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는 현실이 아니다.
우리 집 똥똥이와 함께 1박 2일을 시청하는 데, 전래동화에 관련한 퀴즈를 하더군요
그중에서 선녀와 나무꾼의 스토리를 말하기가 문제도 나오더군요
흠......... 출연진분들이 의외로 잘 몰라서 뭐야?했답닙다
여하튼 저 튼 똥똥이가 즐겨보는 프로라서 저도 옆에서 같이 보면서
오랜만에 아들에게 동화책 읽어주던 그 시절을 회상하면서 저도 마구마구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보았답니다.
가만히 듣고 있던 우리 집 똥똥이 녀석이 그러더군요
"뭐야? 나무꾼 아주 나쁜 사람이네"
"왜?"
"저 나무꾼도 사슴을 잡아야 먹고살 텐데 , 그 사슴을 숨겨버리다니 나쁘지"
오호 이거 은근히 와 닿는 현실적인 대답이더군요.
"그럼 저 사냥꾼도 사슴 못 잡으면 먹고 살길이 걱정인 집안일까?"했더니
"저 집에 나이 든 엄마가 있어서 , 사슴 고기를 꼭 먹고 싶어 했을 거야"라더군요
훔..............충분히 일리가 있는 선녀와 나무꾼 속의 비하인드가 아닐까 싶더군요
아니면 그 사슴을 잡아다 팔아서 중도금을 내던가? 아이들 서당비를 내려고 했을 수도
알고 보면 사냥꾼에게도 꼭 사슴을 잡아야만 하는 그 어떤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전개는 선녀가 하늘나라로 가버리고, 나무꾼도 따라간 이야기까지 갔는데
"저 선녀 나쁘다"라는 겁니다.
"선녀는 왜?".. 솔직히 선녀입장에서는 목욕 잘하다가 어떤 음흉한 나무꾼에게 옷을 스틸당해서
집에도 못 돌아가고 강제 결혼당해서 억울한 시집살이까지 한 그야말로 불쌍한 인물인데 말이죠
요즘으로 치면 나무꾼은 여탕을 훔쳐본 성추행범? 여하튼 성범죄가 성립되지 않을까 합니다
거기에 옷을 훔친 죄목에 , 강제결혼까지 이건 그야말로 중범죄인데 말입니다.
"그렇잖아, 어떻게 하늘나라에 가서 한 번도 안 내려와 보느냐? 노모가 있는데"
음......... 나름 일리가 있는 말이긴 하지만 "여자는 친정 가면 시댁 안 오고 싶은 거란다"라고
말해주고 싶었으나 그래도 땅에서 혼자 사는 엄마 걱정해주는 아들 모습에 꾹 참았습니다
요즘 시각으로 바라보면 전래동화 속의 인물들은 죄 많은 사람들이 되어버리는군요
우리에게 유명한 이솝우화의 스토리 중에서 하나인 개미와 베짱이
현대적인 시각으로 해석하면 여름 내내 일만했던 개미들은 과로사로 일찍 죽고
여름 내내 노래 연습했던 베짱이는 유명한 가수가 되었다지요.
무엇보다 슬프면서 웃긴 건..
신입사원 개미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고 , 부잣집에서 태어난 베짱이는 집에서 탱자탱자
둘의 격차는 처음부터 벌어지고 있었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아무리 열심히 일해서 벌고 또 벌어 적금을 해보았자 개미는 집값내고 교통값 학자금내면 끝
베짱이는 집값이 올라서 더더욱 부자가 된다지요
우리 모자 사이에 동화는 이제 더 이상 아름다운 이야기일 순 없나 봅니다.
우리 집 똥똥이도 어느 새 세상의 쓴맛을 알아버린 나이가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