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한다는 말로 우리는 완전한 확신,
의심의 부재를 강조하려고 하며,
그 한마디로 누군가를 설득시키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어설픈 믿음은 결국
‘주관적 확실성’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 비트겐슈타인
산책길에 만나는 밤나무 몇 그루가 있습니다.
한여름 밤꽃이 진 자리에 엄지손톱만 한 밤송이가 열리더니, 비바람을 맞아 하나 둘 떨어집니다. 그 조그만 것들이 채 자라지도 못하고 떨어지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가을 문턱에서 다시 밤나무를 바라보니, 비바람에 부지런히 밤송이를 솎아냈던 나무는 밤송이가 드문드문 달려있는 대신 크고 실합니다.
정이 많아서인지 게을러서인지, 밤송이를 솎아내지 않았던 나무에는 밤송이가 잔뜩 열려있는 대신 크기가 훨씬 작습니다. 과연 저 중에서 먹을 만한 녀석이 몇 개나 될까 싶습니다.
나무를 가만히 살펴보면 꽃을 피울 때 나무는 온 힘을 다하는 것 같습니다. 무수히 많은 화려한 꽃들로 벌과 나비를 유혹합니다. 열매를 맺기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일단 열매를 맺고 나면 힘을 집중해야 합니다. 약한 열매들을 비바람에 떨구고, 튼실한 녀석들에게 양분을 집중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젊었을 때 다양한 경험과 시도는 환영할 일입니다. 온 힘을 다해 세상의 이곳저곳을 탐색하는 시기입니다.
탐색이 끝나면 집중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이 마흔을 불혹(不惑)이라고 하지요. 세상사에 이리저리 흔들리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탐색이 아니라 집중의 시기라는 의미로 해석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김종원 작가는 이렇게 말합니다. ‘젊을 때는 오히려 괜찮다. 하지만 나이 서른이나 마흔이 지나면서 우리에게 소중한 건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100세 인생 시대에 마흔이라는 숫자에 갇힐 필요는 없겠지만, 세월의 가속도가 온몸으로 느껴지기 시작하면 - 저의 경우 마흔을 기점으로 확연히 시간의 속도가 달라짐을 느낍니다. - 시간과 에너지의 낭비를 줄이고, 집중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간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습니다. 모든 사람과 깊이 있는 관계를 맺을 수는 없기에 어떤 관계에 집중할지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맺는 관계는 우리의 삶의 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어떤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지가 곧 우리의 행복과 성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나무가 튼실한 열매를 위해 선택과 집중을 하듯, 우리도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해야 더 깊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내 주변 사람들은 나의 현재 모습을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미국의 사업가이자 동기부여 강연가인 짐 론은 ‘우리는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다섯 사람의 평균’이라고 했습니다.
내가 어떤 사람과 주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지는 내가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가 됩니다.
집중을 위해 선택을 해야 합니다. 선택은 더하기가 아니라 빼기입니다. 불필요한 것을 하나씩 버려나가는 과정이지요.
나무가 부실한 열매를 하나씩 떨구며 선택과 집중을 해나가는 것처럼 빼기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김종원 작가는 이성적, 상식적인 척하지만, 만나고 나면 기분이 나빠지고 힘이 빠지는 사람들은 우리의 시간과 에너지를 매우 빠르게 소진시키기 때문에 가볍게 스쳐 보내라고 말합니다.
선택과 집중을 위해 어떤 사람을 피해야 하고, 어떻게 피해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지혜가 깃든 문장입니다.
이 문장이 전하는 ‘빼기의 기술’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상대의 지위, 명예, 부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를 만나고 나서 느껴지는 내 마음과 몸의 감각에 집중해 봅니다.
만나고 나면 불쾌해지는 사람, 주눅 들거나 눈치를 보게 되는 사람, 그때는 즐거웠지만 돌아서면 뭔가 허전한 마음이 드는 사람, 뭔지 모르게 자꾸 기운 빠지게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주관적 확실성에 가득한 사람들이라 상대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자신의 세계가 옳기에 다른 사람의 세계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면 시간과 에너지를 빼앗기게 됩니다. 피해야 할 사람입니다.
반대로 만나면 기운 나는 사람, 새로운 자극과 영감을 주는 사람, 마음이 밝고 가벼워지는 사람, 마음이 따뜻해지는 사람, 만남이 기다려지는 사람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다정한 사람입니다. 이들은 자신의 세계를 열어 나를 초대하지만, 자신의 세계를 사랑하는 만큼 타인의 세계도 존중하기에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들을 만나면 나의 세계가 응원받고 확장되는 느낌이 듭니다. 이들을 만나고 나면 오히려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처럼 누구를 만나고 누구를 피해야 할지를 내 몸과 마음이 알려주는 감각을 믿고 따라가는 연습을 해봅니다.
내 몸은 내 생각보다 더 지혜롭습니다. 귀 기울이는 만큼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피해야 할 이들은 가볍게 스쳐보냅니다.
맞받아치는 것도 아니고, 무시하는 것도 아닙니다. 맞받아치려면 힘이 들고, 무시하면 오히려 적을 만들 수 있습니다.
가볍게 스쳐보내기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습득하게 되는 기술입니다.
피해야 할 이들은 피할 수 없어 만나게 되었다면 이렇게 해봅니다.
상대를 보며 상대의 이야기에 귀 기울입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이렇게 말합니다.
‘당신에게는 당신의 길이 있고 나에게는 나의 길이 있습니다. 나는 당신의 길을 존중하지만, 그 길을 가지는 않겠습니다.’
이야기가 끝나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생각해 볼게요."
”의논해 볼게요.”
”상황을 보고 연락드릴게요."
맞받아치거나 무시하지 않습니다. 다만 가볍게 스쳐보낸 뒤, 더 이상 그 사람에게 시간과 에너지를 쓰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들의 삶을 살아가도록 내버려둡니다.
우리는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필요도 없고,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도 없습니다.
사랑할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사랑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사랑하고 싶은 사람과 사랑만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나무가 물을 향해 뿌리를 내리고 태양을 향해 가지를 뻗듯이, 나는 나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사람들로 내 주변을 채웁니다.
나머지는 가볍게 스쳐보냅니다.
그리고 내 갈 길을 갑니다.
꽃피울땐 모든가지
온힘다해 피우지만
열매맺곤 집중위해
약한녀석 떨군다네
젋었을땐 이곳저곳
많은경험 탐색하고
나이들면 소중한곳
에너지를 집중하네
인간관계 삶의질에
아주많은 영향끼쳐
어떤사람 만나는지
행복성장 결정하네
모든사람 만족시킬
필요없음 깨달아서
에너지를 뺏는사람
가벼웁게 스쳐가고
에너지를 주는사람
내주변에 가득채워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랑하며 살아보세