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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 엄마 Aug 28. 2024

변신를 꿈꾸다

그림책 "딱 하루만 고양이"


워킹맘의 아침은 시작만으로 진이 빠진다.

나도 한때는 "미라클 모닝"이라는 것을 시도해본적이 있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이가 잠든 방에서 조용히 빠져나와 유튜브를 틀어놓고 공복 유산소 운동을 했다. 책도 읽고, 커피도 마셨다. 그러나 약 2주 후 탈진했다. 출근을 하면 거의 매일 설사를 했다.

아이를 아침일찍 등원시키고, 육아시간에 맞춰 업무를 끝내느라 단 10분도 쉴틈없이 수업과 업무를 하고, 퇴근후 바로 아이를 하원시키고, 놀이터에서 잠깐 노역하고, 집에와서 저녁을 해먹이고, 씻기고, 재우는 스케쥴에서 미라클 모닝은 "갓생"이라기 보다는 자기 혹사에 가까웠다.

평일에는 온몸이 항상 긴장상태이다. 특히 출근 전날 저녁은 더 그렇다. 저녁이 되면 휴식을 취해야 하는데, 다음날 여섯시 반에 못일어날까봐 불안하다. 출근 준비와 동선을 시뮬레이션하고, 바쁜 아이와 내가 챙겨먹을 간단한 식사도 생각해두어야 한다. 한마디로 출근, 등원 전쟁이다.

나이가 마흔줄로 들어서니 흰머리 나오는 속도가 정말 빠르다. 직장과 육아 관련 수십개의 체크리스트, 각종 인간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와 고민들, 자기계발을 위한 학습으로 인한 뇌활동 등의 결과인지 모른다. 단순해지고 싶고 여유롭고 싶은데 인생이라는 트레드밀 위에서 넘어지지 않기위해 겨우 겨우 달리는것 같은 기분.

이런 바쁜 일상에서 딱 하루만 다른 존재가 되어 딱 하루만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은건 모든 인간의 욕망이리라. 책속 주인공은 딱 하루만 고양이가 되어 살고 싶다고 말한다. 자고 싶을때 자고, 먹고 싶을때 먹고, 놀고 싶을때 놀고 싶다고 한다. 혼자 있고 싶을때 숨어 있기도 하고, 피하고 싶을때 도망가고 싶고, 때로는 바닷가에 가서 실컷 놀아보고 싶다고 한다.
아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간절히 원하는 자유이리라.


고양이를 좋아하는 아이라 이 책을 빌린 것도 있다. 아이에게 고양이가 된다면 무엇을 하고 싶냐고 하니 역시 주인공처럼 "자고 싶을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놀고 싶을때 놀고 싶다"고 한다. 엄마의 이른 출근 시간때문에 아침 7시 반에는 집에서 반강제로 나와 거의 일등 등원을 하기 때문에 항상 아침잠과 싸우는 아이. 어렸을때부터 잠이 많은 편이기도 해서 아침 기상을 힘들어한다. 밤 9시쯤 재우고, 아침 7시 10분쯤 깨워 거의 옷만 입히고 손에는 주먹밥 같은 이동중에 먹을수 있는 음식을 들려서 바로 차에 태워 등원시킨다. 아이는 아침에 비몽사몽한 상태로 "더 잘래"라고 짜증을 부리며 눈을 뜨지 못한다. 그럴때마다 아이의 피곤함이 이해가 되어 안쓰럽기도 하고, 혹시라도 길이 막혀 출근이 늦을까봐 불안하기도 하다.

그런데 왜 "딱 하루만" 고양이 일까. 주인공은 혹시나 고양이로 변신하면 엄마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할까봐 하루만 변신하고 싶다고 한다. 카프카의 "변신"이 떠오르는 대목이다. 변신에서는 주인공이 벌레로 변했지만, 이 그림책에선 아이들이 좋아하는 사랑스러운 고양이로 변했다는 점이 다른 점이다.

나도 평일중에 딱 하루만 맘편히 자고 싶다. 알람소리를 놓칠까 불안해서 새벽 4시, 5시, 6시 한 시간 단위로 깨서 휴대폰 시계를 확인하지 않고 말이다. 여유롭게 모닝 커피를 마시며 토스트를 굽고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멍하니 보고 싶기도 하다. 아이도 엄마의 출근 시간에 맞춰 억지로 일어나지 않고 실컷 맘편히 자게 하고 싶다. (그런데 출근을 안해도 되는 주말에는 도대체 왜 일찍 일어나 놀이달라고 내 주변을 맴도는지 모를일이다)

그림책은 우리에게 일상을 벗어나 제약없이 무엇이든 시도할만한 "숨쉴 구멍"을 마련해준다. 그림책은 아이에게도 소중한 세계이지만 함께 읽는 어른에게도 또 다른 자유의 세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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