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은 특이했다. 내가 그 사람을 특이한 게 본 것일까. 그냥 그렇게 보고 싶었던 것일까.
나와는 다른 환경에서 자랐고 생활을 했기 때문에 생각하는 것도 식습관도 하루를 보내는 것도 나와는 이상하게도 참 많이 달랐었다. 하루는 그 사람과 여행을 떠났었다. 소소하게 밥도 먹었고 좋은 구경도 했고 평이하다면 너무나도 평범한 하루였다.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 사람과 하루 종일 있다 보니 그에게서 특이한 습관 하나를 발견했다.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타고 이동할 때 그 사람은 늘 같은 노래 하나만 듣고 있었다.
나도 그 사람과 함께 그 음악을 들었다. 아무리 좋은 노래라도 계속 듣다 보면 지겨울 때가 있지 않는가.
나에게도 딱 그 타이밍이 왔었다. 그래서 다른 노래를 들으면 안 되겠냐고 그 사람에게 물었다.
그런데 그 사람은 이 노래가 너무 좋다고 계속 이 노래를 들으면 안 되겠냐고 다시 되물었다.
그렇게 그 사람이 좋아하는 노래이기에 쭉 듣다가 다시 내가 물었다.
이것 말고도 좋은 노래들이 많은데 왜 한곡만 듣냐고, 지겨워지지 않냐고.
그 사람이 대답했다.
어디로 여행을 가거나 기분 좋은 일이 있는 날,
노래 한곡을 정해서 그 노래를 계속 들어.
그래서 그 노래를 들었던 날의 감정을, 그 날의 행복함을 저장해 놓는 거야.
그 좋았던 순간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그 음악을 듣고,
그날의 기분 좋았던 일과 순간을 기억해놓고 만약에 내게 힘든 순간이 닥쳐올 때,
그렇게 기분이 찝찝하고 우울한 날이면 다시 이 노래를 들으며 그 날의 좋은 추억을 떠올려.
그럼 그 음악이 날 편안하게 해 주고 내 마음과 기분을 조금 위로해주거든.
그 사람은 그런 사람이었다. 하나의 추억을 담고 싶어 자기만의 방법으로 음악과 함께 추억을 저장하는 사람.
괜스레 나의 마음도, 기분도 따뜻해졌다. 이 사람은 왠지 이 순간을 잊어버리지 않을 것 같은 고마운 마음 덕분에 나도 그때 그 순간의 음악을 잊을 수 없게 되었다. 음악 하나라도 자세히 들어보고 반복해서 들어보고 그 하나를 사랑하는 일. 나와는 좀 달랐다.
그 사람이 좋아했던 음식을 먹을 때면 그 사람 생각이 나고
그 사람이 좋아했던 음악을 들으면 또다시 기억나고
그 사람이 좋아했던 영화를 다시 보면 추억의 상자를 열개해주는 그런 사람.
어쩌다 보니 나도 그 음악을 들으면 그 사람이 생각이 절로 난다.
군대에서도 입대곡이라는 것이 있다. 입대한 날짜에 나온 노래를 바로 입대곡이라고 한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입대 곡을 들으면 감회가 새롭다.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싶기도 하고 지나간 세월이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남자라면 모두가 알고 있을 입대곡이라는 것처럼. 그 사람 말대로 정말 음악에 추억이 담겨있는 거 같다.
지우기는 아쉬운, 지우고 싶지 않은 그런 노래 하나, 추억 하나.
더 많은 노래에 더 많은 추억을 담게 될 삶을 기대해본다. 그저 꿀꿀했던 기분을 토닥거려줄 노래 하나쯤은 필요한 세상이니까. 좋은 추억 하나 덕분에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는 하루가 필요할 것이니까. 음악은 사람의 가슴을 뜨겁게 울리기도 하고, 때로는 뭉클하고 감동을 주기도 한다. 그런 음악에 당신의 소중한 추억하나 더해라. 마구마구 더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음악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마음을, 추억을, 고마움을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