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화. 고장 난 마음을 알아보는 눈

부서진 마음은, 부서진 마음을 알아본다.

by Helia

공원을 지나며 아이는 여전히 손에 들고 있던 종이봉투의 따뜻함을 느꼈다.
봉투 안의 바게트는 이제 다 식어가고 있었지만, 그 안에 담긴 감정은 식지 않았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무언가를 내어줄 수 있다'는 사실,
그건 아이가 처음으로 깨달은 따뜻한 감정이었다.

햇살은 오늘도 여전히 아이의 등을 밀어주고 있었고,
아이의 발끝은 어느새 공원 옆 작은 정자 아래에 멈춰 섰다.
거기엔 누군가가 먼저 와 있었다.

모래가 많이 묻은 운동화, 낡은 모자,
그리고 세상과 조금 엇나가 있는 듯한 눈빛을 지닌 아이 하나.
정자의 가장자리에 등을 붙이고 앉아
작은 돌멩이를 손으로 이리저리 굴리고 있었다.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처음엔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서로를 바라보는 시간.
마치 "너도 나처럼, 어디 다친 마음이니?" 묻는 것 같은 눈빛.

아이의 손이 종이봉투 안쪽으로 들어갔다.
조금 작고 납작한 모닝빵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말없이 다가가, 조심스럽게 내밀었다.

"이거, 같이 먹을래?"

낯선 아이는 한참을 말없이 쳐다보다가
고개를 아주 살짝 끄덕였다.
그리고 손을 내밀어 그 빵을 받아 들었다.
그 순간, 바삭한 종이봉투 소리와 함께
아주 작고 가느다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고마워.”

이름도, 나이도, 사는 곳도 모르는 사이였지만
그 인사 하나가 모든 경계를 지웠다.

고장 난 마음은 종종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말이 없다고 해서, 웃고 있다고 해서
마음이 온전하다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아무렇지 않게 보이려 할수록
그 안에는 말 못 할 금이 가 있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고장 난 마음은
같은 고장 난 마음을 지닌 사람만이
진짜로 알아볼 수 있다.

아이의 눈에, 그 낯선 아이의 손목에 남은
긁힌 자국 하나가 보였다.
얼핏 보면 장난치다 생긴 상처 같기도 했지만
그건 아이가 알고 있는 상처의 결과 닮아 있었다.
소리 내 울지 못하고, 말할 수 없는 감정을
손끝으로라도 밀어내려 애썼던 흔적.

아이도 한때 그런 시간을 지나왔으니까.
입안에 말이 맴돌다 삼켜지고,
눈물이 날 것 같아도 울 수 없었던 나날들.

그때 누군가가 따뜻한 말 한마디만 건네줬더라면.
혹은, 지금처럼 작은 빵 하나라도 건네줬더라면.
세상은 덜 아팠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하나 더 있어.”
아이의 손이 다시 종이봉투로 향했다.
그렇게 두 아이는
작은 정자 아래에서 나란히 앉아 빵을 나누어 먹었다.

바람이 불었다.
모자를 살짝 들어 올리고, 햇살이 아이의 앞머리를 건드렸다.
아이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나, 이름 있어."
작은 용기였다.
자기 존재를 스스로 말할 수 있는 것,
그건 아이에게 있어 처음으로 꺼내보는 진심이었다.

낯선 아이가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작게 대답했다.

“… 나도.”

두 아이는 서로의 이름을 알지 못했지만,
그 대화만으로도 서로를 알아보았다.
누구보다 진심으로,
고장 난 마음을 알아보는 사람으로서.

그날 이후, 아이는 가끔 그 정자를 지나며 생각했다.
그 아이는 지금 어떻게 지낼까.
다시 만난다면, 이번엔 이름부터 먼저 말해줘야지.
그런 마음이, 아이를 조금 더 따뜻하게 만들었다.

그날 밤, 수첩 한 구석에 아이는 이렇게 적었다.

> “마음이 다친다는 건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무너질 수도 있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로 다시 세워질 수도 있는 일.
오늘, 나는 누군가의 작은 빵이 되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