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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다 Jul 04. 2024

표현하며 사는 삶

말해야 알아요



여느 때처럼 에나스쿨 쇼츠를 보며 낄낄거리다가, 에나님(?)이 해외에서 돌아온 친동생을 보고 폴짝폴짝 뛰며 기뻐하는 쇼츠를 보게 됐다. 왠지 마음이 뭉클해져서 댓글창을 펼치니 이런 댓글이 있었다.

"이렇게 표현해야 한다는 걸 이제 알겠어요. 당신은 정말 지혜로운 사람이에요."

대댓글엔 이런 말도 있었다.

"맞아요 언제나 최대로 표현해도 짧은 인생"

나는 평소 표현을 많이 하며 사는지라, 고마움과 사랑, 행복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낯설지가 않다. 한 번은 친구로부터 이런 이야길 들었다. "잇다야, 너는 정말 표현을 잘하는 것 같애. 그래서 더 행복해지고, 더 즐거워지는 것 같달까? 그리고 밥 먹을 때도 '맛있다, 맛있다(ㅋㅋㅋㅋㅋㅋㅋㅋ단순 먹보일지도)'를 자주 하니까 같이 먹을 때 더 맛있게 느껴져." 또 오빠로부터 이런 말을 자주 듣는다. "잇다야, 너를 만나고 내 감정표현의 폭이 굉장히 넓어진 것 같아. 나한테도 이런 감성과 감정이 있었구나 싶을 때가 많아. 그게 참 고마워. 너로 인해 인생이 훨씬 다채로워진 것 같아."

언제부터 나를 많이 드러내게 되었을까? 어릴 땐 기분 표현에 주저함이 없었다면 이제는 마음이나 생각까지 어렵지 않게 드러낼 수 있게 됐다. 이유가 뭘까 곰곰 생각하다가 어이없는 웃음이 났다. 나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크다.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곧잘 휩싸인다. 운전을 할 때, 비행기를 탈 때, 여행을 갈 때, 물놀이를 할 때 등등 여러 상황에서 죽음을 상상한다. 특히 가족들이 집을 나설 때는 더 불안해지곤 한다. 꼭 사고가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죽음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다. 예외적으로 죽지 않는 인간은 없다. 이러한 점이, '후회하지 않기 위해' 표현을 더 자주 하게 되는 습관을 만들었다.

누구나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이 인생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두려움에 매몰되기보단 아쉬움과 후회가 남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표현을 자주, 그리고 많이 하는 수밖에 없다. 글을 적다 보니 5년 전쯤 읽었던 죽음에 대한 책이 떠오른다. 여러 죽음의 순간을 나열한 글을 보며, 어떻게 죽어야 할까 보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노인들이 죽을 때 가장 많이 하는 후회가 바로 '더 많이 표현하고 더 많이 사랑할 걸'이라고 한다. 원래 자기표현을 잘하던 내가, 죽음 공포에 죽음에 대한 책을 읽은 것까지 더해져 프로 표현러가 된 것이다.

그럼에도 어려운 점이 하나 있다면, 부정적인 표현의 범위와 정도는 어디까지인가라는 것이다. 그래도 가족이나 남편에겐 부정적인 감정을 표하는 일이 어렵지 않다. 서운함, 짜증, 불편함 같은 감정이 들면, 곧잘 표현한다(이건 내가 못돼서 그런 걸 수도 있다. 미안여 ㅎㅎ). 하지만 친구나 지인, 직장 동료 등 관계가 넓어질수록 웬만하면 입을 다문다. 나쁜 말은 삼키면 삼킬수록 좋다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개념이 박혀있는 듯하다. 어쩔 땐 말하는 게 나을 수도 있는데.. 그런데 막상 그런 불편감이 생기는 사람은 그 뒤로도 쭉 불편하고, 안 생기는 사람은 그 뒤로도 쭉 안 생긴다.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맞고, 안맞고의 문제인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이런 성향 때문에 답답한 순간도 간혹 생기므로, 앞으로도 잘 지내고 싶은 사람이라면 노력해 봐야겠단 다짐이 든다. 잘 고민해 보고 한두 번에 그치면 넘기고, 조금이면 말하고, 그 이상이면 조용히 멀어지는 등 나만의 기준을 세우면 좋을 것 같다.

갑자기 드는 생각이지만 나는 이런 내가 좋다. 잘 행복해하고 기뻐하고 즐거워하고, 또 어떨 땐 슬퍼하고 화나고 침착해지려 노력하고. 저지르고 후회하고 배우고 깨닫고. 대범하고 당차기도 하고 찌질하고 소심하기도 하고. 사람을 좋아하기도 하고 싫어하기도 하고. 못된 마음과 착한 마음이 공존하고. 사랑과 응원의 표현은 잘 하지만 서운함이나 불편감의 표현은 어려워하고. 자신이 있었다가도 두렵고, 불안하다가도 용기 내어 멋지게 해결하고. 확신이 부족하지만 확신이 생길 때까지 내 마음에 집중하고, 그도 안되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구하고. 부족하므로 노력하고 발전하는 것. 성장캐, 나의 소중한 아이덴티티! 한편으론 이 부족함이 더 자라날 여백과 공간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 감사하고 기쁘다. 뭐가 됐든 내 안의 다양성과 양가감정을 이해하려는 스스로가, 나는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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