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퇴사하고 월급도 없이 들어갔던 교육회사에는 나 말고도 이미 3~4명의 예비강사들이 교육을 받고 있었다. 다들 나와 비슷한 꿈을 꾸며 모였지만 강사가 되는 일은 그리 만만치 않아 보였다. 이미 나보다 일찍 들어와서 공개강의도 열고 출강도 나가는 분들이 계셨지만 생활이 될 정도는 아니었다.
나 역시 매일매일 출근해서 하는 일이라곤 독서하고 강의자료 만들고 저녁에는 대표님이 하시는 강의 들으면서 스킬을 익히고 하는게 전부였다. 대표님은 워낙 바쁘셔서 얼굴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도 하겠다고 왔으니 묵묵히 콘텐츠 개발에 집중하면서 직장 다닐 때 불어난 체중이라도 줄이자는 생각으로 매일 점심을 순두부 한컵으로 견디며 한달만에 7~8kg를 감량해 남들 앞에 섰을 때 부끄럽지 않은 몸을 만드는데는 성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교육생 중에 어느 분이 대표님에게 불만을 제기했는지 교육생 모두 사무실에서 짐을 빼라는 것이었다. 들어온 지 한 달 정도밖에 안 된 나로서는 아무 잘못없이 그렇게 내 모든 걸 걸었던 교육회사에서 쫓겨나면서 정말 막막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이도 대표님께 연락이 왔고 내 잘못은 아니었기에 특별히 다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리고 얼마 뒤 대표님께 시강을 하고 공개강의 허락을 받고 강의시장에 데뷔할 날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공개강의를 열어도 신청하는 사람은 정말 1~2명이었고 기대만큼 반응은 없었다. 그렇게 점점 초조해지려고 할 때쯤 대표님으로부터 출강 제의가 들어왔는데 2시간짜리 기획력 특강이라고 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대망의 첫 출강 대상이 쉽지 않은 공무원들이었고 강의를 해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특히 공무원 대상 강의는 반응도 잘 없고 강사 입장에서 가장 힘든 강의에 속한다. 물론 10년 넘게 강의를 하면서 이제는 누구를 대상으로 해도 크게 힘들 건 없지만 그땐 정말 걱정을 많이 했었다.
퇴사 2개월만에 생각보다 빨리 찾아 온 출강의 기회를 나는 반드시 성공시켜야 했다. 대학시절 스포츠마케팅연구모임에서 내 생애 첫 PT를 준비하면서 어느 책에서 본 말이 있었는데 많은 청중 앞에서 떨지 않으려면 첫째도 연습, 둘째도 연습 뿐이며 반드시 발표내용을 완벽하게 숙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 카메라를 켜 놓고 앞에는 딸아이 인형들을 앉히고 화이트보드도 준비해서 현장처럼 시뮬레이션을 해 가며 강의 당일까지 수십번도 넘게 연습을 했다. 그렇게 노력한 결과 첫 출강이었던 제주기상청 직원들 대상의 2시간 특강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몇개월 뒤 그곳으로부터 애프터강의도 요청받아 진행할 수 있었다. 결국 직장을 나와 처음으로 돈을 받고 강의를 하면서 강사라는 직업을 갖게 된 것이다.
그날밤 제주도에서 강의를 마치고 올라와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는 길에 대표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다. 그리고 이렇게 물으셨다.
대표님 : 어땠어요? 재밌었어요?
나 : 네, 재밌었습니다. 강의 시작 전까지 무지 떨렸는데 강의시작하고 나서는 하나도 안 떨리더라구요^^
대표님 : 그럼, 됐어요~ 앞으로 잘 할 겁니다. 수고했어요!
나 : 네, 노력하겠습니다. 기회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내성적이고 발표도 못하던 내가 수십명 수백명 앞에서 강의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참 신기한 일이다. 어쨌든 그렇게 첫 출강을 시작으로 대표님의 출강 때도 함께 다니면서 현장을 익힐 수 있는 기회도 여럿 생겼다. 한번은 지방 강의가 잡힌 대표님과 함께 갈 일이 생겨 교대로 운전대를 잡았는데 그때 갑자기 대리운전하는 분들 기분이 이런 기분일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어서 배워서 나도 대표님처럼 되어야겠다고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기도 했었다. 실제로 지금은 강의를 요청하는 곳에서 차를 보내주거나 하면 편하게 강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이후에도 몇번의 출강 기회가 더 생겼고 점점 강의에 대한 자신감도 붙으면서 대표님과 함께 하면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내가 퇴사를 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자유였는데 점점 대표님에게 구속되는 느낌을 받기 시작하면서 떠나야 할 때가 오고 있음을 직감했다. 당시 강의도 하면서 문서컨설팅 등의 일도 다른 강사와 함께 했었는데 점점 문서컨설팅 일이 많아지면서 뭔가 내 생각과는 다르게 흘러갔고 결국 처음 교육생으로 들어갈 때 약속했던 4개월이 되자마자 진짜 홀로서기를 위해 대표님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했다.
그렇게 독립을 하고 혼자서 강사 커리어를 쌓아 나가고 있던 어느 날 대표님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찾아뵈었고 또 다시 함께 하자는 새로운 사업제의를 받았지만 정중히 거절하며 내가 세운 인생로드맵에 따라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나만의 독립을 위한 미래비전을 향한 겁없는 도전과 실험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