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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 엄마 Aug 27. 2024

가장 훌륭한 책은 아이의 취향이 담긴 책입니다.

그림책 "고양이는 집 보는중?"


우리 아이는 고양이를 정말 좋아한다. 한두살때부터 다섯살 지금까지 강아지보다 고양이를 좋아한다. 예전에 네살때쯤 고양이를 키우는 지인 집에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아이가 캣타워에 기어올라가서 깜짝 놀란적이 있다. 그날 두 고양이중 한 고양이에게 할퀴기도 했다. 아이가 외향적이고 적극적인 성격이라 고양이에게 지나치게 "들이대다"보니 부담스러웠던 고양이가 아이를 할퀸 것이었다.


아이의 고양이 사랑은 그 이후로 식지 않아서, 길고양이든 집고양이든 가리지 않고 고양이라면 사족을 못쓸 정도로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영화를 예매할때 "장화신은 고양이"나 "가필드"처럼 고양이가 주인공인 영화를 주로 예매하기도 한다.


어느날 아이가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한적이 있다. "엄마, 우리집에 있는 고양이 인형 있잖아~그 고양이 인형이 우리가 집에 없을때 냉장고 문열고 먹을것도 꺼내서 먹고, 춤도 추고 그래. 그러다가 우리가 집에 들어오려고 하면 안그런척 가만히 누워있어" 이렇게 말하며 혼자서 깔깔 웃는것이었다. 나는 아이의 상상이 재밌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너무 특이한 상상이 아닌가 싶어 걱정도 되었다. 그런데 맙소사, 도서관에서 고양이 관련 책을 빌리는데 아이의 상상과 비슷한 컨셉의 그림책이 있는 것이었다.




고양이는 집주인이 나가자 마자 옷장을 통해 나무줄기 속 구멍을 따라 외부세계로 외출을 감행한다. 고양이 마을에는 커피숍도 있고, 낚시터, 식당, 영화관, 이발소까지 없는게 없다. 낚시터에서 참치를 직업 잡아 참치 초밥을 먹고 싶었지만, 곧바로 포기하고 초밥집에서 참치 초밥을 주문하는 고양이의 모습이 너무나 우스꽝스럽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주말에 유기묘들을 돌보는 주인장이 운영하는 고양이 까페에 방문했다. 고양이들이 다들 몸에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지고 있어서 깜짝 놀랐다. 한쪽 귀가 찢어졌거나 한 쪽 눈의 동공색이 변했거나 온몸에 피부질환으로 부스럼이 뒤덮인 고양이들...그 몸을 이끌고 사랑받기 위해 사람들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그 중 "구리구리"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가 가장 기억에 남았다. "고양이의 보은"이라는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고양이와 꼭 닮았는데, 심술궃어 보이는 인상을 갖고선 나와 아이 주변을 계속 멤돌아 왠지 정이 갔다. 구리구리가 내 앞에서 재채기를 했는데, 고양이가 재채기를 하는 모습을 본건 난생 처음이었다. 재채기 콧물이 나와 아이에게 튀었는데 그게 너무 웃겼다. 아이와 나는 서로 마주보며 깔깔깔 웃었다. 그 이후로 구리구리가 자꾸 눈에 밟힌다. 다음번에 아이와 또 보러 가자고 이야기했다.


아이는 그림책 속에서 두다리로 걸어움직이며 사람처럼 활동하는 고양이의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한번만 더 읽어달라며 연신 떼를 쓴다. 나는 평일에는 퇴근 후 저녁밥을 차려먹이고 목욕 후 자기전에 책을 한두권 읽어주는 편인데, 한번 더 읽어달라는 요청이 그리 달갑지는 않다. 목을 쓰는 직업이고 학교에서 수업을 하고 집에서 또 책을 읽어주려면 에너지가 많이 딸린다. 그래도 "제발 한번만" 이라고 떼를 쓰니 온 힘을 쥐어짜내 한번 더 읽어주었다.


칼데콧 아너상,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 뉴베리 상등 작품성을 인정받은 그림책도 정말 좋지만 아이의 흥미에 맞고 아이가 좋아하는 책이 최고의 책이 아닐까 싶다. 특히 우리 아이같이 책을 별로 안좋아하는 아이에겐 아이의 관심사를 반영한 책이 꾸준한 독서를 위한 좋은 장치인것 같다. 이번주에도 도서관에 가서 새로운 "고양이 책"을 발굴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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