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화. 중환자실의 밤

서명과 기계음, 그리고 눈이 뜬 사람

by Journey

중환자실 앞 복도는 계절이 없는 곳이었다.

창문 없는 통로에 형광등이 밤낮없이 켜져 있었고, 소독약 냄새가 코 안쪽에 들러붙었다. 바닥은 과하게 반짝였는데, 그 반짝임이 오히려 사람을 더 초라하게 만들었다. 신발 밑창이 미끄러질 때마다 끽 소리가 났다. 별거 아닌 소리인데, 그날따라 너무 크게 들렸다.


그 복도를 걸어오는 동안 우리 가족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벽에 붙은 면회 안내, 감염 주의, 손 소독제 펌프... 그 모든 것들이 우리한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여기는 네가 알던 병원이 아니라고. 여기서는 네가 결정해야 한다고.


담당 교수가 우리를 불렀을 때, 목소리는 지나치게 차분했다. 그 차분함이 이상하게 더 무서웠다. 준비할 틈을 주지 않는 차분함. 우리는 그 목소리에 떠밀리듯 진료실 문을 밀고 들어갔다.


진료실은 생각보다 좁았다. 책상 위에는 차트와 모니터가 빽빽했고, 벽에는 장기 그림이 걸려 있었다. 교수는 모니터를 가리키며 말했는데, 말이 너무 또렷해서 더 잔인하게 들렸다.


“지금 자가 호흡이 거의 안 됩니다. 이산화탄소 수치가 높아요. 이대로 두면 위험합니다.”


위험하다는 단어가, 그날은 ‘죽는다’로 들렸다. 교수는 한 박자도 쉬지 않고 이어 말했다.


“지금은 기관절개를 해야 합니다. 인공호흡기를 연결하지 않으면 오늘 밤을 넘기기 어렵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해야 한다”가 “서명해야 한다”로 바뀌었다.
간호사가 서류를 꺼내 책상 위에 놓았다. 종이 뭉치가 두꺼웠다. 종이 자체는 가벼운데, 묶여 있으니 무겁게 보였다. 조항들이 빼곡했고, 굵게 처리된 문장들이 눈을 따갑게 했다.


“목에 구멍을 내서 관을 넣습니다.”
“이렇게 되면 목소리는 나오기 어렵습니다. 말이 거의 안 나올 수 있어요.”
“가래가 많아지면 석션을 자주 해야 하고요.”
“출혈, 감염 위험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공호흡기를 오래 달게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 말들이 하나씩 떨어질 때마다, 선택지가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살리려면 목에 길을 내야 하고, 길을 내면 말이 끊기고, 말이 끊겨도 살려야 하고... 머릿속에서 같은 문장이 맴돌았다.


어머니는 볼펜을 잡았다가 놓았다.
펜 끝이 종이에 닿기 직전에 멈췄다. 손끝이 덜덜 떨렸다. 이상하게도 책상 위에는 스테이플러랑 알코올 솜, 노란 포스트잇 같은 사무용품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그 평범한 물건들이 너무 얄미웠다. 지금 우리가 하는 일이, 이 물건들 옆에서 처리될 일이 아닌데.


“해야죠... 살려야죠.”


어머니가 낮게 말했다. 그 말은 확신이 아니라, 벼랑 끝에서 자기 자신을 떠미는 말 같았다. 그리고 서명을 했다. 잉크가 종이에 스며드는 순간이 유난히 또렷했다.


슥~ 스으윽, 슥.


그 소리가, 정말로... 아버지 목을 긁는 소리처럼 들렸다.
나는 그 순간 ‘아, 문이 열렸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닫을 수 없는 문.


기관절개는 곧바로 진행됐다.
면회 시간이 되자 우리는 출입문 앞에서 일회용 가운을 입었다. 얇은 부직포가 어깨에 걸리는 느낌이 낯설었다. 신발 커버를 씌우고 손을 소독제로 문질렀다. 손에서 알코올 냄새가 진동했다. 우리가 깨끗해지는 게 아니라, 그저 들어갈 자격을 흉내 내는 의식 같았다.


