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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 엄마 Aug 26. 2024

엄마와 아이 모두에게 보내는 위로

그림책 "그럴 때가 있어"


그럴때가 있다. 마음도, 상황도, 사람도 뜻대로 되지 않는 날들이 있다. 바쁜 워킹맘인 나로서는 직장에서 일이 빵빵 터질때, 그리고 동시에 아이가 아플때 제일 힘이 든다. 학교는 특히 3월초, 8월초가 가장 바쁘다. 3월 초는 학기 초이기 때문에 행정 업무가 정말 많고, 새로운 아이들과 관계를 쌓아나가는 동시에 학부모들과 소통하고 수업까지 이어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8월은  2학기 계획을 세우고 모든 것들을 새롭게 세워나가야 하는 적응기이기 때문에 굉장히 분주하다. 


이렇게 바쁠때면 육아시간을 쓰기 힘들다. 특히 담임교사는 한 반을 온전히 맡고 있기 때문에 오전에 아이가 아파서 등원하지 못하는 상황이 와도 연가나 휴가를 쓰기가 굉장히 어렵다. 학교 출근은 해야 하고, 출근 해서도 짬이 나지 않고, 아이는 아프고, 퇴근 후에 아이를 돌보고 집안일을 해야 하고..끊임없이 바위를 밀어올리는 시지프스의 신화가 워킹맘인 나의 이야기일 줄이야. 그런날은 마음이 고장나 버린다. 마음속에서 울화가 치밀어 오르기도 하고, 목소리가 안나올 만큼 힘이 없어지기도 한다. 


그렇게 스트레스와 과로에 말라죽어가는 엄마를 보는 아이는 또 어떤가. 내가 힘들면 아이도 덩달아 축 처지는것 같다. 항상 바쁜 엄마로서 죄책감 렌즈를 끼고 아이를 바라봐서 일 수 도 있지만.


각 분야의 일인자라 할 수 있는 동물들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 날들이 있나보다. 무엇이든 잘 먹는 돼지이지만 먹기 싫은 날이 있고, 어디서든 푸지게 똥을 잘 싸는 코끼리이지만 똥 누기 싫은 날이 있나보다. 달변가인 앵무새도 말이 잘 안나올 때가 있고, 겨울내내 꿀잠을 자는 곰도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있다고 한다.


무엇이든 다 잘 할 줄 알았는데, 나만 이렇게 못나고, 못하고, 힘든 줄 알았는데... "그럴때가 있다"고 작가는 귀여운 동물들의 입을 빌어 위로해준다.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 후 비슷한 마음이 든적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아이는 "가끔 똥 누는 게 힘들고", "말이 잘 안나올 때"가 있으며, "잠들기 힘든 날"이 있다고 했다. 그런 아이에게 "엄마도 그래, 누구나 그럴때가 있어"라고 속삭여 주었다.


나는 원래 MPTI 유형이 INFP였다. 그런데 교사라는 직업을 갖고 나서 ISTJ의 탈을 쓰게 되었다. 꼼꼼해야 하고, 계획적이어야 하는 직업 특성상 살아남기 위해 F에서 T로 변해버린것 같다. 그런데 이런 특성이 육아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것 같다. 아이는 F이기 때문이다. 아이는 공감을 바라는데 나는 자꾸 당위를 이야기 하고, 효율을 추구할때가 너무 많다.


그래서 그림책이 참 좋은 것 같다. 나같은 무미건조한 유형의 엄마도 그림책 한 권만 있으면 아이의 마음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고, 그 마음을 위로해줄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은 너무나 바쁜 날이었다. 바쁜 엄마덕에 하루 8시간 넘게 꼬박 어린이집에 있었던 아이도 지친 하루였을 것이다. 그런 나에게, 아이에게 "그럴 때가 있어"라고 다독여주고픈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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