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유전은 아닌거죠?
내가 뇌동맥류 진단을 받고 수수을 하고 2년쯤 지났을 무렵이었다. 나에겐 이모 세분과 외삼촌 다섯분이 계신다. 지금 외삼촌 세분은 돌아가시고 안계시지만. . . 엄마는 9남매에 넷째다. 내가 수술을 하기 전까지는 뇌동맥류가 뭔지 뇌혈관에 대해 관심도 없었던 우리 가족들(친척들)은 뇌에 대해 깊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종종 검사도 하게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둘째 이모에게서 연락이 왔다. 이모의 큰 아들, 내겐 이종사촌오빠이다. 극심한 두통으로 검사를 했고 뇌동맥류가 발견되어 오빠도 급하게 코일색전술을 받았다고 했다. 엄마도 나도 이모도 그래도 이만하기 다행이라며 , 오빠도 스트레스가 너무 많은 직업이라 스트레스가 원인이겠지 생각하고 더 건강에 신경쓰자며 몇달을 보냈다. 돌아가신 큰 외삼촌네는 명절마다 인사를 드리러 가지않지만 외숙모와 엄마는 일주일에 두세번은 통화를 하시고 안부를 챙기셨다. 하루는 외숙모께서 걱정섞인 목소리로 "둘째가 병원에 있다" 고 하셨고 엄마는 놀라서 왜그런지 물었다. 외숙모가 걱정하실까봐 큰외삼촌네 둘째 오빠는 자세한 얘긴 하지 않았었고, 혹시나 새언니에게 연락을 해서 물어봤더니 뇌동맥류였다. 수술을 하고 아직 병원에 있는중이었다. 그 때, 아, , 이건 가족력이구나,, 두렵기 시작했다. 엄마도 예약을 하고 mra를 찍어서 확인하고 이모, 외삼촌들께도 되도록 검사를 해보시라 권했다.
솔직히 제일 두려웠던건 내 아들이었다. 혹시나 만에하나라도 아들한테 유전적인 영향이 갔다면 너무 견디기 힘들것 같았다. 식단도 신경쓰고 관리를 한다고 하지만 혈관이 유전적으로 그렇게 되는거면 관리한다고 되는건 아니니 무서웠다. 아이가 5살 되던해에 영유아검진을 했는데 또래보다 너무! (1프로대였다...)작아서 성장호르몬 검사를 권하셨고 상급병원에 입원해서 성장유발검사를 했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든지. .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그 날의 이야기는 따로 하고싶다. (저신장, 성장호르몬 결핍의 아이들을 위한 정보제공으로) 다시는 아이에게 경험시키고 싶지않은 검사를 마치고 결과를 들으며 나는 또 울었다. 성장호르몬 결핍, 이건 뇌하수체의 문제라고 했다. 뇌! 라니! 내가 그렇게 걱정했던 뇌!때문이라니! 무서웠다. 앞으로 일이 어떻게 될지도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냥 무서웠다. mra를 촬영해서 자세한걸 검사해봐야한대서 아이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쉽사리 잠들지 않는 아이옆에서 엄마아빠가 옆에 계속 있을꺼니 무서워하지말라고, 자고 일어나면 그냥 이자리에 그대로 있을꺼라고 쓰다듬으며 촬영실로 혼자 들여보냈다. 그리고 나는 문앞에서 주저앉아 울었다. 남편이 괜찮다고 의자에 앉아서 기다리라고, 걱정하지 말라고 다독였지만 그 말은 위로가 되지않았다. 같이 들어만 갔어도 조금 덜 불안했을것 같았다. 혹시나 중간에 마취가 깨버리면 그 무서운 통안에서 눈을 떠버리면 .... 제발 , , 검사만 무사히 마치게 해달라고 , , 분명 괜찮을 꺼니까 ! 30분을 검사실 문앞에서 울며 앉았다가 일어났다가 똥마려운 강아지마냥 왔다갔다했다. 내 자신을 원망하면서. 건강하게 낳아주지 못한것 같은 죄책감에 내 자신을 질책하면서.
문이 열리고 아들은 아직도 곤히 잠든채로 나왔다. 얼굴을 어루만지며 애썼다고, 미안하다고, 고맙다고, , 남편은 티내지 않았지만 혼자 몰래 눈물을 훔쳤을꺼다. 본인도 두려웠다고 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그 시간은 어찌나 더디 가던지. 그 때 신이란 신은 다 불렀었던것 같다. 온 신에게 빌고 또 빌었던거 같다. 그리고 결과가 나온 그 날, 또! 나는 울었다. 다행히 뇌하수체는 문제가 없었고 뇌혈관도 아주 깨끗했으며 성장호르몬만 단독으로 결핍인 상태라고. 너무 크게 걱정은 안해도 된다는 결과. 다시 물었다. " 제가 뇌동맥류 수술도 하고 뇌경색도 여러차례 왔습니다. 유전적으로 문제가 없을까요?" 의사는 단정지을수는 없지만 다른 병처럼 그런 유전이 진행되진 않는다고 하셨다. 그래도 모르니 관리는 해주는게 좋다며.
지금도 가끔 아이가 머리가 아프다거나 어지럽다고 하면 덜컥 겁부터 난다. 하지만 그 두려움에 갇혀 지낼수 만은 없으니까 , 아이에게 무서워하는 티를 내지 않는다. 그리고 식단도 계속 건강식으로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햄버거, 피자, 과자, 젤리, 라면 다 먹는다. 하지만 치팅데이처럼 일주일 한번, 한 달에 한 번, 이런 식이다.
건강하게 아이랑 오래 오래 웃으며 옆에 있고 싶다. 나도 안 아프고, 아이도 안 아프고, 그저 적당히 감기나 한 두번 하면서 그렇게 평생 살고 싶다. 너무 큰 바램인것 같지만 누구나 기본바램일테니까 나도 한번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