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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 엄마 Aug 26. 2024

7세 이전의 한글 공부는 자연스러워야 한다.

그림책 "기차 ㄱㄴㄷ"



몇개월전 아이 어린이집에서 연락이 왔다. "어머니, 00이 한글 공부 시키셔야 할 것 같아요. 특히 이름쓰기 지도 부탁드립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직업을 갖고 있기에 사실 한글 공부에 대한 조급함은 없는 편이었다. 핀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는 국가적으로 7세 이전의 문자 교육을 금지하고 있다. 아이의 뇌가 한글을 분석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억지로 시켰을때 오히려 비효율적일것 같았다. 아이가 관심있는 시기에 집중적으로 시켜야겠다는 생각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부터 교과서를 읽어야 하고 알림장도 써야하니 입학전에만 한글을 떼게 하자 싶었다. 그런데 나도 학부모가 되니 부모로서의 불안감이 스물스물 올라왔다. 특히 어린이집 담임선생님이 강력하게 권유를 하시니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렸다.


"집에서 지도를 하는데 한글에 흥미가 없어요. 알려줘도 금방 까먹구요. 대신 숫자에는 관심이 많더라구요. 아이가 흥미를 보일때 지도하겠습니다."(엄마)


"그래도 어린이집 교육과정 상 자기 이름 정도는 쓸줄 알아야 해서요. 집에서 관심을 갖고 꾸준히 지도해 주세요."(어린이집 선생님)


위와 같은 대화가 오간뒤 그날 바로 집에서 한글 특훈이 시작되었다. 한글 받아쓰기 책을 사서 자음과 모음을 결합 방식으로 가르치기 시작했다.


 "ㄱ"이랑 "ㅏ"가 만나면 "가"라고 읽는 거야~


문제는, 이걸 매일 반복하는데도 아이는 그 다음날이면 까맣게 잊고 멀뚱멀뚱 앉아있었다는 사실. 가, 나, 다 모양을 영 구분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우연히 "문해력 수업"(전병규 저)에서 한글 교육과 관련된 내용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왜 7세 이전의 아이들에게 한글, 즉 소리 읽기를 가르치면 안 될까요? 간단히 말하자면 7세 이전의 아이에게 소리 읽기를 가르치면 뇌에서 누전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뇌는 전기화학적 신호로 소통합니다. 문제는 전기 신호에서 발생합니다. 주변의 전기선을 한 번 살펴보세요. 전기선 속에는 전기가 흐르는 구리선이 있고, 그 겉은 전기가 흐르지 못하게 절연 물질인 피복으로 쌓여 있습니다. 만약 피복이 벗겨지면 누전, 즉 전기가 새는 현상이 일어나는데 그러면 전력이 손실되고 감전, 화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신경세포에도 전기가 흐르기 때문에 피복이 필요합니다. 이를 마이엘린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마이엘린은 태어날 때 원래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이가 들어가면서 생깁니다. 문제는 읽기에 중요한 각회 영역의 마이엘린화가 약 5세부터 시작되는데 7세가 넘어야 거의 완성된다는 데 있습니다. 이 말은 즉, 7세 이전의 아이들에게 읽기를 시키면 각회에서 누전이 일어난다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누전이 일어난다고 해서 당장 불이 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주변 뇌세포들이 손상을 입고 이것이 지속해서 쌓여서 결국 문제가 커집니다. 계속된 뇌 속 누전의 결과는 초등 2학년 이후에 나타나게 됩니다. 일찍부터 조기 교육을 했는데 왜 이것밖에 안 되나 싶다면, 어쩌면 ‘조기 교육을 해서’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 <문해력 수업>, 전병규(콩나물쌤) 지음 - 


이 내용을 읽고 나서 한글 지도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았다. 전부터 그랬던것처럼, 그림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글자를 접하게 해주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기다란 기차가


나무 옆을 지나


다리를 건너


.


.


.


터널을 통과해서


풀밭을 가로지르면


해는 벌써 지고 있어요.


별다른 교구도, 연필도 필요없다. 그저 손가락으로 ㄱ, ㄴ, ㄷ 을 짚어주며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기차길을 따라가다보면 아이도 덩달아 한글 기차 여행길에 오른다.


한글 자음을 알려주는 수많은 그림책이 있지만, 가장 자연스럽고, 그림이 멋스럽다고 생각하는 그림책이 바로 "기차 ㄱ ㄴ ㄷ"이다. 일부 그림책들은 너무 자음 음가의 짝을 맞추느라 억지스럽게 내용을 구성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기차 여행이라는 주제 안에서 한글 자음을 녹여내는 스토리가 있기에 아이들이 문맥과 분위기 안에서 한글 자음을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되는 효과가 있다.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한글을 떼기 전까지, 이 책을 오래오래 곁에두고 한글 기차 여행을 떠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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