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개정 환경 교육과정 시안 토론회 토론문
이 글은 2022년 4월 19일 온라인 공개 토론회로 진행된 <2022 개정 환경 교육과정 시안 토론회> 토론문으로 작성된 글입니다.
A Borrowed Planet
안녕하세요. 2022 개정 환경 교육과정 시안 토론회에 참여하게 된 것에 대하여 매우 뜻깊게 생각합니다. 환경교육 비전공자인 저를 이 자리에 초청해주신 것 자체가 이번 개정 환경 교육과정의 중요한 정신인 ‘연결’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매우 짧으므로 거두절미하고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아래 그림은 올해 2월에 열린 IPCC 워킹그룹 Ⅱ 6차 평가보고서 『기후변화 2022: 영향, 적응, 취약성』의 표지를 장식한 Alisa Singer의 「A Borrowed Planet - Inherited from our ancestors. On loan from our children.」입니다.1)
저는 이 그림을 보면서 더글러스 애덤스의 SF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떠올랐습니다. 소설에서 초지능적인 범차원 존재들은 삶, 우주 그리고 모든 것에 대한 궁극적인 해답(the answer to life, universe and everything)을 얻기 위해서 ‘깊은 생각’이라는 우주에서 둘째가는 슈퍼 컴퓨터를 개발합니다. 이 질문에 대하여 ‘깊은 생각’은 750만 년 동안 계산을 해서 ‘42’란 답을 내놓게 됩니다.2) ‘깊은 생각’은 애초에 궁극의 질문을 모르는 상태에서 궁극적인 해답을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며 궁극의 질문을 얻기 위해 우주에서 첫째가는 컴퓨터를 만드는데 그게 바로 ‘지구’입니다.
저는 현재의 기후변화 현상이 우주에서 첫째가는 컴퓨터 지구가 내놓은 궁극의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2022 개정 환경 교육과정이 조상으로부터 물려받고 후손으로부터 대출받은 ‘빌린 행성’을 잠시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되기를 바라며 몇 가지 아쉬운 부분과 보완했으면 하는 부분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연결-탐구-참여: 환경 교과를 넘어 모든 교과의 설계 원리로
2022 개정 환경 교과를 설계하기 위한 원리를 설정하기 위하여, 2015 개정 교육과정 개정 자료(권영락 외, 2015a, 2015b) 및 환경교육 관련 국외 교육과정 자료를 탐색하였다. 이로부터 설계 원리로 연결(connect), 탐구(explore), 참여(engage)를 설정하게 되었으며, 이에 기반하여 영역을 탐색하고 선정하였다. 여기서 연결은 환경과 인간의 연결, 인간과 인간의 연결, 개인과 사회의 연결, 지구생태계 구성요소간의 연결, 지구생태계와 인간사회의 연결 등 다양한 차원의 연결을 의미한다. 환경교육의 시작은 이러한 연결을 위한 만남으로 시작될 수 있으며, 이로부터 학생들의 사람과 장소의 관계에 대한 이해와 인식 및 애정이 증진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학생들의 환경 소양 증진과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의 추구가 가능할 수 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연결-탐구-참여가 환경 교과를 넘어 모든 교과의 설계 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과 인간의 연결을 말하면서 교사와 교사의 연결이 도외시될 수 없습니다. 지속가능발전교육에서 강조하는 학교 전체적 접근이 가능하려면 먼저 모든 교과가 이 설계 원리를 수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쩌면 우리는 현재의 각론 연구 체제 자체를 ‘전체적 접근’의 차원에서 새롭게 설계해야 될지도 모릅니다.
‘시스템사고’는 어떻게 가능한가
‘시스템사고 역량’은 환경을 복잡한 단위 시스템으로 인식하고, 구성 요소의 상호작용을 통해 전체 시스템을 이해하는 사고의 틀이며, 환경 체계의 역동성 및 변화는 시스템사고를 통해 구조적, 통합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협력과 공동체 역량’은 지구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요구되는 환경적 가치와 태도를 함양・실천하고, 지구 공동체 구성원들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 및 유지하며 자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는 능력이다.
지난 2015 개정 환경 교육과정과 비교했을 때 환경 교과 역량 중에서 ‘성찰・통찰 능력’과 ‘환경 공동체 의식’이 ‘시스템사고 역량’ 및 ‘협력과 공동체 역량’으로 바뀌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스스로를 시스템의 일부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저는 칼 세이건의 ‘창백한 푸른 점’처럼 우주 밖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방식으로는 전체 시스템을 이해할 수 없다고 봅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지구는 사실 지권, 수권, 기권으로 이루어진 매우 얇고 취약한 생명의 막이지 않습니까. 마찬가지로 학생들은 배움이 이루어지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시스템의 실체를 경험할 수 있어야 합니다. 태양과 바람과 물의 순환 속에서 씨앗이 자라나듯이 학교 역시 서로의 연결 속에서 생태적 지혜의 순환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되어야 합니다. 사실 이것은 위에서 말씀드린 연결-탐구-참여가 모든 교과의 설계 원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과 밀접한 관련을 갖습니다.
환경 문제와 기후변화 대응 사이의 관계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중요한 환경문제로 기후변화가 부각되고, 정부에 의해 2050탄소 중립이 선언되는 등 기후변화를 둘러싼 사회, 경제, 환경 영역의 다양한 노력이 개진됨에 따라 이에 대한 이해와 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2022 개정 환경과 교육과정에서는 환경과 인간, 환경 체계, 환경문제 및 쟁점, 지속가능성과 시민 참여 영역에 ‘기후변화와 대응’ 영역이 신규로 추가되었다.
