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입맛을양보한 거야
제목 그대로 제가 입맛을 양보한 이야기
우리 집 남정네들은 제가 끓여주는 탕국을 아주 좋아합니다
특히 신랑이 너무 좋아하는데요
이 탕국은 지역마다 집집마다 다 다르죠 끓이는 방법이
저희 집은 정확하게 말하면 시댁 스타일은 탕국에 두부를 넣어요
친정 스타일은 소고기 맑은 국 느낌의 탕국이고요
저는 어릴 적부터 친정엄마의 탕국 맛에 길들여져 있었는 거죠
더군다나 제가 유일하게 입맛에 안 맞아하는 음식이 콩 관련인데요
특히 콩은 정말로 싫어합니다 그래서 두부도 그렇게 즐겨 먹지 않는데
탕국에 두부를 넣어서 끓이니까 제 입맛에 안 맞고 고생했습니다
헌데 신랑이 워낙 잘 먹는 음식이니까
까탈스럽고 입짦은 신랑이라서 음식 가리는 게 많아요
본인도 인정하는 거니까 험담 아니에요
신랑의 입맛에 맞는 몇 개 안 되는 음식이니까 그냥저냥 제가 적응한 거 같아요
그렇게 어언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저는 시댁 표 탕국을 더 먹었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친정 가면 친정 표 탕국이 더 맛나고 좋아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똥똥이가 탕국 먹고 싶다고 해서 끓여주었더니
신랑이 똥똥이에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역시 탕국은 엄마가 끓여주는 게 최고야" 늘 평소에 하던 찬양의 맛
그리고 이번에도 이어지는 말 "처가댁 탕국은 정말로 입맛에 안 맞아"
이 눔의 신랑이 날도 더워 죽겠는데 날 안 더웠으면 입맛의 차이려니 했고
요즘 이래저래 스트레스가 많아서
냉정하게 말을 해주었습니다
"그 입맛이 내가 양보한 거라는 거? 알아?
나는 울 엄마가 끓여주던 탕국에 익숙하던 즉 지금 처가댁에서 끓여주던
탕국이 내가 먹고 자랐던 그 입맛이여, 즉 내가 양보해서 이 맛이 나오는 거고
그 맛이 똥똥이까지 길들여져서 똥똥이도 지금의 탕국 맛을 좋아하는 거라고"
일침을 날려주었습니다
부부가 살면서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살아가고 맞추면서 살아가는 건데
이렇게 평생을 남편이라는 사람이 부인이 양보한 거라는 걸 몰라주면 섭섭하죠
내가 양보한 그 입맛이 우리 똥똥이 입맛이 되었고
저는 여전히 친정식 탕국이 그립습니다 가끔 한 번씩 끓이면 두 사람이 잘 안 먹으니
저한테 이 탕국은 양보의 음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지금 돌아보세요
여러분의 옆에 있는 사람은 어떤 양보를 하고 있는지?
그 양보에 대해서 고맙다고 한번씩 말 한마디 건네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