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우리

by 박은비


신이 우리를 시샘한 걸까?

흐드러지는 벚꽃 그림자 아래서
헤어진 우리

그저 두해살이 사랑이었잖아,
봄에 시작해 봄에 끝맺은.

이리 말하기에는
너라는 여운이 너무 길다.

너른 벌판에 홀로 누워
셀 수도 없는 구름의 수를 세

널 향한 그리움을
측량하는 것처럼

신이 잠든 사이에
몰래 사랑할 걸

만약에 우리 그랬다면
이듬해 봄에 함께였을까?


봄에 시작해서 봄에 끝맺은 두해살이의 짧은 사랑일 뿐인데 여운이 긴 사랑이 있다.

너른 벌판에서 셀 수 없는 구름을 세듯 측량할 수 없는 그리움을 헤아려본다.

그리고는 우리의 헤어짐을 괜히 신께 핑계 댄다. 신이 시샘하여 우리는 헤어진 것이라고...

'신이 잠들 때 몰래 사랑했다면 이듬해 봄도 우리는 함께였을까?'라는 미련스러운 상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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