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 위로 올라간 후에는
사다리를 던져 버려야 한다.
- 비트겐슈타인
배는 강을 건네주는 도구이며 사다리는 위로 오를 수 있게 하는 도구입니다. 강을 건넜다면 배는 두고 가야 하고, 지붕 위에 올라갔으면 사다리는 더 이상 필요 없습니다.
목적을 달성했으면 도구는 두고 가야 합니다. 이미 강을 건넜는데 배를 짊어지고 가거나, 지붕에 올라갔는데 사다리를 계속 메고 있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말은 뜻을 전하는 도구입니다. 뜻이 전해졌다면 말은 버려야 합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말에 얽매여서 뜻을 놓치지만, 성숙한 사람은 말속에 담겨 있는 뜻을 품고, 말은 시간의 강물에 흘려보냅니다.
우리들은 저마다 가슴속에 상처로 자리 잡은 말들이 하나둘씩 있습니다. 부모님, 선생님, 친구, 연인 등이 내게 했던 날카로운 말들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내 가슴에 남아 나를 아프게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넌 어떻게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어?”
“넌 정말 이기적이야.”
“넌 안 돼.”
가슴에 박힌 가시 같은 말들이 잊을 만하면 자꾸 마음을 찌릅니다. 이렇게 아픈 까닭은 말에 담긴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말만 꼭 붙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강은 진작에 건넜는데, 여전히 배를 짊어지고 가고 있어 삶이 힘겹고 무겁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 가시 같은 말들을 내게서 떠나보낼 수 있을까요?
말이 아닌, 말속에 담긴 뜻을 충분히 헤아려야 합니다.
내게 소중했던 친구들. 저도, 친구들도 그때 참 어리고 미숙했습니다. 어릴 적 참 커 보였던 어른들. 이제 제 나이가 그때의 어른들보다 더 많아졌습니다.
어른이 되어보니 알겠습니다. 어른이 되어도,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삶은 불안정하고 말은 서툴기 짝이 없습니다.
그때 그들의 언어도 무척 서툴렀을 겁니다. 서툰 언어에 담고자 했던 원래의 뜻이 무엇이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상황 1>
“넌 어떻게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어?”
⇒ “아들, 요즘 엄마가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 너라도 좀 힘들지 않게 해주면 안 될까? 너까지 이러니까 엄마는 정말이지 너무 힘들어.”
<상황 2>
“넌 정말 이기적이야.”
⇒ “내 마음이 어떤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 니가 나를 좋아하는 건 알지만, 가끔씩은 불안해져. 그럴 때마다 난 외롭고 힘들어져.”
<상황 3>
“넌 안 돼.”
⇒ “지금까지 니가 해온 방식대로 해서는 원하는 것을 이루기 힘들 것 같아. 방법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그들도 미숙했기에 제게 전하고 싶은 마음을 적절한 말에 담지 못했습니다. 그러니 말을 말로 받아들여서 아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때보다 조금은 더 성숙해진 나는 이제 말에 담긴 뜻을 품어봅니다.
그때의 나에게, 그때의 상대에게 좀 더 성숙해진 말을 건넵니다.
<상황 1>
“넌 어떻게 제대로 하는 게 하나도 없어?”
⇒ “아들, 요즘 엄마가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 너라도 좀 힘들지 않게 해주면 안 될까? 너까지 이러니까 엄마는 정말이지 너무 힘들어.”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그때의 상대에게 전하는 말]
*엄마에게 : “엄마가 그때 참 힘들었을 텐데 도움이 되지 못할망정 저 때문에 더 힘들게 해서 죄송해요.”
*나에게 : “그땐 나 하나 챙기는 것도 버거워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지. 그땐 어렸으니까 그럴 수밖에 없었을 거야. 괜찮아. 니 잘못이 아니야.”
<상황 2>
“넌 정말 이기적이야.”
