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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랑연두 Nov 21. 2024

노란 개나리꽃

마음속에 품은 사직서 3

어느새, 노란 개나리꽃들이 눈에 띄었다. 주말, 아이들을 데리고 집 근처 놀이터 옆 화단이었다. 아직도 코와 뺨은 차가웠지만, 곧 봄이 온다는 기대감이 커져왔다. 이제 하준이와 하린이도 7살, 5살. 이번달부터는 드디어 같은 유치원버스를 타고 유치원에 갈 수 있게 되었다. 하린이도 유치원 적응을 마치면 하원도 하준이와 함께 태권도 학원으로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하원하고 겨울이 도착하기 전까지 아이를 돌보느라 고생하시는 엄마의 부담이 좀 줄어들 것이다. 쌀쌀한 날씨지만 아이들은 신이 나서 놀이터 곳곳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좀 전에는 미끄럼틀에 있었는데 어느새 그네를 타고 있었고, 지금은 시소에 앉아 발을 구르며 오르락내리락하고 있었다. 겨울은 아이들을 쫓아다니다가 잠시 벤치에 앉았다. 저편에서 아이들이 깔깔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마음속으로 생각했던 디데이가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연말에는 인사이동으로 연초에는 설 기획 준비로 정신이 없었다. 설이 지나고 나니 밸런타인데이니, 졸업 입학시즌 준비를 해야 했다. 이번에 새로 바뀐 사업부장님은 현장을 강조하셨다. 현장을 알아야 프로모션도 증정품도 잘 짤 수 있다고 말하며 겨울이 속한 브랜드팀에게 매달 최소 한 번씩 시장조사를 나가라고 했다. 아무리 가까운 백화점이나 마트를 가더라도 최소 2-3시간은 시간을 내야 하니 다들 일이 바빠서 갈 수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매주 세 번째 주 수요일 오후에 나가라는 명령이 떨어졌다. 이제부터 그 시간은 시장조사 시간이니 미팅도 잡지 못하게 했다. 며칠 전부터 시장조사 나갈 수 있도록 스케줄 조정하라는 잔소리가 이어졌고, 수요일 점심시간이 끝난 뒤 사무실에 남아 있는 직원들에게 빨리 나가라고 재촉하기 시작했다. 매달 하는 영업회의, 광고홍보팀과의 미팅, 제품기획팀에서 하는 신제품 공유회, 팀 미팅, 생산 관련 미팅 사이에 새로운 일정이 하나 더 추가된 것이다.


그 와중에 겨울이 생각했던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도 진행해야 했다. 키즈라인 인플루언서들과 정기적으로 소통하며 샘플 테스트를 하고 포스팅을 관리하는 건 생각보다 품이 많이 들었다. 광고홍보팀, 법무팀, 문안 검토팀, 연구소, 제품기획팀이 모두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각각 단계에서 잊지 않고 담당팀에게 연락해 확인하고 의견을 취합해 진행하려니 정신이 없었다. 평소처럼 막판에 인플루언서들에게 제품 주고 홍보 포스팅 부탁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일이었다. 그런데도 아마 최종 결과물은 평소보다 조금 더 풍성한 콘텐츠가 나온 정도일 테다. 인플루언서들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서 다르겠지만, 그들이 직접 참여해서 개발했다고 하는 것과 그냥 좋다고 하는 게 판매량에서 얼마나 많은 차이가 있겠는가. 조금 나은 정도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조금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홍보하는 것보다 해야 할 일이 10배는 많았다. 시간 대비 효율을 생각한다면 안 하는 게 맞는 일이었다. 하지만, 완성도를 위해서 한 번쯤 해볼 법한 일이었다. 담당자가 얼마나 잘 기획하고 스토리를 만들어서 개발하느냐에 따라 탄탄한 제품이 나오기도 구멍이 뻥뻥 뚫린 듯 허술한 제품이 나오기 했다. 탄탄하게 기획한다고 늘 성공하는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렇게 만든 애들은 잘 되었을 때 더 키워나가기 쉬웠다. 노력이 늘 보상받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없어져버리는 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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