치이익--


자동문이 열리자 차가운 공기가 밀려 나왔다. 에어컨 바람이 아니라, 뭔가... 사람이 오래 머물면 안 될 것 같은 냉기. 침대들이 일정 간격으로 놓여 있었고, 커튼 뒤에서는 기계들이 숨 쉬고 있었다.

적막은 없었다. 대신 소리가 끊기지 않았다.


삐이이- 삐-
슈욱- 칙
우우우웅~~


알람, 바람, 펌프.
어디선가 석션 소리가 짧게 치고 들어왔다가 사라졌다. 숫자와 파형이 모니터에서 계속 움직였다. 움직인다는 게 살아 있다는 뜻일 텐데, 이상하게 그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생명이 화면에 걸려 있는 느낌이라서.


아버지는 가장 안쪽 침대에 누워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숨이 멈췄다.
아버지 입에는 굵은 관이 들어가 있었고, 관이 빠지지 않게 테이프가 하얗게 감겨 있었다. 입 주변이 비현실적으로 단단해 보였다. 침이 새지 않게 거즈가 덧대어져 있었는데, 그 거즈조차 너무 ‘정리된’ 모습이라 더 무서웠다.


기계가 공기를 밀어 넣을 때마다 아버지의 가슴이 들렸다.


슈우욱-

그리고 내쉬는 듯한 순간이 오면,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 리듬은 아버지 리듬이 아니었다.
아버지가 숨을 쉬는 게 아니라, 숨을 받는 것 같았다. 그 차이가 이렇게 크게 느껴질 줄 몰랐다.


손등이며 팔목이며 혈관이라는 혈관에는 줄이 꽂혀 있었다. 팔에는 주사 바늘, 옆에는 수액 펌프. 그리고 양손은 난간에 묶여 있었다. 억제대라고 했다. 의식이 돌아오면 관이 답답해서 뽑으려고 할 수 있으니 미리 묶어둔다고.


그 설명이 맞는 말인데도, 나는 그냥... 화가 났다. 누구한테인지도 모르겠다. 상황한테 화가 난 건지, 병한테 화가 난 건지, 우리가 여기까지 온 시간한테 화가 난 건지.


그리고 그때, 아버지가 눈을 떴다.

이미 눈이 떠 있었다.


저렇게 묶여 있는데, 저렇게 관이 꽂혀 있는데, 정신만은 깨어 있었다. 아버지의 눈동자가 우리를 보자마자 바쁘게 움직였다. 나를 보고, 엄마를 보고, 천장을 봤다가, 다시 입에 박힌 관 쪽을 봤다가.


그 눈은... 집에서 우리한테 “화장실 불은 껐지?” 하던 눈이었다. “문 잠갔냐?” 하던 눈. 늘 생활을 점검하던 눈. 그런데 지금은, 그 눈이 도망갈 곳을 찾는 것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어머니가 침대 옆으로 다가갔다.
다리에 힘이 풀린 사람처럼 한 걸음이 비틀거렸다. 어머니는 묶여 있는 아버지 손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여보... 나 왔어~”


아버지 손은 따뜻했다. 그런데 그 따뜻함이 오래 가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주 얇은 온기. 모니터에 뜬 맥박 수치가 올라갔다. 100을 넘고, 또 올라갔다. 아버지가 흥분하고 있다는 뜻이었다.

어머니는 관을 피해 얼굴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놀랐지? 숨이 너무 차서 그런 거래. 이거... 조금만 하고 있으면 괜찮아진대.”


거짓말이었다.
어머니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엔 진실이 도움이 안 됐다. 진실은 칼처럼 날카롭고, 우리는 이미 베이고 있었다.


어머니는 일부러 밝은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정말 쓸데없는 이야기들.


“집에... 밥솥 보온을 눌렀나 모르겠다.”
“가스불은 껐겠지? 내가 나올 때 두 번 봤는데도... 왜 자꾸 불안하지.”
“오는 길에 길이 좀 막혔어. 사람들은 다 잘만 다니더라.”


엄마의 말은 사실 아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지만, 엄마 자신에게 하는 말 같았다. 집이라는 단어를 붙잡고 있지 않으면, 여기서 무너질 것 같아서.


아버지는 눈으로 반응했다.
눈을 크게 뜨거나, 눈썹을 찌푸리거나, 눈동자를 왼쪽으로 굴리거나. 우리는 그걸 스무고개처럼 이해하려고 애썼다. 해독한다는 것이 더 맞을거 같았다.


