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각사각 Jan 11. 2024

데이트는 언제?

....

찜질방 모임 이후로 S는 W가 집까지 데려다준 것에 관해서 감사문자를 보냈다.      


S: 어제 음식도 잘 챙겨주시고 데려다주셔서 감사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W: 너무 늦게 들어가서 많이 피곤했죠? 미안해요~

    새해에 더 좋은 만남으로 이어갑시다.

    신년 예배 다녀왔겠군~   

  

S: 아니오. 집에서 놀았습니다. 피곤하네요^^     


W: 노는 것도 힘든 거지.. ㅎ

   낼 부터는 또 열심히 일해야 하니까 휴식도 필요하겠지~     


S: 네^^ 연이틀 놀기는 힘들어요!     


W: 놀 수 있는 때가 좋은 거여~    

 

S; 지금부터 열심히 노세요.    

 

W: 일과 노는 거 두 가지를 이제는 해야지.

    주중에 일하고 주말에 놀고...ㅎ     


S: 달리기도 좀 하시고요 ㅎㅎ     


S와 W는 꽤 다정하게 30여 분간 달리기, 저녁 메뉴 등에 관해서 즐거운 분위기로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W가 적극적으로 만남을 시작하려는 의지를 보이지는 않아서 S는 좀 의아해졌다.


신중한 성격이라지만 어느 정도 호감을 표했으면 데이트를 신청할 만도 하지 않은가?     


S는 아리송하여 W가 활동하는 밴드를 날마다 들여다봤다. 주말 저녁에 오이도에서 조개구이를 먹으러 가자는 공지가 올라왔고 W는 참가를 누른 상태였다.      


’ 데이트가 아니라 단체 모임에 간다니 나에게는 관심이 없는 건가?‘


호기롭게 찜질방 모임에 가자고 권유했다가 다시 무관심해진 W의 태도는 안개 같았다. S는 며칠 동안 망설였지만, W를 한 번 더 지켜보기로 하고 참석 의사를 밝혔다.      


예상대로 W는 픽업이 필요한지 연락을 해왔다. 다른 77님을 함께 픽업해서 간다고 하면서. S는 조금 실망이 됐지만, 마지막으로 가는 모임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별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면 다른 모임으로 가면 되지.‘     

 

주말 오후 W는 출발한다는 문자 후 정확하게 약속한 정시에 ’도착‘ 했다는 문자가 왔다. 일주일 만에 본 W의 옆얼굴은 여전히 웃음기가 없고 근엄한 편이었다. 선크림이라든지 피부관리도 하지 않으시는 것 같고.      


하지만 여전히 조곤조곤 나누는 대화는 편안했다. 77님을 픽업하여 그분의 수다와 함께 오이도에 도착했다. 처음 가는 바닷가였는데 탁 트인 전망이 시원하고 좋았다. 날씨도 포근한 편이어서 방파제에 올라 빨간 등대까지 걸었다.


77님은 사교적이었고 전날도 새벽까지 모임에서 놀다 오셨다며 편의점에 들러 숙취해소제를 세 개나 사 와서 하나씩 돌렸다.      


’숙취 해소제까지 마시고 술 마실 계획을 하다니 참 대단한 준비성인데.‘     


저녁 모임 시간까지는 한 시간이 넘게 남아 있어서 커피를 한 잔 마시러 갔다. 77님과 폭풍 수다를 떨면서 기다렸다. 센 언니들을 대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77님은 언니라고 부르는 것이 어색하다고 했다.      


“전 언니도 없고 오빠도 없어서 둘 다 말하기 힘들어요.” S가 이렇게 말하니 W가 빙그레 웃으며 바라봤다. 뚫어지게 쳐다보는 일은 잘 없었는데 눈빛이 크리스마스의 불빛처럼 환하게 반짝였다. 검고 강렬한 눈동자.

     

마침내 저녁 약속 시각이 되어서 조개 구이집으로 이동했다. W는 별말도 없이 조개만 열심히 굽고 잘랐고 알맞게 구워진 조개는 달짝지근하고 쫄깃했다. S는 한 테이블에 있는 세 명에게 구워진 조개를 하나씩 앞 접시에 나눠주었다.


W가 혼자 계속 조개를 굽는 게 걱정이 되어 잘 드시고 있느냐 물었더니 ’난 머슴이 체질인 것 같다“ 는 답.     


S는 몇 달 동안 술 마시는 데 이력이 나서 줄여보려고 소주를 한 병만 앞에 놓고 내 것이라며 마셨다. 하지만 한 병을 마시고 나니 또 아쉬워졌다. 마치 눈을 가린 경주마처럼 끝없이 달리는 건가.


W는 우리를 집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서 한잔도 마시지 않았는데 W와 C를 꼬셔서 넷이서 W의 집 근처로 가서 한잔 더 하기로 했다.    

  

도착했을 때는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후회가 되었지만, 또 술판이 벌어지고야 말았다. W는 이혼에 한이 맺힌 듯 자신의 이혼 스토리를 넋두리처럼 풀어서 우리는 이 우울한 이야기를 듣다가 밤을 새울 것 같아 불안해졌다.


아직도 이혼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로잡혀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 같은 W. 겨우 달래서 노래방에 갔다가 다시 해장국까지 먹고 새벽 네 시가 되어서야 헤어졌다. 결국, S는 이들과 생일날 새벽을 함께 보낸 셈.     


다음 날 W에게서 문자가 왔다. 40여 분간 이혼, W의 자녀, 현재의 계획 등 여러 대화를 나눴다.      


W는 ‘실패가 두려워 시작조차 망설이는 바보가 나인 듯’이라며 의미심장한 문장을 남겼고.


이건 아직 누굴 만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뜻인 건가?    

  

장혜진.. 키 작은 하늘..(가사첨부) (youtube.com)



이전 04화 4050 찜질방 모임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