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브런치북 파장 08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미숙 Oct 27. 2023

파장_8

2023 아르코문학창작기금 단편소설 발표지원 선정작

입원한 지 4주가 됐다. 아침 회진 시간에 의사는 더는 치료가 필요 없다며 퇴원해도 좋다고 말했다. 환자들은 넘쳐났고, 병실은 부족했다. 퇴원만 하면 될 줄 알았다. 문제가 생겼다. 다친 뼈는 붙었을지 몰라도 허리와 다리근육이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 혼자서 똑바로 걷기가 힘들었다. 

병원 1층에 있는 카페에서 언니를 만났다.


“며칠 만이라도 언니가 모시는 건 어때.”

“상황이 안 되는 거 알잖아.”

“나도 학교에 복귀해야 해.”

“네가 조금만 더해 주면 안 될까? 엄마가 네게 했던 걸 생각하면 네가 하는 게 맞고.”

“언니, 그게….”


나는 다섯 살 때 아빠 손을 잡고 집에 들어왔다. 엄마와 아빠가 서로 다투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빠 장례식에서 보여줬던 친척들의 눈길 속에서 나는 철저히 혼자였고 외로웠다. 어린 나는 그런 만큼 엄마에게 집착했다. 


각자 엄마를 모시기에 걸림돌이 많았다. 나 또한 직장도 문제지만 남편과의 관계를 엄마가 몰랐으면 했다. 의사가 퇴원을 말했을 때부터 머릿속에는 요양병원이라는 단어가 따라다녔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하고 있는데, 라는 생각은 우리가 결정하는 데 좋은 변명거리가 됐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뿐이었다. 우리는 또다시 긴 시간도 아니고 엄마가 잠시 계시는 건데, 회복만 되면 바로 퇴원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엄마는 예상대로 반대했다. 집에 가길 간절히 원했다. 한 달만 있자는 우리의 설득을 엄마는 마지못해 받아들였다. 휠체어를 타고 병원을 나서던 엄마는 벚나무 앞에서 멈춰 달라고 했다. 언니와 나는 나무 밑에 있는 벤치에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연히 바라봤다. 


“벚꽃이 곧 지겠다.” 

“지려면 아직 멀었어.”

“꽃이 지는 걸 누가 막겠니. 그만 가자.”


휠체어를 미는 나에게 집에 가서 이쁜이 잘 살고 있는지 꼭 확인하라고 몇 번을 당부했다.

병원 건너편에 있는 요양병원으로 엄마를 입원시켰다. 언니와 나는 요양병원 1층 의자에 앉아서 밖이 어두워질 때까지 있었다. 복잡한 속내를 간직한 우리는 서로 잘 가라는 인사도 하지 않고 뒤돌아서 각자의 길을 향해 걸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