“어디 불편해?”
(아무 반응 없음)


“아파?”
(아무 반응 없음)


“답답해?”

그제야 아버지가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긍정의 신호였다.


그런데 답답하다고 해서 우리가 해줄 수 있는 건 없었다. 관을 빼줄 수도 없고, 손을 풀어줄 수도 없었다. 그 무력감이 목구멍을 막았다. 나는 “괜찮아, 아빠” 같은 말을 하려다 말았다. 그 말이 너무 가벼워서. 아빠 앞에서 말이 가벼워지는 게 싫었다.


“면회 시간 끝났습니다.”


간호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고작 20분. 20분이 지나면, 우리는 다시 문 밖으로 나가야 했다.


어머니는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다. 아버지는 눈동자만 굴려 우리를 쫓았다. 그 눈빛이 등 뒤에 꽂힌 느낌이 들었다. 진짜로, 물리적으로 꽂힌 것처럼.


치이익- 쾅.

문이 닫히는 소리가 크게 울렸다. 소리와 공기가 갈라졌다. 우리는 다시 소독약 냄새 나는 복도로 밀려났다. 문 하나가, 안과 밖을 갈랐다. 살아 있는 사람의 바깥과, 살아 있는 사람을 유지하는 안쪽.


밤이 되자 대기실은 더 차가워졌다.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는 앉으면 엉덩이가 시릴 정도였고, 구석의 자동판매기는 웅웅거렸다. 그 소리가 이상하게 사람 숨소리처럼 들렸다. 누군가 컵커피를 뽑았는지, 어딘가에서 달달한 향이 잠깐 스쳤다. 그렇게 좋아하던 헤이즐넛 같은 향. 그게 너무 생활 같아서, 더 서글펐다. 여기서 그런 냄새가 나면 안 될 것 같았다.


문틈으로 기계 소리가 계속 새어 나왔다.


삐이이익-
슈우욱 칙-
삐이이익-


나는 귀를 막고 싶었다. 그런데 혹시라도 “보호자분!!!” 하고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릴까 봐, 귀를 열어두어야 했다. 귀를 열어둔 채로 견디는 건 생각보다 괴로운 일이었다.


어머니는 등을 곧게 세우고 앉아 버티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푹 숙였다. 어깨가 들썩였다. 울음소리는 밖으로 새지 않았다. 마스크 안쪽이 젖는 게 보였다. 손수건이 금세 축축해졌다.


“이 선택이... 맞았을까.”


어머니가 혼잣말처럼 말했다.
질문이라기보다, 입 밖으로 흘러나온 무게였다.


“차라리... 저렇게 고생 안 시키고... 그냥... 편하게...”


어머니는 문장을 끝까지 못 했다. 가게 두는 것이 어떤 건지, 어머니도 알고 있었다. 알고 있으니까 말을 못 했다. 나는 대답을 못 했다. 맞다,틀리다로 결론 내릴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우리가 한 건 정답을 고른 게 아니라, 그냥 살아 있게 한 거였다. 그리고 그 대가가 너무 컸다.


기관절개 이후의 시간은 생각보다 길었다.
밤이 길다는 말은 원래 이런 뜻이었나 싶었다. 시계는 움직이는데, 내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휴대폰을 켜면 시간은 02:14, 03:08, 04:01로 넘어가는데, 마음은 계속 같은 자리에 붙어 있었다.


아버지는 의식이 또렷한 날이 많았다.
차라리 혼수상태였으면 덜 괴로웠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가 바로 죄책감이 올라왔다. 그런 생각 자체가 너무 잔인한 것 같아서. 그런데 또, 솔직히... 우리는 도망치고 싶었다. 아버지 눈이 우리를 따라오는 그 순간이 너무 버거웠다. 눈이 말이 되고, 말이 칼이 되는 걸 매번 견딜 자신이 없었다.


말을 못 한다는 게 가장 잔인했다.
아버지는 평생 상황을 정리하던 사람이었다. “괜찮다” 한마디로 우리를 안심시키던 사람. 그런데 지금은 “괜찮다”를 꺼낼 입이 막혀 있었다. 대신 남은 건 눈과, 아주 작은 표정, 그리고 손끝의 미세한 떨림뿐이었다.

