 별일 없는 방학이면 아침 10시까지 자곤 했는데 그럴 때마가 엄마는 "넌 허리도 안 아프니?" 하고 말하곤 했다. 그때 나는 너무 쌩쌩해서 그게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이제는 절실히 안다. 조금이라도 안 아파지고 싶은 마음에 수면시간을 기록하기 시작했는데, 수면시간이 길어질수록 통증이 진해진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렇다고 너무 적게 자는 것은 컨디션에 문제가 생기니 7시간 30분에 맞춰 자는 것을 노력해 보기로 했다.
덕분에 최근에는 자정에는 잠자리로 가는 습관이 들고 있다. 회사에 다니지 않게 되면서부터는 언제 일어나도 상관없게 되었는데, 종종 졸려서 당장 잠들지 않으면 안 되는 상태가 될 때까지 책상 위에 있곤 했다. 12시가 넘으면 일은 왠지 더 잘되고 집중력도 높아지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시, 세시가 되면 다음 달부터는 어김없이 하루가 망가지 시작한다. '밤까지 일했으니까' 같은 보상심리 탓이다.
나는 점점 더 늦게 일어나게 되고, 점점 더 늦게 잠들고.. 급기야 오후가 다 되어 정신 차리게 되고 그럼 어느 순간 하루가 몽땅 사라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요즘의 나는 졸리지 않아도 그냥 책상 위를 벗어나 잠자리로 간다. (물론 노트북을 들고 간다.) 그러면 일단 두시세시까지 책상에 있는 일은 적어도 벗어날 수 있고, 적당한 수면시간을 얼추 맞출 수도 있게 된다.
언젠가 일기에 몸이 짱짱해지면 마음도 짱짱 해지는지에 대해 썼다.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다고 하던데, 아무래도 완전히 믿어보는 편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짱 짱 마음 짱짱 프로젝트를 실천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다시 피트니스 센터를 다녀야 하나 싶기도 하고, 드디어 미뤄둔 달리기(미뤄둔 지 10년이 되어간다)를 해야 할 때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쓰고 있는 것이 민망하게도 아직 어떻게 해야 하는지 확실히 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만큼 살며 배운 것 중 하나는, 원하는 것이 생기면 당장은 삐뚤거려도 결국 원하는 곳을 향해 가게 된다는 거다. 결국 나에게 맞는 가장 좋은 방식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다. 어느 것이 먼저든 일단 그것은 괜찮으니 몸도 마음도 건강한 날들을 보내고 싶다.
간단하게 만드는 에그스크램블
1. 프라이팬에 버터를 녹인다.
2. 달걀 세 개를 프라이팬에 넣은 후, 뭉툭한 조리도구로 달걀을 풀어가며 익힌다.
3. 후추, 소금과 설탕을 한 꼬집씩 넣고 조금 더 익혀 애그스크램블 모양을 만든다.
5. 접시에 담아 맛있게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