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달심리상담
직장을 다니다 보면 일이 지겨워질 때가 있습니다. 회사를 다녀야 할지 다른 일을 찾아야 할지 퇴사를 하는 것이 나을지 고민하는 이들을 자주 만납니다. 퇴사하고 여행을 갔다 온다고 해도 결국 무언가를 시작하기는 해야 하는데 걱정이 앞서게 됩니다.
원래 하던 길을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지 아니면 무언가 새롭게 가야 하는지 두려움이 앞서게 됩니다.
그분들에게 수없이 길을 잃고 헤매는 13세의 한 소녀를 소개하고 싶습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마녀 배달부 키키입니다. 인간 아빠와 마녀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마녀입니다. 그녀는 인간도 마녀도 아닌 혼혈입니다. 다른 사람과 다르다는 것은 그녀는 고민했을지도 모릅니다.
마녀는 점을 치거나 마술을 부릴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마녀로서의 능력도 평범합니다.
빗자루로 타고 하늘을 나는 것이 그녀가 가진 유일한 능력입니다.
13세가 되는 날,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합니다. 키키는 폭우가 내려서 기차에 숨었다가 바닷가 마을을 발견합니다. 길을 헤매고 도로로 뛰어들어서 교통을 엉망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이리저리 길을 걷는데 어려서 숙박도 거절당하고, 살 곳을 찾기도 힙듭니다. 빵집을 하는 부부를 만나고 손님이 두고 간 물건을 전달하다가 배달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기로 합니다.
그녀는 배달일을 즐겁게 합니다. 한 노부인의 청어 파이를 배달하기 위해 폭풍우를 뚫고 손녀에게 가지만, 손녀는 키키가 가지고 온 청어 파이를 기뻐하지 않습니다. 그 후 배달일에 대한 의미를 잃어버리고 친구와의 약속도 지키지 못하고 아파서 침대에 누워버립니다. 더 이상 배달일을 하지 않습니다.
가끔은 모든 일을 중단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번아웃 증후군이라고도 합니다. 일을 하는 것이 힘들고 지칠 때 가 있습니다. 키키처럼 잠시 쉬어가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너무나 애써서 일을 했는데 고객으로부터는 좋은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해도 해도 같은 일인 것 같을 때가 있지요.
진로문제로 상담받은 분 중에 무기력해져서 퇴사를 하고 자신을 탐색하는 상담과정을 거쳐서 다른 진로를 찾은 사람도 있었고, 퇴사를 고민하다가 자신이 현재의 직장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게 된 분도 있었고, 몸이 힘들어져서 잠시 휴직을 한분도 있었고 , 상담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게 되었지만 현재의 일을 하면서 천천히 좋아하는 분야로 직장을 옮기려고 하고 있었고, 회사의 도움으로 잠시 휴직을 하시는 분들도 있었습니다.
퇴사하고 싶을 때 충분한 탐색이 이루어진다면 오히려 자신에 대한 정체성을 찾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일이 싫어지거나 잠시 쉬고 싶을 때 잠시 여행을 다녀옵니다.
퇴사하고 싶지만 일을 당장 일을 그만둘 수 없는 분들을 위해서 캄보디아에서 있었던 일을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일에 대한 열정을 가진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을 만나다.
캄보디아 봉사활동을 갔을 때 수많은 아이들의 머리를 만지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미용사를 만났습니다. 저녁이 되어서 일이 마무리가 되었을 때 난 그녀의 인생 스토리가 궁금해져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녀는 고등학생 시절 학업에는 별로 흥미가 없었다고 했다고 합니다. 헤어디자이너가 되고 싶었는데 학원비도 비싸고 부모님도 허락하시지 않을 것 같아서 미용실 보조로 일을 해보기로 결심했다고 했습니다. 어린 고등학생은 동네 미용실 여러 곳을 다니면서 보조로 써달라고 요청을 했고 여러 번 퇴짜를 맞은 후 한 미용실에서 일할 수 있었다고 하더군요. 미용사가 사람을 대하는 방법도 눈으로 익히고 바닥에 수북하게 쌓인 머리카락을 치우기도 하고 소소한 기술을 익히기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결국 대학도 미용 관련 학과를 갔는데, 수업내용이 실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아서 한 학기 만에 결국 그만두었다고 했지요. 동네 미용실에서 여전히 보조로 일을 하고 있었는데, 미용대회에 따라갔다가 우연하게 헤어 모델로 서게 되었고 이후 그때 알게 된 분의 소개로 강남의 보조 디자이너로 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강남의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을 보면서 좀 더 나은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하나의 결심을 했다고 합니다. 이제부터 친구들과의 만남을 끊고 일에 몰두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그래서 3년을 미용실 일을 마치고 마네킹을 앞에 두고 미용기술을 익혔다고 합니다. 놀고 싶은 어린 나이에 피곤함을 무릅쓰고 연습을 했다는 그녀가 달라 보였습니다. 일과 놀이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일에 푹 빠진 그녀가 상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서른이 되기 전에 디자이너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그녀는 자신의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고 있었습니다.