우리는 그 신호를 읽으려 애썼고, 그 과정에서 자주 틀렸다.


“아빠, 괜찮아?”


눈을 깜빡였는데, 그게 ‘예’인지 ‘아니오’인지 헷갈렸다.
“답답해?”라고 물었을 때, 아버지가 눈을 감아버리면 그건 답답하다는 뜻인지, 그냥 눈이 아픈 건지, 지쳤다는 건지.


사람이 사람을 이렇게 모를 수 있나 싶었다.
가족인데도. 평생 같이 살았는데도. 병이 사람을 바꾸는 게 아니라, 소통을 바꿔버리니까. 우리는 매번 아버지 앞에서 초보가 됐다.


대기실에서 나는 휴대폰으로 이것저것을 검색했다.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했다. ‘루게릭 예후’, ‘기관절개’, ‘삽관 후 회복’, ‘흡인성 폐렴’. 화면에서 무섭고 차가운 단어들이 쏟아졌다. 눈은 읽는데 머리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어느 순간, 화면을 내리다가 멈췄다. '가족 부담' 같은 문장이 보였다. 그게 제일 아팠다. 아버지가 숫자처럼, 항목처럼 느껴져서.


후회는... 말 그대로 뒤늦게 밀려왔다.
허리 아프다던 날, 우리가 “디스크겠지” 하고 웃었던 순간.
전화가 와도 “지금 바빠” 하고 끊었던 날들.
그런 게 죄처럼 떠올랐다. 죄가 아니어도, 죄가 되어버렸다. 중환자실 대기실에서는 원치 않는 영상처럼 과거가 자꾸 재생됐다.


어떤 날은 교수 면담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염증 수치가 조금 떨어졌습니다.”


그 말 하나로 우리는 하루를 버텼다. 웃지도 못하면서, 어딘가에 기대어 숨을 쉬었다. ‘조금’이라는 단어에 기대는 게 우스운데, 그땐 그랬다. 사람은 절박하면 ‘조금’으로도 산다.


그 다음 날엔 또 이런 말을 들었다.


“폐렴이 다시 번졌습니다.”
“혈압이 불안정합니다.”


희망과 불안이 시계추처럼 번갈아 왔다. 우리는 그 사이에서 계속 흔들렸다. 엘리베이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낯설었다. 눈 밑이 꺼져 있었고, 입술이 말라 있었다. 나는 거울 앞에서 한 번 표정을 정리했다. 아버지 앞에서는 울지 말자. 웃을 수 있으면 웃자. 그런 다짐을 한다는 것 자체가 이상했다. 감정도 계획해야 하는 시기가 온 거였다.


중환자실의 밤은 우리 가족 모두의 시간이 되었다.
아버지는 침대 위에서 싸우고, 우리는 의자 위에서 싸웠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멍해졌고, 누군가는 괜찮은 척 웃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게 동시에 가능했다. 같은 밤에. 같은 사람 안에서.


새벽이 되면 복도는 더 하얘졌다.
형광등 빛이 사람 피부를 병색으로 만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아침이 오면 좀 나아질 거야” 같은 기대를 안 하게 됐다. 아침이 온다고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다만 ‘하루가 또 시작된다’는 사실만 확인될 뿐.


그럼에도 아침이 오면 우리는 다시 문 앞에 섰다.
일회용 가운을 입고, 손을 씻고, 손이 마를 때까지 문질렀다. 그리고 같은 마음으로 속으로만 빌었다.


오늘은 알람 소리가 조금 덜 울리기를.
아버지가 눈을 떴을 때, 우리가 곁에 있는 걸 조금이라도 빨리 알아봐 주기를.
그리고 제발... 오늘 밤만은 무사히 넘어가기를.


기도는 늘 비슷했는데, 그게 지겨워지지 않았다.
비슷한 기도만 남는다는 게, 우리의 현실이었다.


중환자실 앞 복도는 여전히 계절이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리는 그곳에서 시간을 배웠다.
시간이 흐른다는 것.
흐르는데도, 어떤 순간은 끝내 지나가지 않는다는 것.


그 밤들이 그랬다.
지나갔는데도, 아직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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