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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공동체의 공동육아

훈육, 이모가 여기까지 해도 될까?

by 윤희크 Mar 26. 2025

공동육아에 할 얘기가 많은 것은.. 아무래도 우리동네사람들에서의 경험 때문일 것이다.

우리동네사람들은 처음에는 정토회, 나중에는 일본 애즈원 공동체의 이론을 배우고 삶의 기조로 도입했는데 1980년대생이 주축인 사람들이 육아의 세계로 가면서 우리 부모님 세대처럼 강압적으로 하지 말자는 게 자유방임- 과하게 마음을 읽어주는 방식으로 나타났다. 아이가 엄마를 때리거나 짜증 내고 욕구 충족이 안되서 울면 어른들이 그 아이가 그칠 때까지 다같이 아무 것도 안하고 기다렸다. 아이가 주인공이 되어벌리곤 했는데..

오늘공동체에서는 그런 방식이 아이의 자기애 욕구를 과하게 키워주는 것이라 여겨 엄하게 다룬다.

자기 욕구가 지연되거나 특히 타인과 연결되어 내 욕구 때문에 타인을 불편하게 만드는 경우 훈육이 들어간다.


공동육아 타임이 길기 때문에 이모 삼촌들이 그런 순간을 세심히 보고 훈육을 해야하는데 나는 욕구 허용을 해주는 것만 알아서 초반에 많이 어려웠다. 아이들이 이모 이모 부르면서 이거 해달라 저거 해달라 내 얘기 들어줘 애교 부리고 그러면 다 들어줬고 일단 응 뭐 하고 싶어? 라면서 해줄 자세가 되어있었다.


여기서 돌봄 타임에 같이 들어가고 관계 역동을 해결하는 순간을 경험하면서 아.. 내가 너무 허용적이구나, 마음을 읽는게 아니라 방임 중이구나를 알게 되었다.

내 마음이 초콜렛을 다 먹고 싶어도 함께 하는 친구들과 두 개씩 먹기로 하면 그만큼만 먹는 거, 주목 받고 싶을 때 참는 거, 이모에게 안겨 있고 싶어서 다른 애에게 뭐라고 한다던지 그런 순간순간들을 포착하고 허용하기보다 그런 욕구는 안된다, 참는 거야 라고 가르치는 게 나는 어렵다. 이모가 여기까지도 봐야하는거구나.. 이럴 때 엄마가 아닌데 엄하게 혼내는구나.. 놀라기도 하고 지금은 멋쩍을 때도 있다.


이 곳의 공동육아에 아이를 보내는 부모들은 그런 이모 삼촌의 개입에 기분 나빠하거나 그럴 수도 있지.. 가 아니라 그렇게 하기를 받아들이겠다고 결심하는 거라고 한다. 처음 돌봄 맡겨질 때 엄마랑 떨어질 때마다 서럽게 울면 엄마가 맘 아파하면서 이게 아닌가…. 하는데 그럴 때 여기 이모 삼촌들은 아이 보지 말고 일단 밖에 나가라고 한다. 옆에 있으면 울음만 심해진다고. 실제로 보면 엄마가 없어지면 바로 기분 전환이 되고 노는 쪽에 흥미가 가있는 것을 본다.


이 곳의 이모로서 내 기분이나 내 성향으로 아이를 혼내게 되는 걸까(또는 내가 받은 훈육의 영향으로 이게 당연하다 여긴다던지) 걱정했는데 막상 닥쳐보니 이 아이에게 뭐가 좋을까 생각하게 된다. 아이의 멘토가 되는 이모에게 물어보니 혼낼 때는 자기 아이 혼내는 것보다 더 마음이 아프고 그 과정을 통해 아이의 성장을 보는 게 너무 기쁘고 자신도 성장하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내 아이를 집중해서 키우는 것과 다른 느낌의 인간의 성장을 경험하는 게 자신의 세계도 확장된다고.

나도 그 맛을 천천히, 조금씩 느껴가고 있다.

오늘 낮, 2시간의 유치 돌봄을 했다. 그 시간에서 또 많은 것을 배웠네. 아이들을 보며 역으로 이 나이에,45세에 내가 내 욕구에 엄청 꽂혀 사는구나, 남에게 받는 게 너무 익숙한 나구나를 깨닫는 두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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