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화. 에필로그

현명한 재상

by 낭만적 반역자

백성들의 경배를 받는 왕이 다스리는 한 나라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왕이 갑자기 사라졌고, 그의 생사조차 아무도 알지 못했다. 신하들이 왕의 생사 여부를 두고 끝없이 논쟁하는 동안, 나라는 큰 혼란에 빠졌다. 그때 한 현명한 재상이 나섰다.


“왕이 살아계신지 돌아가셨는지를 증명하려는 싸움을 멈춥시다. 대신 왕께서 여기 살아계셨다면 원했을 단 하나의 가치, 바로 ‘정의’를 우리의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삼고 그것을 따릅시다.”


재상의 말을 들은 신하들은 왕의 생사를 논하는 것보다 ‘정의’를 따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라는 빠르게 안정되었지만, 재상과 백성들의 마음속에는 채워지지 않는 공허함이 남았다. 그것은 바로 위대한 왕이 주었던, 단순한 안정 너머의 깊은 충만함과 기쁨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재상은 왕궁 가장 깊은 곳의 서고에서 먼지 쌓인 궤 하나를 발견했다. 그 안에는 왕국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작곡가이자 연주자인 음악의 거장이 남긴 마지막 교향곡의 악보가 들어 있었다. 악보는 그 자체로 완벽한 걸작이었지만, 한 번도 연주된 적 없이 수백 년간 종이 위의 침묵으로만 존재했다.


재상은 나라의 모든 연주자를 불러 모아 교향곡을 연주하려 했다. 그러나 연주자들은 걸작 악보의 위대함 앞에서 감히 악기를 들지 못했다.

“우리는 거장이 아닙니다. 우리 같은 평범한 연주자들이 이 신성한 악보를 망칠 수는 없습니다.”


그때 재상이 다시 말했다.

“거장은 악보를 숭배하라고 남긴 것이 아닙니다. 그 악보가 우리의 손에서 연주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남겼을 것입니다. 이 악보의 진정한 가치는 종이 위에 있을 때가 아니라, 우리의 서투른 손을 통해 온 나라에 울려 퍼질 때 비로소 빛을 발할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연주자들은 용기를 내었고, 오랜 연습 끝에 마침내 광장에 모여 그 교향곡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그 서툴지만 진심이 담긴 연주가 온 나라에 울려 퍼졌을 때, ‘정의’만으로는 채울 수 없었던 백성들의 공허한 마음은 눈 녹듯 사라졌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은, 서로의 서툰 소리가 어우러져 빚어낸, 설명할 수 없는 눈부신 ‘환희’였다. 그것은 왕을 기다리던 엄숙한 의식이 아니라, 그 선율이 주는 벅찬 생명력으로 영혼들이 춤추는 거대한 축제였다. 침묵하던 악보가 살아있는 음악이 되어 사람들의 영혼을 울렸다.


그 순간, 그들은 기이한 전율을 느꼈다. 눈앞의 옥좌는 여전히 비어 있었지만, 왕의 현존이 이미 그 광장을 가득 채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곧 깨달았다. 그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왕’은 저 먼 곳에서 ‘돌아오는’ 존재가 아니었다. 왕은 그들을 다스리기 위해 ‘존재했던’ 과거의 실체가 아니라, 바로 지금 그들의 ‘연주’를 통해 이 땅 위에서 ‘살아있는 음악’으로 ‘탄생’하고 ‘존재하게 되는’ 위대한 ‘사건’ 그 자체임을.


왕은 침묵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다. 그는 백성들이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연주할 음악을 위해, 가장 긴 여백을 남겨두었던 것이다. 우리의 사랑이 연주될 때, ‘신의 침묵’은 비로소 음악이 된다.


왕의 부재를 슬퍼하던 그 자리에서, 이 책은 조용히 당신에게 악기를 건넨다.

“이제, 당신이 신을 연주할 차례입니다.”


이 긴 여정을 마치면서 죄송한 고백을 해야겠습니다. 이 책에서 이렇게 많은 증거를 들이 밀었음에도, 나는 당신에게 사랑이 최고 가치임을 ‘증명’할 수 없었습니다. 변명처럼 느껴지지만 그것은 악보의 아름다운 선율을 수학 공식으로 증명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니체는 힘을 선택했고, 하라리는 유용성을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 악보, 즉 ‘아가페’를 선택했습니다.

이것은 논증이 아니라 초대이며, 이론이 아니라 증언입니다. 당신은 어떤 신을 연주하겠습니까? 어떤 삶의 소리를 세상에 울려 퍼지게 하겠습니까? 그 선택의 열매가 곧 당신이 믿는 신의 얼굴이 될 것입니다.


신은 침묵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랑이 연주될 아름다고 고귀한 여백을 남겨둔 것이었습니다. 긴 시간 험난한 산을 함께 헤쳐온 당신에게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이제 책장을 덮고, 당신의 일상이라는 광장에서 당신만의 교향곡을 시작하십시오. 한용운 선생께서 ‘님의 침묵’에서 말씀하셨듯, 그 선율 끝에서 우리는 반드시 다시 만날 것을 믿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작은 제안을 드려도 될까요.

이 30화의 여정이 여러분 가슴에 조금이라도 닿았다면,

우리가 함께 시작한 이 『성스러운 반역』이 더 멀리 울려 퍼지도록

‘음표 하나’를 보태어 주십시오.

지금 이 글 아래에 남겨주시는 짧은 한 마디는,

단순한 댓글이 아닙니다.

그것은 이 사유가 디지털의 신호를 넘어

묵직한 종이의 질감을 입고, 세상을 향한 거대한 교향악으로 완성되게 할

첫 번째 연주가 될 것입니다.

여러분의 목소리가 모일 때,

저 또한 여러분과 함께 이 책을 진짜로 연주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한 음표 하나하나가 제게는 이 길을 계속 걸어갈 커다란 용기가 됩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당신의 삶이 언제나 아름다운 선율과 사랑으로 가득 차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