그녀도 일이 지겨운 적이 있을 것입니다. 술, 친구들을 멀리하고 긴 수련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입니다. 직장을 밥벌이의 수단이 아니라 수련의 장소로 사용했으며 조금씩 성장하는 자신의 모습을 즐겼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일 것입니다. 이십 대 여러 직업 사이에서 방황했던 나로서는 이십대로 돌아간다고 해도 3년을 친구도 만나지 않고 그녀처럼 그렇게 일할 수는 없을 것 같았습니다.
미용사인 그녀를 통해서 통해서 알게 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는 어떤 일이든 힘든 과정들을 겪게 된다.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고되고, 의미가 없어 보이고, 하찮은 일들을 하게 됩니다. 아울러 처음 시작한 직장이 내가 원하지 않던 곳이라고 해도 그래도 조금씩 포기하지 않고 일을 하다 보면 그 일에 익숙해지고 실력을 가지게 됩니다. 힘든 수련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어떤 일이던 재미없는 시간들이 있습니다.
두 번째는 처음 일을 시작하거나 일이 힘들고 의미를 찾기 어려울 때 돈을 받지 않고 누군가를 섬기는 봉사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누군가를 위해서 아무 대가 없이 일을 했을 때 타인과 함께 할 때의 의미는 다르게 다가올 것입니다.
세전째는 무언가를 이루기 위해서는 그 일에 대해서 투자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온전히 혼자 있는 시간, 사람들과의 관계를 잠시 끊고 자신이 목표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고독의 시간을 경험해야 합니다.
자신이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는 자기만이 대답을 할 수 있습니다. 오전 6시에서 7시 사이이던, 회사를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오전 8시부터 9시 사이이던, 아니면 밤에 퇴근해서 하는 일이던 자기만의 프로젝트를 가져보는 것은 의미가 있습니다. 자신의 직업을 토대로 스페셜리스트를 꿈꾸고 있거나, 다른 직업으로의 전환을 꿈꾸고 있다면 이렇게 하루 특별한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이 필요할 것입니다.
마녀 배달부 키키의 이야기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키키는 이웃인 화가에게 조언을 듣습니다. 그녀는 그림을 그리는 것이 힘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시기가 지나고 나서 실력이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한동안 실의에 빠져있던 그녀는 친구 톰보가 비행체에 매달리게 되면서 그를 구하기 위해 할아버지의 솔을 빌려서 다시 하늘을 날려고 합니다. 키키의 빗자루가 아니다 보니 하늘을 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키키는 결국 힘든 좌절의 시기를 견뎌내고 다시 배달일을 시작합니다.
퇴사를 하던 지금 그대로 직장을 다니던
어떠한 선택이던 자신을 믿고, 어떠한 결정이던 스스로를 격려하기 바랍니다.
밥벌이는 시시포스가 끊임없이 바위를 굴려야 하는 것처럼 지겨워질 때가 있습니다. 일이 밥벌이에서 끝나지 않고 천직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은 아주 작은 차이에서 시작될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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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현은 마음달 심리상담 의 14년 경력의 심리학회 상담 및 임상심리전문가입니다.
"두려움 너머 온전한 자신이 되고자 하는 이들과 함께합니다."
홈페이지 마음달심리상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획의도를 알고 싶으신 분들은 1편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