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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호 Oct 31. 2015

그 사람은 말에서도 향기가 났다


소나무 옆을 걸어가다가 솔향기에 기분이 너무 맑아진다.

지나가는 아름다운 여인에게도 향기로운 꽃 향이 은은하게 난다.

어머니의 맛있는 된장국 냄새는 이로 말할 수 없을 만큼 생각날 때가 있다.

우리의 곁에는 늘 향이 존재한다. 

길에도, 들에도 여러 가지의 향을 맡을 수 있고 느낄 수 있다.


꽃향기도, 사람의 냄새도, 바람 마저도 어떤 향을 데리고 온다.

세상에는 내가 좋아하는 향이 정말 많다. 

데이지도 좋고, 박하향도 좋고, 진한 커피 향도 좋다.

 물론, 내가 썩 좋아하지 않는 불쾌한 향들도 많다.


어느 날, 여러 사람들을 만나면서 알게 된 것 중 하나는 사람의 말에도 향기가 나는 거 같았다.

어떤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그 사람의 향이, 그 사람의 말투에 고스란히 얹혀서 나에게로 전달되는 듯했다.

아주 아주 사소한 말일지라도 그 말은 나에게는 위로가 되었고 담백했고 이슬처럼 투명했다.

그때 알게 되었다. 

사람의 향은 후각적으로만 느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의 행동과 말투, 표정과 눈빛 모든 것에는 그 사람의 향이 짙게 묻어있다.


만약에 우리에게 언어가 없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세상을 살아갔을지 상상조차 안된다. 

우리들의 말은 생각이나 느낌 감정을 전달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다. 

목소리로 말을 전달하거나 글로써 마음과 기분을 전달할 수도 있다. 


글에서도 향기가 나는 신기한 일.

나에게서는 어떤 향이 나는 지 궁금하기도 하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불쾌하지는 않았는지 

나의 행동이나 표정이 불편하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조금은 되돌아봐야겠다고 느꼈다.

모두가 마찬가지겠지만 악취가 나거나 좋은 향이 나지 않는 사람은 곁에 두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혹여나 나에게서는 그런 향들이 묻어나가지는 않았는지, 조금은 고쳐나가야겠다고 다짐한다. 


나는 은은한 향기를 좋아한다. 부드럽기도 하면서 강렬한 것보다는 소소하고 잔잔한 그런 향.

그래서 돌이켜 생각해보면 내가 좋아했던, 존경했던 사람들에게는 

친절한 향이 났었고, 박하향보다 조금 더 상쾌한 향, 꽃보다 신비로운 향이 났었던 거 같다.

더 좋은 생각을 많이 해서 더 좋은 향이 내 몸에서  진하게 우러나올 수 있게 해야겠다.

내가 좋아했었던 사람처럼 내 주위에도 방향제처럼 조금은 잡냄새를 잡을 수 있게 

간직하고 싶은 그런 향을 만들어내는 사람. 


짐작하건대 우리 사회에서는 그런 사람들이 많이 필요한 거 같다.

놀라게 할 필요도 없고 때로는 달달한 모과향이 풍기고, 때로는 아로마처럼 편안하고 따뜻하게 

가끔은 박하처럼 시원하고, 때로는 이름 모를 꽃의 오묘한 향처럼 특색 있는 향을 가진 사람이 되어야겠다.


우리는 아름다움을 곁에 머물고 있는데 품어내지 못한다. 

좋은 향기를 만들 수 있는 사람도, 어쩌면 자신도 모르게 악취를 내는 행동을 할 수도 있다.

자기 자신을 모르기 때문이다. 꾸준히 관리를 하고 가다듬고 마음을 먹는다면 

주위에는 자연스럽게 향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어있다. 

향기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들이. 


그렇다고 해서 억지로 착한 향을 만들거나, 모든 사람에게 좋은 향을 내라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신에게 어떤 향기가 나고 있는지를 알았으면 하는 것이다.  모르고 있기에 조금은 아쉽기도 하고 안타깝기도 한 것이다. 알고 보는 세상은 달라 보인다. 

몰랐던 것을 알고 체험을 하고 나면 세상이 조금은 달라 보인다. 


솔향기를 맡아 본 사람이 다시 솔향기를 맡으면 그게 솔인지 알게 되듯이

우리도 일단 유익한 사람들은 만나고 흐뭇하게 즐거운 인연들을 만나보자. 

그 사람들의 냄새를 기억하고, 좋은 향을 기억하자.

그리고  그것을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구태여 그렇게 하는 게 좋다는 입장이다. 


더 좋은 향을 많이 가진 사람은 일단 자기 자신을 더 흥겹게 할 수 있다. 

나에게서 좋은 향기가 나면 누가 제일 좋겠는가?

바로 자기 자신이 가장 좋다. 

나에게 악취가 나면 하루 종일 불쾌할  수밖에 없다.

나를 행복하게 할 수 있는 사람. 


당신과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은 당신이기에 

잊지 말아야 한다. 냄새만이 향기가 아니라는 것을 

말투와 행동, 표정과 눈빛에도 늘 향기가 있다는 것을 

자기 자신에게 좋은 말을 하고 좋은 표정으로 하루를 웃으면서 보내는 것이다. 


싱그럽게 하루를 보낼 수 있는 일이니까. 

자신감을 가지고 당신만의 향을 내자. 

더욱더 밝은 향을 당신에게 선물하자.

세상이 분명 좋은 향으로 가득 차기 시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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