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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밈 Feb 01. 2021

감자튀김;

011. 굵고 길어야 맛있습니다

  모양을 생각할 수도 없게 맥도날드의 얇은 감자튀김이 전부인 줄 알았던 시절이 있었다. 우리집은 맥도날드를 가려면 수학경시대회문제집 한 회를 풀어 100점이 나와야 했다. 나는 애저녁에 포기해 뒤로 누웠지만 근성의 언니는 끝내 100점을 만들어냈다. 덕분에 피쉬버거를 먹었고, 타르타르소스 맛이 이상하다 느꼈고, 케찹에 반해 감자튀김만 냠냠 먹었다. 오, 감자튀김은 맛있는 음식이구나!


  그 이후 접했던 롯데리아의 양념감자도 얇고 작은 건 마찬가지여서 감자튀김은 으레 얇거니 하며 영국에 어학연수를 갔다. 뭘 먹을까 고민하며 슈퍼의 냉동고를 기웃거리던 나는 감자튀김을 발견했다. 오븐에 데우기만 하면 감자튀김을 산처럼 먹을 수 있다니! 신나서 감자 봉지를 집는 내게 옆의 친구가 말했다. 이 감자들 사이즈가 달라. 너 놀랄거야.


  집에 와 먹기 위해 봉투를 열고서야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감자를 잘라 튀겨서 얼려놨을텐데, 감자를 이어붙였을 리는 없는데! 긴 감자의 길이는 족히 20cm는 될 듯 싶은게 내가 아는 동글동글 알감자 대동강 알감자로는 이런 튀김을 만들 수가 없었다. 영국은 오이도 우리나라 다대기를 두개 붙인거마냥 커다랗던데 감자도 그런 모양이었다. 그러고보면 맥도날드 감자튀김에도 가끔 비정상적으로 긴 것이 있었는데 내가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구글에서 감자를 탐구하며 세상에는 아기 주먹만한 한국 감자 말고 어른의 주먹은 물론 (과장을 심각하게 보태) 어른의 머리통만한 감자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영국에서 여러 냉동 감자를 먹으며 감자튀김은 길 수도 있고 굵을 수도 있고 핑킹가위로 자른 모양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사람은 자기가 아는 세상만 보인다더니, 내 감자튀김의 세계는 그렇게 확장되었다.


  한국에 돌아온 후 나의 감자튀김은 다시 맥도날드의 그것으로 한정되었다. 하지만 이미 나는 큰 세상을 보고 왔는걸. 맘스터치가 맛있는 감자튀김 브랜드로 부각되어도 롯데리아의 양념감자 스프가 내 코를 맵게 해도 나의 영국 감자튀김을 향한 그리움은 잠재울 수 없었다. 그러던 와중 얼마 전 처음 노브랜드버거를 먹게 되었는데...


  이쯤되면 아시겠지. 긴 감자이야기를 굳이 한 것은 오로지 노브랜드의 감자튀김을 칭찬하기 위함일 뿐이란 걸. 여러분. 노브랜드버거는 바로 그 굵고 긴 감자튀김을 줍니다. 그렇습니다. 감자는 누가 봐도 수입산인 그런 커다란 것을 튀겨야 옳습니다. 우리 모두 갓 튀겨 뜨겁고 바삭한 노브랜드의 감자를 먹으러 갑시다. 물론, 버거도 함께 먹읍시다(양상추가 아삭아삭 아주 괜찮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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