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먼저 만나자고 했었잖아. 근데 왜 잠수 타는데
그렇게 그와 헐레벌떡 만나고 헤어지고 시간이 지나고 그렇게 나는 나의 하루하루를 열심히 보내면서 나름 뿌듯하게 삶을 살고 있는 중이었다.
토요일 점심을 먹고 나른하게 쉬고 있는 중에 그에게서 연락이 왔다.
지수야, 나의 사랑하는 지수야 뭐 하니? 밥은 먹고 다니니
라고 카톡이 왔다.
오늘 기다리던 오빠를 만나나?
라는 생각으로 답장을 했다.
본인이 미팅이 백운호수에서 미팅이 5시쯤 끝날 것 같은데 그때 내가 이야기했던 산책코스를 산책하자는 것이었다.
내가 저번에 어렴풋이 이야기했었던 것 같다. 내가 그토록 원하던 산책이다!라는 생각으로 5시 조금 넘어서 미팅이 끝날수도 있는데 많이 늦지는 않을거라며 오늘 만나자고 했다.
치!! 그걸 생각하고 있었구나? ㅎㅎㅎ
2시쯤 그와 연락을 하고 나는 바로 근처 마트로 가서 김밥재료를 사기 시작했다. 좋은 재료를 고심하면서 당근도 국내산 흙당근으로 사고, 시금치도 싱싱한 걸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재료를 담기 시작했다.
그에게 내가 한 음식을 꼭 먹이고 싶었기 때문이다. 매일 고생하는 그에게 맛있는 집밥을 꼭 먹이고 싶었던 나의 마음이었다.
김밥이 제일 쉬운 음식이긴 하지만 사랑과 정성이 들어간 김밥을 한여름밤에 산책하면서 먹는다면 더 맛있을 것 같은 생각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나는 신이 나서 김밥재료를 사고, 사랑과 정성으로 가득 담아 매콤진미채김밥을 만들기 시작했다.
김밥을 싸고, 예쁘게 담으면서 그와 시원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매콤진미채김밥을 먹을 생각을 하지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평소 백운호수를 산책하고 싶다고 그에게 이야기한 적이 있었었다. 백운호수는 의왕시에 있는 호수인데 한 번은 그 근처에 맛집이 많아 점심을 먹으러 갔었던 적이 있었다. 점심을 먹고 산책을 한 적이 있는데 억새풀이 있고, 사람들이 서로서로 예쁜 모습을 담아주겠다며 사진을 찍은 기억이 나에겐 행복한 기억이고, 하고 싶은 일중 하나였기에 그와 백운호수에서 산책을 하고 싶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나는 김밥을 싸서, 세상 예쁘고 조신하게 도시락에 넣은 다음 생수와 함께 과일까지 곁들여 도시락을 준비해서 들뜬 마음을 안고 네비게이션으로 백운호수 주차장으로 목적지를 정한 다음 아주 즐겁고 행복한 재즈를 들으며 그를 만날 생각에 들떠서 운전을 했다.
역시나 그는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3시간이 지나도 나타나지 않고 전화를 여러 통이나 했는데 연락도 받지 않는 그에게 실망였다. 이놈 뭐지? 보통 이 정도로 늦거나 하면 예의상 연락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으로 화가 매우 났었다. 누군가 내 마음을 들여다 봤다면 아마도 블랙홀처럼 매우 크고 빛 한 줌 없이 지하 끝까지 요동쳤을 것 이었다.
나는 오늘도 못 보는 걸 알고 체념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가는 길은 그렇게 즐거웠는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세상 무너지는 듯이 나의 마음과 발걸음은 무겁고 축축했었다.
그는 자정이 다 되어서야 본인이 약속장소에 못 나오는 이유와 연락을 못했던 이유에 대해서 미안하다고 일이 이제 끝났다며, 연락이 미안한 척 왔다.
이거 예의라고는 없는 놈인데 , 뭐지?
그때 의심을 했었어야 했다. 세상에는 조금 이상한 사람은 없다. 그냥 이상한 사람이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리움이 너무 큰 나머지 이 사람을 놓치고 싶지 않은 생각에 그냥 그 생각을 잠시 멀리 던져버렸던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의 행동은 이상한 점이 한두 개가 아니었는데 나는 그저 보고 싶다는 마음하나로 그 이상한 행동들을 전부 희석시키고 해석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나는 또 어이없게 그를 또 이해하기로 했다. 내가 이해해 줘야지 이렇게 늦게까지 일하고 보고 싶은 사람도 못볼정도로 매우 바쁘고 힘든 사람인데 내가 그를 이해해 줘야지 하는 마음으로 그를 또 한없이 이해하고 용서하고 보듬어 주기로 했던 것이었다. 마음은 힘들고 슬프지만 그렇지 않은 척, 또 위로를 하면서 그를 걱정했다.
그는 미팅이 너무 힘들었고, 늦게 끝났었는데 못 마시는 술을 먹어서 힘들다고 했었다. 나는 그에게 나의 마음이 담긴 노래를 공유해 주면서 그를 위로함과 동시에 그를 위로하지 못하는 나도 위로했었다. 그는 사랑한다며, 그 노래를 듣고 눈물이 나온다고 했었다. 그날은 나도 그도 힘든 날이었나 보다....
우린 둘 다 위로받아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마음은 힘들어도 몸이 고되니 잠은 잘 자는 것 같았다. 잠을 잘 자니 당연히 컨디션도 좋고 나의 기분도 다시 새롭게 리프레쉬되었었다. 나의 새로운 일과는 아침에 일어나서 부스스하지만 그래도 꾸미지 않는 내 모습을 셀카로 담아내어 그에게 보내는 것이었다. 사랑에 빠진 여자는 숨길 수 없다고, 나 스스로 혼자 짝사랑이었지만 그래도 내 몸은 사랑한다고 인식하여 여성스러운 호르몬이 계속 나왔었나 보다. 눈이 더 커지고, 입술과 볼은 붉어지면서 다시 십대로 돌아가는 마법 같은 일이 카메라 앞에서 펼쳐졌었다. 그래서 더 담아내고 싶었었나 보다.
힘든 일의 연속은 그에게 끊이지 않았다. 미팅의 연속으로 체력적으로도 지치는 걸로 모잘랐다.
얼마 전에는 퉁퉁 부은 손의 사진을 보내오면서 피곤하면 가끔 붓는데 이번에는 좀 더 심각하다고 했다. 나는 정말 놀랐지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는 또 내가 아프고 힘들까 봐 혼자 해결할 테니까..
병원에 다녀온 그는 인대가 조금 찢어져서 임시 깁스를 탈부착한다며 지금 병원에서 만드는 중이라며 나를 안심시켰다. 너무 걱정되고 안쓰럽고 내가 이 사람을 보듬어줘야겠단 생각이 더 들었다. 그렇게 나의 마음을 표현했을 때 오히려 그는 나를 더 위로하였다. 너무 걱정 말라며 일찍 저녁 먹고 건너가면서 전화한다고 했다.
지금 와서 보면, 사기꾼은 정말 상황 상황마다 어떻게 그렇게 구체적인 상황을 설명하고 구술했는지 모른다.
그리고 여러 사람을 한꺼번에 작업하는데 실수 없이 사기를 칠 수 있었던 이유는 임기응변이 엄청나게 뛰어났기 때문이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반인은 한 번도 겪지 못할 상황들을 그 사기꾼은 하루가 멀다 하고 겪어대니 노하우가 엄청나게 생겼었을 것이다.
집에 도착했을까? 깁스는 잘했을까?
그런 걱정도 사치로 느낄 정도로 그는 연락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