⇒ “내 마음이 어떤지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어. 니가 나를 좋아하는 건 알지만, 가끔씩은 불안해져. 그럴 때마다 난 외롭고 힘들어져.”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그때의 상대에게 전하는 말]
*연인에게 : “그래, 그땐 외롭고 힘들었겠다. 내가 그런 마음을 잘 헤아려서 네게 더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러지 못해서 미안해.”
*나에게 : “그땐 참 어렸지. 내 안에 생각들이 가득해서 상대의 마음이 어떤지 헤아릴 여유가 없었던 것 같아. 괜찮아. 그렇게 부족한 것들을 배워가면서 성장해 가는 거니까.”
<상황 3>
“넌 안 돼.”
⇒ “지금까지 니가 해온 방식대로 해서는 원하는 것을 이루기 힘들 것 같아. 방법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내가 그때의 나에게, 그때의 상대에게 전하는 말]
*친구에게 : “그때 나를 보는 게 많이 답답했지. 내 방식을 고집하고 바꾸려고 하지 않는 나에게 도움이 되고 싶었을 텐데. 그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해서 미안해. 그리고 마음 써줘서 고마워.”
*나에게 : “그때 나는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했었어. 다른 방법을 시도하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어. 그런데 돌아보니 다른 방법도 있었네. 이 경험을 통해 좀 더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면 좋을 것 같다.”
뜻을 충분히 품었으면 이제 말은 흘려보냅니다. 더 이상 나는 그 말로 아파하지 않습니다.
말은 선물의 포장지와 같습니다. 선물을 감싸고 있는 포장지처럼, 뜻을 담고 있을 뿐입니다. 포장지를 풀고 그 안에 담긴 선물을 받습니다.
선물의 포장지가 아름답다고 포장지만 챙기거나, 포장이 형편없다고 풀어보지도 않은 채 상대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포장지를 풀고 선물을 받아들이듯, 말이 아닌 말속에 담긴 뜻을 받아들입니다. 이렇게 나는 말이라는 도구를 잘 이해하고 활용하면서 나의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 갑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는 포장지 안에 담긴 선물에 집중하고, 내가 말을 할 때는 좋은 포장지로 선물의 격을 높이면 좋겠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1. 들을 때 : 포장지’가 아니라 포장지에 담긴 내용에 집중하기
일부러 나를 괴롭게 하려고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단지 자신의 힘겨움과 속상함을 말하고 있을 뿐입니다.
포장지만 보면 나를 공격하는 것 같지만, 포장지 안에 담긴 내용은 결국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그러니 말에 담긴 뜻에 귀를 기울이는 연습을 하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만일, 나를 의도적으로 괴롭히기 위해서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생각해 보면 나를 일부러 괴롭히기 위해서 하는 말에, 내가 아파해야 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 상대가 던진 쓰레기를 꼭 움켜쥐고 힘들어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요? 그냥 버리면 되는데 말이죠.
2. 말할 때 : ‘포장의 격’을 높이려고 하자.
중요한 것은 안에 담긴 선물이긴 하지만, 선물을 감싼 포장이 근사하면 할수록 선물의 격은 더 높아집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 좋은 법이니까요.
내가 전하고 싶은 뜻에 어울리도록, 그 뜻을 잘 살릴 수 있도록 나의 말의 격을 높이는 연습을 해봅니다. 말의 격이 곧 인격이니까요.
이미강을 건넜으면
배는두고 가야하며
이미지붕 올랐으면
사다리는 필요없네
목적달성 했으면은
도구두고 가야하듯
이미뜻을 전했으면
말은흘려 보내야해
마음속에 깊히박혀
지금까지 아픈말들
가만가만 살펴보면
말을품고 있기때문
말에담긴 뜻을품고
말은흘려 보내야해
그때내게 건넸던말
지금살펴 보게되면
말한사람 듣는사람
모두서로 미숙했네
말만보면 거칠지만
뜻을보면 이해되네
대부분의 거친말들
본인아픔 전하는말
그아픔을 품어주고
거친말은 버리시게
포장지를 갖지않고
안에담긴 선물갖듯
말을쥐고 아파말고
뜻을받아 품어보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