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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각사각 Mar 04. 2024

연애와 자녀

우리 나라 부모님들의 자식 사랑은 참으로 지극하다. W에게도 두 명의 성인 자녀가 있다. 딸은 독립했고 아들은 함께 지낸다.      


딸은 혼자 살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완전하게 독립한 것은 아니었다. W는 생활비의 일부를 계속 지원해주고 원하는 꿈을 이루도록 도와주고 있었다.      


W는 아들이 집을 비우는 날 저녁에 S에게 연락을 하곤 했다. 이혼 후 아들과의 관계에서 큰 위로를 받았기에 아들의 눈치를 보는 중이었다.      


“아버지가 바람이 난 것처럼 보일수가 있으니까.” W가 무심코 말했다.      


“바람이라니요. 돌싱이지만 싱글인데 여자친구를 만날 수 있는 거잖아요. 이제 육십이 다가오는데 계속 그러면 여자친구를 만들 수 없어요. 아들도 성인이고 각자의 행복을 찾아가는 게 맞지 않아요? 미국에서도 사셨으니 아메리칸 마인드 좀 가져보세요 ” S는 약간 발끈하여 설교를 늘어놨다.      


“바람이라는 게 춤바람, 늦바람 같은 것도 있잖아.” W는 부드럽게 달랬다.      


S는 자녀가 없어서인지 개인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 대체 이혼한 아버지가 성인 자녀의 눈치를 봐가면서 연애를 해야 할 이유가 무엇인가? S가 평소 아메리칸 같다는 소리를 듣는 까닭 있다.      

S는 자기의 삶을 돌아봐도 성인 자녀를 빨리 독립시키는 게 그 자녀의 삶에도 도움이 된다고 여긴다.


부모님의 경제적인 도움을 계속 받다보면 스스로 경제를 책임지는 올바른 경제 관념을 가지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시골에서 상경하여 어려운 시기를 겪고 경제적인 책임을 지면서 살아온 사람들이 많지 않은가?      


게다가 요즘에는 노년에 자녀에게 효도를 받기도 기대할 수 없는 시대이다. 자녀에게 모든 것을 주고 나면 노후를 보장할 수 없다.      


S는 힘겨워 하면서도 자녀의 요구를 억지로 들어주어야 할 때도 있는 W가 안쓰러워보였다. 50 중반의 나이가 되면 아무리 젊은 시절에 체력이 좋았어도 여기저기 노화의 징후가 보이는 때이다.


자녀를 사랑하고 모든 걸 다 해주고 싶은 마음은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 현실을 직시하도록 해야 한다.      


아버지도 늙어가고 있으며 이제 퇴직이 코 앞에 와 있고 노후를 준비할 때라는 걸.      


자녀에 이십 년이 넘도록 부양을 하는 아버지로부터 독립할 때라는 걸 인식 시켜 주어야 하는 것이다. 미국의 부모들은 자녀가 스무살만 넘겨 성인이 되면 학비도 스스로 벌어서 내도록 하는 데 우리나라의 부모님들은 참 자식 사랑이 끝없다.


여러 성인병을 겪고 있는데 자녀 부양까지 놓지 못하는 W가 안쓰러웠다.      


물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고 충분하다면 자식들에게 주는 것을 만류할 필요는 없다. 다만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쓰게 마련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부자가 삼대를 못간다는 말처럼 너무 어린 나이의 자녀에게 유산을 물려주면 금방 탕진할 수 있다.

     

S는 제 삼자이기 때문에 W의 자녀 문제에 관해서 깊이 관여할 수는 없었다. 다만 가끔 힘들어하는 W에게 몇 마디 객관적인 충고를 할 수 밖에는.     


한번은 W가 딸이 엄마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까봐 걱정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혼을 했어도 어머니와 딸의 관계는 끊을 수 없는 거예요. 관계가 멀어지면 딸에게는 더 큰상처가 되는 거죠.”     


W는 비로소 수긍을 하는 것 같았다. 성인이 된 자녀는 제 날개를 펄럭이며 세상으로 훌훌 날아갈 수 있게 보내주어야 한다는 것을.           


겨울 날이 가고     


겨울 오후 햇살은 따스하다. 바람이 쌩쌩 불어서 체감 온도 영하 17도에 이른다고 해도 오후에는 달리기를 할만 하다. 오래 전 읽은 태양과 바람의 내기가 생각났다.


한 남자가 걸어오고 있는데 태양과 바람이 누가 먼저 그가 겉옷을 벗게 할 수 있는가 내기를 했다. 바람이 세게 부니 남자는 옷길을 더 여몄다. 태양이 뜨겁게 내리 쬐니 남자는 더워져서 외투를 벗었다. 결국 내기에서 이긴 것은 찬 바람이 아니라 따스한 태양이었다.      


한파가 몰아닥친 공원에는 인적이 없다. 겨울을 묵묵히 견뎌내고 있는 것들은 모두 얼어붙은 것 같다. 하지만 그 위에도 햇살은 따스하게 비추고 마음은 녹녹해진다.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햇빛이 비친다.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는 세상은 눈 가루처럼 쏟아진 햇빛에 씻기어 말갛게 빛났다.      

꽃 피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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