세 번째로는 환경 문제에서 기후변화로 넘어가는 흐름이 자연스러운지 묻고 싶습니다. 처음 세 영역 환경과 인간, 환경 체계, 환경 문제와 쟁점은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그런데 기후변화와 대응이 환경 문제와 쟁점 이후에 등장하면서 이 부분이 어떻게 전개되는 것인지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사실 기후 변화는 다양한 환경 문제 중 하나이죠. 지금까지 환경교육의 흐름을 살펴보면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도 자연을 보전해야 한다는 인간중심적 관점에서 비인간생명의 고통에 응답하는 생태중심적 관점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기후변화 문제로 수렴되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중립’만 달성된다면 다른 환경 문제는 부차적이라는 인간중심적 관점으로 회귀할 우려가 있습니다. 따라서 시안에도 적시된 ‘기후 변화가 전 지구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지구 생태계와 인간 활동에 중대한 영향을 준다.’, ‘ 기후 위기는 인간 활동이 초래하였으며, 그 영향과 피해는 지역과 집단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사회 전 분야에서 기후 행동을 계획하고 이행해야 한다.’는 핵심 아이디어가 지식·이해, 과정·기능, 가치·태도 범주에서 명확하게 구현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앞단에서 시스템적 접근이 잘 이루어져야 할 것 같습니다. 부연하면 생태계의 회복탄력성과 지속가능성 개념을 통해 기후위기의 본질을 명확히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즉 티핑포인트를 넘길 경우 ‘찜통 지구’라는 전혀 다른 시스템으로 넘어가버린다는 거죠.3)
지속가능발전교육 2030의 반영은 어떻게?
실제 세계의 환경적 지속가능성은 사회적 지속가능성과 경제적 지속가능성과 긴밀히 연계되며, 지속가능한 삶을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개인적 변화와 사회적 변화가 필수적이다. 2020년 작성되고, 2021년 베를린 회의를 통해 공포된 지속가능발전교육 2030(ESD for 2030)에서는 지속가능한 사회와 미래를 위한 거대한 변혁(big transformation)이 강조되고, 개인의 행동 변화(individual transformation), 사회 구조의 변화(social transformation), 이를 위한 새로운 기술의 적용(new technology)등이 제안되고, 이를 위한 실천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결국 티핑포인트, 회복탄력성, 시스템 등에 대한 인식으로부터 출발하여 지속가능한 사회와 미래를 위한 거대한 변혁(big transformation)이라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은 논리적 귀결입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실천방안으로서 개인의 행동 변화(individual transformation), 사회 구조의 변화(social transformation), 새로운 기술의 적용(new technology) 등이 지속가능발전교육 2030에서 제안된 것도 당연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2022 환경 교육과정에 어떻게 반영될 것인가입니다. 지속가능한 사회와 미래를 위한 거대한 변혁이라는 개념은 일종의 프랙털처럼 재귀적으로 확대·재생산되어야 합니다. 그 시작지점은 환경 교육과정일 것이구요. 따라서 매우 어려운 과제이기는 하지만 거대한 변혁이라는 개념이 핵심 아이디어에 어떻게든 포함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환경 교과의 설계 원리인 연결-탐구-참여 및 일곱 가지 환경 교과 역량 - 환경감수성, 시스템사고 역량, 협력과 공동체 역량, 의사소통 및 갈등해결 역량, 창의적 문제해결 역량, 환경정보활용 역량과 유기적으로 연결되기를 희망합니다.
후속연구를 위한 제언
각 학습 영역은 서로 연관되어 있어 필요에 따라 순서와 흐름을 조정하여 적용할 수 있다. 또한 이 과목의 학습 영역 중 일부는 사회나 과학 등 다른 교과의 학습 내용과도 관련이 있으므로 해당 내용을 자연과학적, 인문학적, 사회과학적, 예술적 관점 등을 포함한 환경 교육의 관점에서 해석하는 통합적 접근을 권장한다.
마지막으로 교수학습방법 및 평가에 관한 연구는 후속 연구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는데, 문서에서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자연과학적, 인문학적, 사회과학적, 예술적 관점 등을 포함한 통합적 접근이 가능하려면 그저 권장하는 것을 넘어 그것이 어떻게 가능한지를 교수학습방법 및 평가에서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여전히 환경 교육과정이 자연과학적 접근에 많이 치우쳐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자연과학과 공학의 기여 없이 기후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OECD 교육 2030: 미래교육과 역량」 보고서에서도 강조하고 있듯이, 학생이 스스로 미래를 만들 수 있도록 변혁적 역량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어야 하고, 갈등과 딜레마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하며, 책임의식을 지녀야 합니다. 이것은 인문학과 예술, 무엇보다도 사회과학적 접근이 없으면 달성하기 힘들다고 봅니다. 이런 부분이 후속 연구에서 좀 더 보완되었으면 합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2022 개정 환경 교육과정이 ‘빌린 행성을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중학교 환경 교과와 고등학교 생태와 환경 교과를 접하면서 다른 삶, 더 나아가 좋은 삶은 가능하다는 희망을 발견하기를 바랍니다. 연구진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며, 앞으로도 계속 응원하겠습니다.
1) 사진 출처: https://www.ipcc.ch/report/ar6/wg2/resources/credits/
2) 영상 출처: https://youtu.be/aboZctrHfK8
3) 이현정(2022). 기후정의의 정치적 주체 되기. 창작과 비평 195호. 32-4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