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좋은 가을날
날 좋은 가을날,
문뜩 파란 가을 하늘이 예뻐 올려다보고 있으면 떠오르는 얼굴이 있다
노랗게 물든 가을 나무 아래 빈 의자를 만나게 되면 떠오르는 뒷모습이 있다
아직도 이상하게
어색한 그리움
잘 있을까 우리 아빠
21년 10월 28일
며칠 전 아빠생일날,
항암주사 때문에 병실에서 혼자 보내신 아빠가
특별히 미역국 대신 생일곰탕을 시켜드셨단다
그리고 선물로 영양제도 따로 맞으셨다고 자랑을 하셨다
덕분에 이틀 차이인 엄마 생일도 지나쳤다
아빠가 퇴원을 하시고 한참이 지나서야
늦은 엄마 아빠 생일을 함께하러 동생네 집에 모였다
커다란 생일 케이크 초에 불을 붙이고 큰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우리는 슬픈 모습이었지만 어느 때처럼 행복한 표정이었다
웃으며 함께 사진도 찍고 맛있는 음식도 나눠 먹으며
다른 날과 다를 거 없는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밤새 기분이 안 좋아지신 걸까
예민해진 아빠가 아침식사를 드시다 화를 냈다
동생네 강아지가 자꾸 주변을 얼쩡거리는 게 신경 쓰인다 하셨다
엄마의 대수롭지 않은 말이 마음에 안 드신다 하셨다
화가 치솟아 아빠의 깊숙한 곳을 건들었다
그동안 쌓아두었던 고통과 참았던 두려움이 품어져 나왔다ㅜㅡ
아빠는 모자를 벗어 감춰두었던 머리를 보여주며
‘이것 봐라 내속이 내속이겠냐
니들 전화통화를 받으면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알아 ‘
거울을 볼 때마다 확인하는 본인 모습에 속상하셨다고 울음을 터트리셨다
그동안 살살 덮어 두였던 아픔이 삐져나와 터져 버렸다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같이 우는 것 밖에 없었다
어떤 위로도 말도 생각나지 않았다
.
.
.
.
조금 진정된 후 아빠랑 무겁지만 가벼운 걸음으로 산책에 나섰다
따스러운 햇살아래 노랑 나뭇잎들이 아름답게 살랑거렸다
아름다운 가을이 너무나 슬퍼 보였던 하루다
나는 아빠의 마음을 고통을 전부 알 수없다
ㅜㅜ 안다고 할 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