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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덕호 Nov 18. 2015

우연히 만난 꽃 한 송이



내가 좋아하는 노트에 실수로 물을 떨어뜨렸다. 그렇게 몇 방울 떨어진 물로 인해 내가 쓴 글이 번져버렸다.

사실 물이 거기에 떨어진지 모르고 덮어버렸는데 펴보니 저런 모양으로 번져있는 것이 아닌가.

그러데 가만히 쳐다보고, 글들은 뭐라 썼는지 형태를 알아 볼 수 없게 되었지만 반대편에는 뭔가 느낌이 꽃처럼 보이게 형태가 만들어졌었다. 그래서 그것을 조금 다듬어보니 내게는 꽤나 만족스러운 꽃 한 송이가 되었다.

나의 작은 노트에 꽃 한 송이가 피었다.


삶은 늘 그런 것 같다.  항상 내가 생각하고 했던 일은 그게 무엇이든 생각대로 그렇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약간은 예상을 빗나가고 다르기도 했으며 가끔은 정반대로 일들이 진행되기도 했었다. 그래서 예측하고 예상하는 일에 조금은 실증을 느낄 때도 많았다. 어차피 생각한 대로 되지는 않고 그때 그때 변해버리니까. 약각은 허무하기도 하고 짜증이 나기도 난다.  그런데 그것이 꼭 나쁠 때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잘못 들어선 길에서 우연히 더 멋진 풍경을 마주하기도 했고,

잘못 고른 메뉴에서 뜻밖에 신선한 맛을 느끼기도 했었다.

내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을 만나는 일이란 어쩌면 재미있는 일일 수도 있다.

예상하지 못한, 뻔하지 않은 결과이기 때문이다.


우연히 번진 물로 인해 꽃 한 송이를 만났듯이,

우연히 생각 없이 갔던 장소에서 운명의 연인을 만날 수도 있으니까.

원래 예상했던 것보다 예상하지 못하는 것에서 오는 기쁨은 더 큰 법이니까.


서프라이즈라는 말처럼 갑작스럽지만 감동적인 일이 생길 수도 있고,

훌륭하고 굉장해서 흥분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삶에서는 그런 것이 필요하고, 늘 그런 것들이 어김없이 존재한다.


어쩌면 오늘 하루가, 오늘 만난 그 사람이 나에게 깜짝 선물일 수도 있다.

당연한 것을 놀라운 것으로 받아들이면 그것이 행복이 될 수 있다는 말처럼 삶에서는 나도 모르게 우연히 만나는 행복들이 꼭 꼭 숨어있다. 그래서 자세히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이든지 뚫어져라 보다 보면 그 매력을 알게 되고 느끼게 되고 이해하게 된다. 그런 삶을 늘 재미있다는 것이다. 다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에서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알게 될때의 쾌감이란 대단하다.


때로는 어처구니가 없을 수도 있고,

때로는 기가 막힐 수도 있다.


그러니 재미없는 나날들이 반복되더라도 조금은 기다려보자.

어디선가 숨어있는 놀라운 일들을 기다려보자. 내가 찾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직은 때가 아니라 숨어 있을 수도 있다.

그러니 오늘 하루를 흥미진진하고  뜻깊은 하루가 될 것 같다.


오늘도 나도, 당신도 우연히 꽃 한 송이를 만나듯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꽃 한 송이를 보듯 서로를 바라봤으면 좋겠고,

그것으로 인해 더 큰 감동을 받았으면 좋겠다.

삶은 늘 놀라운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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