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S와 W는 뜨거운 밤을 보냈다. W는 그다지 잘 생겼다고 볼 수는 없지만, 야성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영화 트와일라잇의 주인공 중 제이콥이라는 늑대 인간과 비슷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S는 트와일라잇을 보면서 늘 드라큘라 에드워드보다는 제이콥에게 끌려서 벨라가 더 매력적인 그를 선택하지 않고 외면하는 게 아쉬웠다. 희멀건 하고 창백한 얼굴보다는 탄탄한 근육에 남성적인 외모가 더 끌리지 않나?
W는 까무잡잡한 얼굴에 단단한 엉덩이 근육을 가졌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열정으로 가끔 짧은 잠을 자면서 밤을 지새웠다. 주말 예약이 꽉 차 있어서 가까스로 시 외곽에서 찾은 모텔은 희한한 구조였다. 복층인데 화장실 앞에 화려한 욕조가 버티고 있었다.
그 욕조라는 게 어느 고전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지나치게 꾸민 듯한 것이었고 왠지 어울리지 않게 크고 기괴한 느낌이었다. W는 부잣집 사모님이 머리에 수건을 두르고 와인 잔을 한 손에 든 모습이 떠오른다고 했다.
그에 비해 위층은 욕조에 돈을 모두 썼는지 고급스러운 조화를 이루지 못했다. 침대 프레임 앞에는 이상스러운 색깔의 천이 둘려 있었고 칙칙한 초록빛의 전등갓의 색깔도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독특한 물결 모양의 흰 소파도 저렴해 보였다. 그런 것들이 하등 이들의 사랑 가득한 밤을 방해하지는 못했으나.
S는 사십이 넘어서야 성욕을 강하게 느끼게 된 것 같았다. 혹은 인정을 하게 된 걸 수도 있다. 이건 마치 ‘갱년기가 다가오니 마지막으로 힘을 다해 종족을 번식해 보자’라는 본능이 꿈틀대는 것 같다.
하긴 나이도 먹을 만큼 먹어서 더 망설이고 두려울 것이 무엇인가 싶기도 하고. 결혼 생활이 몇십 년이 지난 탓도 있겠으나 이 시기에 남편과 원활한 관계가 이루어지지 못하면 바람이 나는 부인들이 꽤 있는 것도 엄연한 증거라 할 수 있지 않을까?
W는 늘 그렇듯 여러 가지 우려와 망설임에 비해 큰 만족감을 줬다. 무슨 일이든 시도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법. 결국, 남녀의 관계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대화와 배려다. 서로를 즐겁게 해주고자 하는 의도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임하면 이 은밀한 행위는 더 즐거워진다.
왜 우리는 그동안 성에 대해 그토록 무지했을까? 유튜브에서는 이십 대의 여성들이 나와서 여성 상위체위에 관해서 순서대로 시범을 보이고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바이브레이터를 들고 나와 가르침을 주는 시대에 도달했건만.
W와 두 시간 반이 넘는 거리를 달려서 S가 두고 온 가방을 찾았다. 어제와 똑같은 장소에서 다시 카페라테와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셨다. 어제와 같은 곳이나 이 둘은 한층 더 가까이 붙어 앉았다. W는 자기 생을 모두 다 말해주려는 것처럼 끊임없이 이야기를 쏟아냈다. 부모님이나 전 아내나 아이들에 관해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네요. 부모님과도 일찍이 연을 끊는 게 나았겠어요.”라는 말이 나올 만큼 W에게는 힘들고 외로운 과거의 경험이 꽤 있었다.
“저를 만난 것부터가 운이 풀리는 거 아닐까요?” W의 한 많은 이야기를 듣다가 S가 불쑥 정리했다. W의 이야기는 종일 계속되는 라디오 방송처럼 끝나지 않으므로.
다음 주 주말에는 교회의 수련회에 참석하기로 되어 있었다. W에게 함께 가자고 권해 봤으나 그는 자신의 믿음이 확고하다며 거절했다. 순간 서운하기는 했으나 W는 신앙생활 경험도 상당히 있는 편이어서 자기 마음의 결정이 필요할 것 같았다.
주말 오후 시간의 도로는 여행을 다녀오는 차량으로 끝없이 밀렸다. 세 시간가량 되는 거리를 불평 한마디 없이 묵묵하게 운전해 주는 W에게 고마울 뿐이다. 그가 말한 대로 가마솥 같은 변함없이 유지되는 은은한 따뜻함을 가진 사람.
W와의 운우지락은 그 이튿날 밤에도 계속됐다. 인생은 아름다워!
윤우 지락:구름과 비를 만나는 즐거움이라는 뜻으로, 남녀의 정교(情交)를 이르는 말. 중국 초나라의 회왕(懷王)이 꿈속에서 어떤 부인과 잠자리를 같이 했는데, 그 부인이 떠나면서 자기는 아침에는 구름이 되고 저녁에는 비가 되어 양대(陽臺) 아래에 있겠다고 했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